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스며듦

Permeation

by Zen

로스코 예배당은 낮은 천장과 어둡게 조절된 조도를 기반으로, 빛의 미세한 변화 속에서 로스코 작품의 표면이 서서히 드러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적·시각적 조건을 반영하여 작곡된《로스코 채플》은 음향의 확산과 스며듦을 통해 예배당의 공간과 직접적으로 상호 작용한다.






초연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보면, 8각형 벽면을 따라 배치된 연주자들은 중앙 객석을 둘러싸듯 자리하여, 그 음향이 청중을 감싸며 벽면과 공기층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이는 경계선 없이 색면이 퍼져 나가는 채플 연작의 회화적 방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악기의 어택이 극도로 제어되고 긴 잔향은 공간 내부로 서서히 확산되며, 소리가 지닌 촉각적·감각적 실체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소리의 확산과 스며듦의 효과는 특히 다양한 타악기의 사용을 통해 구현된다. 펠드먼은 생애 전반에 걸쳐 타악기의 음색 가능성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이 작품에서는 팀파니·베이스 드럼·테너 드럼·비브라폰·공·차임·우드 블록 등 서로 다른 재질과 특성을 가진 악기들을 통해 넓은 음역대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공간음향을 구축한다.


예를 들어 차임과 고음역대 건반악기인 첼레스타가 금속성 울림을 통해 밝고 투명한 색채감을 확산시킨다면, 팀파니·공·베이스 드럼 등 저음역 타악기들은 깊고 안정된 음향적 배경을 형성한다. 이 두 음향층이 모음 중심의 합창과 결합할 때, 청자를 감싸는 신비롭고도 부드러운 질감의 독특한 음향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한 타악기의 섬세한 음향 구성은,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작품의 구조와 타악기의 다이내믹이 긴밀하게 상응하며 작용함으로써, 작품 전체의 시간적 윤곽을 그려낸다.



《로스코 채플》에서의 음향의 확산과 감각적 스며듦은, 로스코가 깊은 영향을 받았던 기원전 폼페이의 ‘신비의 빌라’(Villa of the Mysteries)에서 그 시각적 등가물을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한 색채 속에서 실물 크기의 인물들이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이 벽화는, 관람자를 물리적으로 둘러싸며 시각적 경계를 확장시키는 강한 몰입감을 준다.


‘신비의 빌라’ 프레스코화


이러한 방식은 로스코의 색면회화가 빛의 흡수와 수렴을 통해 관객을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작용과는 또 다른 층위에 놓이며, 오히려 펠드먼의 《로스코 채플》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음향에 더 가까운 시각적 아날로지(analogy)로 기능한다. 즉, 고음역 금속 타악기와 저음역 타악기의 대비, 그리고 공간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음향의 흐름은, ‘신비의 빌라’가 화려한 색채와 인물의 규모를 통해 관람자를 포용하는 방식에 상응한다.


결과적으로 색채를 지우며 어둠 속에서 빛의 감각이 서서히 떠오르는 로스코의 채플 연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펠드먼은 나아갔지만, 이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이 아닌 서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의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펠드먼은 다양한 타악기의 색채적 대비를 더함으로써 체험의 감각적 밀도를 한층 강화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음향은 언제나 고요함 속에서 스며들듯 존재하며, 지워지거나 결핍된 감각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고요함의 층위를 채워 나간다.



1. ‘신비의 빌라’ 프레스코화는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 내 ‘신비의 빌라’에서 발견된 기원전 1세기경의 벽화이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묻혀 빛과 공기가 차단된 채 2천 년 가까이 어둠 속에 있던 이 벽화는 20세기 초에 발굴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침묵과 어둠이 화려한 색채를 지켜내는 조건이 되었다. 로스코는 1959년 이 장소를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이후 그의 작업, 특히 시그램 벽화에서부터 로스코 채플 연작에 이르는 일련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몰입적 공간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 크리스토퍼 로스코,『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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