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없는 새벽
조용하다. 건너편 아파트에도 7시가 다 되어가는데 불빛이 별로 없다. 엘리베이트를 기다리는 공간이거나 부엌에 난 작은 창이 건너다 보인다. 멀리 등대불빛 같은 반짝이는 등은 비행기에게 주는 신호다. 공항이 가까운 지역이다. 제주도에 사는 딸을 보내는데 10여분에 공항에 내려주고 곧 제주도에서 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진을 보니 거리감이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다.
아파트 평수를 10편 정도 줄여서 왔다. 짐을 줄인다고 했지만 그래도 살림이 많다. 그많은 책들과의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예고한다. 아파트에 도서관이 있다. 10여분 거리에 있는 경상대학교 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다.
살림을 줄이는 일이 제법 힘들고 오래 걸렸다. 수건, 우산, 다듬돌, 은행 나무 찻상, 다기들, 시어머님이 사 놓으셨던 프랑스제 양주 잔들과 접시들과 비누와 한복지들을 필요한 친구들에게 다 나누어 주었다. 족욕기, 자전거, 보면대, 우클렐라, 스피크, 화장대 등 20여건은 당근에 무료 나눔을 하였다. 책꽂이 두벌과 찬장 2박은 책을 가져간 친구가 가져갔다. 자개 3층장과 뒤주와 반닫이는 여고 후배가 시골집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이삿날 보냈다. 이사를 하면서 이사를 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 고마웠다. 무거워서 엄두도 못내던 옛날 물건들을 다 버려주었다. 물건들 속에서 편안했던 40여년이 다 버려진 느낌이다. 그리고 가벼워 진 채 19층에 산다. 이것은 마치 산 꼭대기 절벽에 지은 마천루 같다. 땅이 안보이는 높이. 나는 밤새 딜과 놀았다. 통유리에 달이 동쪽에서 떠서 아침이 올 때까지 머물렀다. 느리게 나와 눈맞춤하며 놀았다. 나느 맟 숲속 높은 마천루 난간에 앉아 달을 보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