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남기는 작은 레시피
오늘은 너에게 조금 특별한 레시피를 남겨두고 싶어.
사실 이건 거창한 요리는 아니야.전자레인지로 몇 분이면 완성되는,아주 간단한 라따뚜이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요리를 만들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해.
“삶도 요리랑 참 닮아있다”는 생각.
처음에는 재료들이 따로따로 놓여 있어.
애호박, 가지, 버섯…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르고,어떤 건 단단하고 어떤 건 금방 물러지기도 하지.
그 모습이 꼭사람마다 다른 성격 같고,각자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인생 같아서.
그래서 이 요리를 만들 때는한 가지 중요한 걸 꼭 지켜.
모든 재료를 비슷한 크기로 썰어주는 것.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게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크기로.
사람도 그렇거든.
너무 앞서가려고만 하지 않아도 괜찮고,너무 뒤처졌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괜찮아.
너만의 속도로,하지만 세상과 어울릴 수 있는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면 되는 거니까.
혹시 나중에 네가 이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면,이렇게 해보면 돼.
어렵지 않게,천천히 따라 하면 충분해.
애호박 하나, 가지 하나,그리고 버섯 몇 개를 준비해서 너무 두껍지 않게, 비슷한 두께로 썰어줘.
그리고 그릇 바닥에 토마토소스를 얇게 깔아주고,그 위에 썰어둔 채소들을 하나씩 겹쳐가며 올리면 돼.
마치 퍼즐을 맞추듯,차곡차곡.
그 위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르고 소금을 한 꼬집 정도만 더해줘.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5분에서 7분 정도.
중간에 한 번 꺼내서 잘 익었는지 확인해도 좋아.
마지막으로 치즈를 올리고 1분만 더 돌리면, 완성이야.
생각보다 참 단순하지?
이 요리를 만들다 보면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 있어.
하나씩 올려두다 보면 처음엔 어수선해 보여도 점점 모양이 잡혀.
인생도 비슷해.
지금 당장은 이게 맞는 선택인지,잘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선택들이 쌓여서 너만의 모습이 만들어질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기다리는 시간.
이건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안에서 천천히 익어가고 있거든.
너도 그런 시간이 필요할 거야.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고 남들보다 느린 것 같아서 불안해지는 순간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는 분명히 잘 하고 있을 거니까.
마지막에 치즈를 올리면 모든 재료가 하나로 어우러져.
각자의 맛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연결되는 느낌.
엄마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자기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
살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많고,갑자기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는 이 라따뚜이를 떠올려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빠르지 않아도 괜찮고,조금 서툴러도 괜찮다는 걸.
언젠가 네가 이 레시피를 다시 꺼내보게 될 날이 오면,
그날의 너도 따뜻한 식탁을 차릴 수 있기를 바라.
그리고 그 식탁 위에 네가 걸어온 시간과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를.
오늘도,네가 만들어갈 삶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