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냄새
냉이국을 끓이면
집 안 공기가 먼저 바뀐다.
아직 바깥은 쌀쌀한데
냄비에서 올라오는 냄새만큼은
분명 봄이라고 말하고 있다.
냉이는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미는 풀이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눈 녹은 자리에 제일 먼저 올라와
“이제 괜찮아” 하고 말하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냉이를 보면
괜히 마음부터 풀어진다.
어릴 때 너는
냉이국을 썩 반기지 않았지.
풀이 떠다니는 국 같다고,
쌉쌀한 맛이 싫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도 어릴때는 흙냄새 난다고 싫어했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 국은 맛보다
이른 봄의 기운을 먹는 국이라는 걸
냉이국은
요란하게 끓이지 않아도 된다.
된장을 먼저 풀고,
마늘을 조금 넣고,
냉이는 마지막에 넣어
숨만 죽이면 된다.
오래 끓이면
냉이의 봄은
금방 사라진다.
엄마가 적어두는 냉이된장국 레시피
재료 (2~3인분)
냉이 두 줌 (약 150g)
두부 1/2모
대파 1/3대
육수
물 1L
다시팩 1개 또는 코인육수 2알
양념
된장 2큰술
고추장 0.5큰술
다진 마늘 0.5큰술
냉이 손질은 이렇게 해
냉이를 손질할 땐
뿌리를 너무 짧게 자르지 마.
시든 잎은 떼어내고
뿌리와 줄기 사이 거뭇한 부분만
칼로 살살 긁어내.
물에 잠깐 담가 흙을 불린 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주면 충분해.
뿌리에 남아 있는 그 향이
이 국의 핵심이거든.
(냉이는 손질해서 살짝 데친 뒤
냉동해 두었다가 먹어도 괜찮아.
향을 제대로 느끼려면
3개월 안에는 먹는 게 좋아.)
끓이는 순서
냄비에 물과 다시팩을 넣고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10분 뒤 다시팩은 건져내.)
된장 2큰술, 고추장 0.5큰술을 풀어준다.
고추장은 조금만 넣어.
국물이 훨씬 깔끔해진다.
국물이 팔팔 끓으면
냉이와 다진 마늘을 먼저 넣는다.
향이 올라오면
두부와 대파를 넣고
2~3분만 더 끓여서 불을 끈다.
국은
끓이는 시간이 아니라
멈추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혹시 나중에
네가 혼자 밥을 먹는 날이 오면,
아무 이유 없이
집 생각이 나는 날이 오면
냉이국을 끓여봤으면 좋겠어.
된장 냄새에
냉이 향이 섞이면
그 순간만큼은
네가 어디에 있든
집에 있는 것 같을 거야.
제철 음식은
몸을 보살피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먼저 데워주는 음식이기도 해.
냉이국은
“잘 지내고 있니” 하고 묻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국이니까.
봄은 늘
아주 조용하게 온다.
냉이처럼,
아무 말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