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 Question
https://youtu.be/Y8al_H6IRaQ?si=AHmQ_9dXdLH6XyXU
《로스코 채플》의 종결부는 3도 간격의 비브라폰 오스티나토가 만들어내는 잔향의 공간 속에서 시작된다. 약음기를 낀 비올라가 유대교 선율을 세 차례 반복할 때, 뒤이어 합류하는 첼레스타가 빛처럼 번지는 울림을 더하며, 음악은 고요의 질감을 형성한다. 그 위로 합창의 불협화음—즉, ‘펠드먼적인’ 추상적 사운드—가 돌아오며 작품의 다층적 표면이 한층 깊어진다. 세 번의 반복이 끝나 히브리 멜로디가 사라진 뒤에도 오스티나토는 멈추지 않는다. 부동과 전진 사이의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체 음악은 응답 없는 메아리처럼 특별한 종지 없이 사라지듯 마무리된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몇 달 전,
작품에 대한 깊은 회의 속에 있던 로스코는
내게 물었다.
‘내가 찾고 있는 게… 정말 거기 있는 걸까?’
그는 작품 안에 무언가가 이쪽에,
또 저쪽에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그것이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그림들—도대체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 그림들은 어떤 면에서
재스퍼 존스의 작업과도 닮아 있으며,
어쩌면 시(poetry)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인용이 드러내듯, 펠드먼에게 예술은, 형식이나 기술적 구성의 차원을 넘어서는 하나의 시적 체험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창작자가 마주한 고요 속으로 청자를 조용히 초대한다. 작곡가의 자전적 기억에서 떠올라 자기 동일성에 작은 균열을 내는《로스코 채플》의 히브리 선율은, 바로 그 이질성 덕분에 공동체가 공유하는 침묵의 울림을 만들어내며 청자를 생생한 기억의 자리로 이끈다.
이 기억의 도래는 추상의 견고한 표면을 흔들지만, 오히려 작품의 정서적 중심을 밝혀내는 시적 순간이 된다. 로스코 말년 회화에서 펠드먼이 체험한 ‘시와 같은 성격’은《로스코 채플》에서 그만의 시적 언어로 번역되며, 열린 결말로 귀결된다. 빛을 잃은 미완의 구조가 부재를 통해 진리를 드러내는 도상이듯, 소리 없는 음악은 침묵을 통해 길을 열고, 청자는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에 참여함으로써 초월적 순간의 목격자가 된다.
이때 침묵 위로 부상하는 선율은 ‘위로부터 내부로’ 당도해 주체에 의해 수용되는 드러나지 않는 본질, 혹은 진리에 가까우며, 현실과 초월의 경계에 머문다. 무음의 색채 속에서 빛처럼 스며드는 히브리 선율과, 로스코의《무제》, 종교적 기호가 제거된 로스코 예배당은 침묵의 구조 안에서 존재한다. 하지만 완전한 어둠이 색채를 보존하듯, 고요는 경계와 틈을 흔들어 시간 아래 숨겨진 진리의 표면을 감추는 동시에 드러내는 매개가 된다.
1. Chris Villars, ed., Morton Feldman Says: Selected Interviews and Lectures 1964–1987 (London: Hyphen Press, 2006), 71.
2. 하이데거에 따르면 “가장 지고한 것”은 말해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서 침묵과 멈춤 속에서 도달하며 보존된다. 그에게 침묵은 초월적인 것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이는 펠드먼 음악에서 고요함이 수행하는 역할—침묵 속에서 의미가 드러나고 보존되는 방식—과 맞닿으며, 말해질 수 없는 추상적 진실이 향하는 방향성을 함축한다. 하이데거,『회상: 횔덜린의 송가 <회상> 프라이부르크 대학 1941/42 강의록』, 178.
3. 펠드먼은 쿠르트 폰 마이어(Kurt von Meier)와의 인터뷰에서 유대교의 전설적 랍비 아키바를 언급하며, 현대 사회의 종말론적 정서와 세속화 가운데 예술이 놓인 위치를 설명한다. 그는 음악에서 선율·서사·형식과 같은 형식적 요소를 제거하고 오직 근본 원리—즉 경험(experience)만을 남기는 것이, 일종의 디아스포라 속에서 보존되는 ‘진리’와 같다고 말한다. 즉, 드러냄을 멈추고 은폐됨으로써 오히려 본질이 지켜지는 역설적 구조가 그의 사유에서 핵심을 이룬다. Kurt von Meier. “Interview with Composer Morton Feldman” 1968. https://www.kurt-vonmeier.com/interview-with-composer-morton-fel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