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전해두는 작은 레시피, 명란두부덮밥

혼자 먹는 날에도 따뜻했으면 좋겠어서

by jasmin


요즘은 네가 뭘 먹고 지내는지 가끔 궁금해진다.
같이 살 때는
오늘 뭐 먹고 싶은지 묻고
냉장고를 뒤적이며 반찬을 만들던 일이
그저 평범한 하루였는데,
네가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며
혼자 살기 시작하고 나니
그 평범했던 일들이
참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싶다.
엄마는 가끔
네가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늦은 저녁
조용한 자취방에서
휴대폰을 보며 밥을 먹고 있을까,
아니면 바쁜 날에는
대충 빵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지는 않을까.
엄마도 젊은 시절
혼자 살며 지내본 적이 있어서 안다.
혼자 먹는 밥은
생각보다 쉽게 대충 먹게 된다는 것을.
그래도 말이야,
살다 보면
누군가가 차려준 밥보다
내가 나를 위해 차린 한 끼가 더 힘이 되는 날도 있단다.
그래서 오늘은
네가 혼자 밥을 먹는 날
가끔 생각났으면 하는
아주 간단한 레시피 하나를 적어본다.
거창한 요리는 아니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3분이면 만들 수 있는 명란두부덮밥이다.



엄마의 초간단 명란두부덮밥


먼저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준비해.

그리고 두부 반 모를

숟가락으로 살짝 으깨서

밥 위에 포근하게 올려주렴.

명란은 반으로 갈라

껍질을 벗기고 알만 살짝 얹어주고

쪽파가 있다면 조금 송송 썰어 올려도 좋다.

마지막으로

버터 한 조각을 올린 뒤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만 돌려봐.

버터가 천천히 녹으면서

고소한 향이 올라오기 시작할 거야.

그때 쯔유를 반 수저 정도만

살짝 뿌려서 잘 섞어 먹으면 된다.

정말 간단하지?

하지만 한 숟갈 떠먹어 보면

명란의 짭짤함과

두부의 부드러움,

버터의 고소함이 어우러져서

생각보다 꽤 든든한 한 끼가 된단다.


엄마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살면서 필요한 것들이
항상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것.
두부 반 모와
명란 조금처럼
작고 소박한 것들이
의외로 우리를 잘 버티게 해주기도 한다는 것을.
네가 혼자 사는 동안
분명 힘든 날도 있을 거야.
시험 때문에 지치는 날도 있고
사람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도 있겠지.
그럴 때
밥을 너무 대충 때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따뜻한 밥을 한 공기 담고
간단한 재료라도 올려
천천히 한 숟갈 먹어 보렴.
그 작은 시간이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다독여 준단다.
그리고 혹시
조금 외로운 날이 있다면
이 명란두부덮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엄마가 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대단한 날보다
이렇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던
평범한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니까.
오늘도
엄마는 네가 어디에 있든
밥은 잘 챙겨 먹고 지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간단한 한 그릇으로
너 자신을 잘 돌보기를.
엄마의 작은 레시피를
여기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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