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불고 별에 대한 기억은 습관이다.

두 번째 고백

by 이점선

바람은 불고 별에 대한 기억은 습관이다


카시오페아, 오리온, 북두칠성은

삼봉산과 오봉산 사이에 떠 있었다

하얀 빛의 겨울 세상을 지나

소나무 붉은 기둥 옆에 두고

굴뚝에선 따뜻한 연기가 올랐다

얇은 어둠은 세상을 다 보여주지 못했구나

더 어두워지자 보이기 시작했다

카시오페아, 오리온, 불두칠성

그리고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

이 세상 바람이 아닌 듯

겨울 바람이 불고

차갑지 않은 2월 바람이 불고

우리는 겨울 외투를 벗지 못했다

두꺼운 스케치북을 옆에 끼고

가장 비었을 때를 기억하는 바람의 스케치

하얗게 빛나던 경치는 가장 비운 상태의 세상

가장 비웠을 때의 충만으로 빛나던

카시오페아, 오리온, 불두칠성 별자리

그것들이 뜨겁게 가슴에 새겨지는 건

기억하는 별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해 가족들과 내대 골짜기에서 놀다가 밤 9시가 되어버렸다.

하산을 서두르는 중에 나는 한쪽 평상 위에 잠시 드러누웠다.

그리고 나는 푸르게 빛나는 밤하늘을 목격했다.

밤하늘은 검은 게 아니었다. 밤하늘은 파란 색이었다. 코발트 빛,

우리가 말하는 맑은 파란 바다, 반짝반짝 하얗게 빛나던, 한틈 빈틈 없는 별자리들. 꼭 39년 전의 기억.

그리고 하늘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까운 곳이었다. 내대 골짜기로 가서 다시 그 별들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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