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함 폭발 봄 한 접시
사랑하는 딸에게,
봄은 늘 조용히 와.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피어 있는 게 아니라,
비 한 번, 바람 한 번 지나가고 나면
가지 끝이 통통해져 있지.
오늘은 그런 날이었어.
봄비가 하루 종일 내렸고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깐 낮잠을 잤지.
눈을 떠보니 부엌이 어둑했고,
괜히 따뜻하고 바삭한 게 먹고 싶더라.
그래서 냉이전을 부쳤어.
언젠가 네가 혼자 살게 되면
봄이 올 때마다 이 맛이 생각났으면 해서
오늘은 냉이전 레시피를 적어둔다.
냉이 손질부터 천천히
냉이는 봄의 냄새를 닮았어.
흙냄새, 풀냄새, 아직 차가운 바람 냄새.
먼저 누런 잎은 떼어내고
뿌리와 줄기 사이 거뭇한 부분은
칼로 살살 긁어줘.
물에 10분쯤 담가 흙을 불린 다음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야 해.
조금 번거롭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냉이의 향이 맑아져.
물기를 털고
2~3cm 정도로 듬성듬성 썰어줘.
너무 잘게 자르면 향이 금방 날아가.
요리는 성격을 닮는 것 같아.
조급하면 향이 사라지거든.
반죽은 욕심내지 말 것
냉이 두 줌,
밀가루 한 컵.
그리고 이 집만의 비밀은
소금 대신 된장 반 숟가락.
된장은 냉이와 참 잘 어울려.
짭짤함보다는 깊이를 더해주지.
들기름 한 숟가락도 잊지 말고.
반죽은 많이 저으면 안 돼.
아기 다루듯이 살살 버무려.
냉이들이 서로 겨우 붙어 있을 정도면 충분해.
사람 사이도 그래.
꽉 붙잡으려고 하면 숨이 막히고,
조금 여백이 있어야 오래 간단다.
부칠 땐 망설이지 말기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얇게 펴서 올려.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면
딱 한 번만 뒤집어.
여러 번 뒤집으면 바삭함이 사라져.
인생에도 타이밍이 있듯,
전도 그렇더라.
전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빗소리와 묘하게 닮았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향긋한 냉이전 한 장.
이 계절에만 잠깐 만날 수 있는 맛이야.
그래서 더 소중하지.
딸아,
살다 보면 계절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거야.
그럴 때는 잠시 멈춰서
냉이 한 단 사 와서 전을 부쳐보렴.
기름 냄새와 풀 향이 섞이는 그 순간,
아, 봄이 왔구나 하고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질 거야.
너의 하루에도
이렇게 작은 계절이 자주 머물기를.
사랑을 담아,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