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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아닌 결론

by Zen

고요함은 소리가 있지만 없는 듯한 상태를 가리킨다. 파도가 잠잠해지더라도 해류는 멈추지 않으며, 바람이 잦아들더라도 지구의 운행은 멈추지 않는 것과 같다.《로스코 채플》은 펠드먼의 전 레퍼토리 가운데 극히 이례적인 작품이지만, 시각과 청각, 기억과 현재, 침묵과 선율 등 서로 다른 범주들이 교차하며 고요함의 표면과 그 시간성을 형성한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모든 범주들은 필자의 경험, 곧《로스코 채플》의 고요함을 경험한 자리에서 출발하여 다시 그 자리로 귀결된다. 고요함이 정적이지만 단순한 침묵이 아니듯, 펠드먼이 평생을 거쳐 추구한 추상과 음악이라는 비물질적 실체는 각 개인마다 다르게 경험되는 시간 속에서 생생하게 감각되는 존재로 드러난다. 보편성은 논리의 자기완결성이 아닌, 개별 경험의 주관성 위에 포개지는 무수한 조각의 집합과 같다.


다양한 역설을 아우르며 소멸의 순간을 포착하는 하나의 시선으로서,《로스코 채플》은 열린 구조 속을 떠도는 환영이자, 모든 사라져가는 것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자전적 선율의 삽입을 통해 모국어로서의 히브리 선율을 호출하며, 매 순간이 소멸이자 생성인 시간 아래를 흐르는 울림이 된다.


본 논문의 결론 역시 ‘고요’라는 필자의 모국어로, 부재와 결핍 가운데 머무는 미완의 울림이기를 바란다. 침묵은 소리를 갈망하고 말해지지 않은 것은 가슴 깊이 새겨지며, 지워진 색채는 빛을 향한 기다림 속에서 완전해진다.


https://youtu.be/cvqjTsvO-fA?si=CaVpA5Vwmm0SfQf3


If

by Michael Nyman


만약에 소망이 담긴 음악소리에 여름해가 빛난다면

만약 미소가 하늘에 있는 구름을 모두 씻어낼 수 있다면

만약 단 한 번의 윙크만으로

가을 낙엽이 모두 날아가 버린다면

그리고 만약 당신이 지상에 있는 모든 낙엽들을 날려버리기 위해

깊은 숨을 내쉴 수 있다면


나는 팔을 흔들고 눈을 깜박여볼거야

이 세상의 모든 해로운 것들을 멈추게 하기 위해 기도할꺼야.

손짓하나로 겨울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면

만약 당신이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을 바꾸기 위해

초를 켤 수 있다면

나는 모든 곳에, 모든 아이들에게, 여자와 남자들에게

사랑을 속삭일거야.

만약 내 소망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내가 이뤄낸 것일꺼야.



1. 니만은 그의 저서 『Experimental Music: Cage and Beyond』에서 펠드먼을 케이지 이후 실험음악의 주요 인물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며, 반복과 비선형적 시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미니멀리즘의 미학적 지형 안에 위치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니만의 반복 기반 조성 구조에서 나타나는 서정성과 펠드먼의 추상적 시간성은 표면적으로 대조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양자는 모두 청취자의 시간 지각을 재구성하려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니만과 펠드먼 사이의 차이는 아르보 패르트와 펠드먼 사이의 미묘한 미학적 간극에 더 가까우며, 케이지와 펠드먼 사이에 존재하는 작곡 개념의 거리보다 상대적으로 근접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니만의 음악이 펠드먼과 공유하는 시간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케이지와 펠드먼 사이의 미학적 전제 차이보다 더 가까운 층위에 놓여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Michael Nyman, Experimental Music: Cage and Beyon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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