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악을 보다'

감각의 전이와 수렴

by Zen

‘음악을 보다’라는 역설적 개념은, 펠드먼 음악에서 경험되는 고요의 상태가 청자의 감각을 공간 및 내면으로 전이시키는 과정에서 생성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때 소리는 단순한 청각적 대상이 아니라, 시각적·공간적 감각이 교차하는 통합된 지각의 장으로서 경험된다. 대체로 낮은 음량과 느린 움직임, 고정되지 않은 흐름 속에서 비선형적으로 전개되는 여백 중심의 구조는, 청자의 인식을 점차 하나의 잠잠한 상태로 이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지각적 상태를 일으키는 펠드먼 음악의 특성을 ‘고요함’으로 명명한다.

고요함은 청자의 지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감각 간 경계를 허물며 공감각을 활성화시킨다.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생성된 미세한 긴장은 청자의 주의를 공간으로 돌려 놓고, 소리로 가득 차 있을 때 인식되지 않던 시공간의 질감과 자연의 미세한 소리, 그리고 그것을 반영하는 청자의 내면 공간까지 서서히 드러나게 한다. 이처럼 고요함은 청각 요소의 결핍이 불러오는 지각의 전이이자 내면으로의 응시를 유발하는 하나의 감각적 사건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적 전이가 언제나 같은 형태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세기 음악 가운데 침묵의 의미를 가장 급진적으로 탐구한 작품인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의《4분 33초》는 콘서트홀 내부에 있는 이들의 감각을 긴장시키며, 그 시선을 공간과 내면의 자리로 이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침묵은 고요로 수렴되지 않는다.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소음, 우연적 사건들이 전면에 드러나며, 청자는 우발적 사운드의 파도 속에 놓이게 된다. 이 작품에서 침묵은 세계를 무한히 열어두는 ‘사건의 장’이다.

반면 모튼 펠드먼의 음악은 케이지의《4분 33초》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과는 다른 종류의 경험을 형성한다. 펠드먼의 음악에는 여린 음량, 부드러운 음색, 느린 시간의 흐름이 공존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정서는 청자의 지각을 긴장시키기보다 잠잠하게 만든다. 섬세하게 조율된 음향이 청자를 감싸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감각이 교차하며 모든 감각은 하나의 ‘현재적 체험’으로 수렴된다.

이러한 고요함 속 몰입 상태는 음악 감상을 단순히 들리는 차원을 넘어 일종의 시각적 체험으로 전환시킨다.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 속에서 음악은 눈에 보이는 실체처럼 포착되며, 청자는 시간의 압축과 확장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 몰입의 순간은 개별 감각 주체의 한계를 넘어, 결국 ‘지각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게 만들고, 지각 주체로서의 ‘나’를 고요히 응시하게 하는 관조의 순간으로 귀결된다.


필립 거스턴 작업실에서의 모튼 펠드먼


이처럼 고요가 일으키는 감각적 전이와 수렴의 과정은, 시각 예술과의 긴밀한 접점 속에서 음악의 형태와 의미를 탐구했던 펠드먼의 예술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1950년대 뉴욕파 화가들과의 교류와 추상회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펠드먼은 소리와 색,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를 발전시켰으며, 이러한 인식은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음악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음악을 보다’라는 역설적 개념은 소리를 시각적 이미지로 환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간의 현존을 감각적으로 목도하는 경험을 가리킨다.

그의 음악에서 소리는 더 이상 단순히 들리는 대상이 아니라 시간 자체를 드러내는 매개가 되며, 시간 그 자체가 하나의 감각적 실체로 경험된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추상의 경험’, ‘불확정성’, ‘관조와 응시’라는 세 가지 소주제를 중심으로 펠드먼 음악의 전반적 특징을 고찰한다. 이를 통해《로스코 채플》 분석에 앞서 그의 음악이 시각예술과 맺는 관련성을 살피고, ‘음악을 보다’라는 관점이 지닌 다층성과 그 속에 스며든 관조와 응시의 경험을 ‘고요함’의 내적 의미과 연관 지어 탐구할 것이다.



Photo by Renate Ponsold. Juan Manuel Bonet, “I Learned More From Painters Than I Learned From Composers,” in Vertical Thoughts: Morton Feldman and the Visual Arts, 31–38 (Dublin: Irish Museum of Modern Art,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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