2.3.3 애도의 음악

Music of Mourning

by Zen

펠드먼의《로스코 채플》은 특정 인물의 이름을 딴 건축물을 제목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로스코에 대한 애도와 헌정의 의미를 강하게 지닌다. 그는 1962년,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1910–1962)의 죽음을 계기로 처음 작품 제목에 구체적 인명을 사용한 바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후기까지 다양하게 변주되며 지속되었다.




작품 제목에 인명을 부여하는 행위는 단순한 명명을 넘어 회고적·성찰적 정조를 작품에 부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나아가 점차 추상화되는 음악적 언어 속에서도 특정 인물—대개 동시대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환기함으로써, 청중이 음악을 들을 때 예술적 기억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동시에 떠올리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명 행위는 하나의 기호 또는 상징으로 작동하며, 중기 작품에 그가 사용한 전통 어법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표면에 머무를 뿐 내적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제목의 구체성과 음악의 추상성은 서로 불일치를 이루어 일종의 ‘병렬적 의미’를 형성한다.


펠드먼이 제목으로 삼은 인물들은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필립 거스턴 등 뉴욕파 화가를 비롯해, 그에게 깊은 영향을 준 존 케이지, 전설적 유대교 랍비 아키바(Akiba, 서기 50–135경), 그리고 연주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이름들은 5,60년대 예술의 지형을 그러내며, 특히 뉴욕의 실험적 예술을 이끌었던 동시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환기시킨다. 그의 중·후기 작품 가운데 구체적 인명을 사용한 주요 곡들은 다음과 같다



인명을 제목으로 사용한 주요 곡들


이 가운데 특정 인물의 죽음과 연관된 헌정 빛 애도의 의미로 이해될 수 있는 펠드먼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For Franz Kline (1962) — 화가, 1910–1962

•Madame Press Died Last Week at Ninety (1970) — 피아니스트, ?-1970

•Rothko Chapel (1971) — 화가, 1903–1970

•For Frank O’Hara (1973) — 시인, 1926–1966

•For Philip Guston (1984) — 화가, 1913–1980

•For Stefan Wolpe (1986) — 작곡가, 1902–1972


이러한 특정 인물에 대한 의도적 참조는, 기호로서의 제목과 음악적 내용 사이에 형성되는 병렬적 긴장과 더불어 펠드먼이 초기부터 일관되게 강조해온 ‘추상’이 자전적 경험에서 비롯된 정서적 구체성과 역사적 성찰을 그 내부에 함축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역설적 측면은《로스코 채플》에서 로스코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예배당이라는 공간적 맥락이 추상적 사운드 및 히브리 선율과 결합함으로써 이 작품을 회고적이며 성찰적 정조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계적 성격의 작품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펠드먼에게 예술은 죽음과 삶, 추상과 구상, 구체성과 초월성의 경계 사이를 미끄러지며, 내면을 향한 관조와 응시의 장으로 이끄는 매개체와 같다. 추상은 구체성을 결여한 상태가 아니라, 구체성을 내포하면서도 이를 즉각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침묵의 행위에 가깝다. 이 침묵은 경계 위에 놓여 있어 명확히 포착되기 어렵지만, 바로 그 경계적 성격이 체험의 장을 형성하며 고유한 구체성을 획득한다. 이러한 태도는 예술 행위를, 죽음이라는 인식 불가능한 한계 앞에서 삶을 지속적으로 비추는 애도의 실천으로 전환시키며, 이러한 맥락에서《로스코 채플》역시 애도와 헌정의 의미를 내포한 정서적·미학적 층위를 획득하게 된다.


https://youtu.be/hpvyjwkUrRc?si=qfuZjy7ROPU0gp7r



1. 뉴욕 예술가 집단 가운데에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뉴욕 스쿨에 속했던 예술가들 가운데 마크 로스코 외에도 잭슨 폴록(1912–1956)은 음주운전 사고로 44세의 나이에 사망하였고, 프란츠 클라인(1910–1962)은 심장마비로 51세에 세상을 떠났다. 시인 프랭크 오하라(1926–1966) 또한 해변에서의 사고로 40세에 사망하였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들은 당시 예술가 공동체 전반에 일정한 정서적 흔적을 남겼으며, 펠드먼의 중기 음악에 나타나는 정서와 시간 감각 역시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부분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펠드먼은 한 인터뷰에서 그의 음악이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음악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이는 그의 유대적 정체성을 지시하는 질문이기도 하다—‘애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를 특정 역사적 사건에 대한 애도로 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그 의미를 확장하여, 사라짐과 죽음에 대해 작곡가로서 취하는 윤리적 태도를 가리키는 말임을 밝힌다. Morton Feldman, "Prolog: about Jiddishkeit," in Essays, ed.Walter Zimmerman (Kerpen: Beginner Press, 1985), 7

3. Herald (1954) Franz Kline https://americansuburbx.com/2015/12/franz-kline-discussing-black-and-white-19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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