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이 나오면 겨울이 왔다는 걸 안다」

제철에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굴무국

by jasmin




엄마는 계절이 바뀌는 걸
달력보다 식재료로 먼저 알아.
굴이 나오면
아, 겨울이 왔구나 싶고
무가 달아지면
아, 이제 국물이 필요하겠구나 싶거든.
그래서 오늘은
이 국을 꺼내게 됐어.

굴은 말이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야.
찬바람이 불어야 살이 차고
바닷물이 차가워져야 단맛이 돌아.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겨울에 굴을 먹으면서
몸을 보하고, 기운을 채웠어.

제철에 먹는다는 건
비싼 걸 먹는 게 아니라
몸이 필요로 하는 걸
제때 받아들이는 거야.


엄마가 끓여주는 굴무국 (2인분)


재료
생굴 200g
무 1/4토막
대파 1/2대
두부 반 모
물 1L
다진 마늘 0.5큰술
국간장 1큰술
액젓 1큰술
소금 약간

재료는 늘 그랬듯
집에 있는 만큼만 있으면 돼.
조금 모자라도 괜찮아.


만드는 법 (엄마의 방식으로)


1.굴은 꼭 소금물에 씻어.
이건 잊지 말아야 할 첫 번째야.
맹물에 씻으면
굴이 가진 맛이 빠져나가 버려.
손으로 살살 흔들어 씻고
체에 받쳐 잠시 쉬게 해줘.
아기 다루듯이.
소금물의 농도는 1리터 ( 5컵 정도) 에 소금 2 큰술
바닷물 농도와 비슷해서 굴이 이물질을 더 잘 뱉어낸단다

2.무는 얇게 썰어.
빨리 익고, 국물이 시원해져.
냄비에 물과 무를 먼저 넣고 끓여.
굴은 아직이야.
무가 반쯤 투명해질 때까지
불은 중불.
급하게 센 불 올리지 않아도 돼.
요리는 늘 계절처럼
천천히 가는 게 좋아.

3. 무가 반투명해지면 마늘 반 큰술,
국간장 한 큰술,
액젓 한 큰술.


4.국물이 다시 끓어오르면
그때 굴을 넣어.
굴은 오래 끓이지 마.
굴을 넣고 나서는
2~3분.
겨울 바다는 오래 끓이지 않아도
이미 깊어.

5.마지막에
두부와 대파를 넣고
한 번만 더 끓여.
간은 꼭 맛을 본 뒤에.
싱거우면 소금을 조금만.

엄마의 꿀팁

혹시 비린내가 걱정되면 맛술 한수저 , 칼칼한 맛을 원하면 청양고추 1개 썰어넣어도 좋아

엄마가 덧붙이는 말

제철 음식은
잘하면 더 맛있고
못해도 크게 망치지 않아.

사람 인생도 비슷해.
지금 네 나이에 해야 할 게 있고
지금이라서 괜찮은 실패도 있어.
오늘 국이 마음에 안 들면
내일 다시 끓이면 돼.
요리도, 삶도
다음 번이 항상 있어.

이렇게 먹어도 좋아

밥을 말아 먹어도 좋고
찬밥을 넣어 같이 끓이면
그게 굴국밥이야.
혼자 먹는 저녁엔
그게 더 든든하더라.


딸에게

혼자 사는 날이 길어질수록
계절을 잊기 쉬워져.
아침저녁 온도도,
몸이 보내는 신호도.
그래서 엄마는
제철 음식을 꼭 챙겨 먹었어.
그게 나를 계절에
붙들어 두는 방법이었거든.
제철은
늘 다시 돌아와.
네 인생도 그래.
엄마는
네가 네 계절을
잘 지나가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