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8월
2021년 8월 2일 월요일
오늘도 나는
오늘도 나는 새벽에 잠이 깼습니다. 풀고 가야 할 숙제가 있기에 잠이 깬 순간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갔습니다. 콩나물을 키우는데 아무래도 냄새기 이상하여 열어보았더니 맨 아래쪽이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는 성공하여 집에서 기른 콩나물을 먹었는데 이 여름에 시도한 것이 잘못이었나 봅니다. 할 수 없이 통째로 씻어버렸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만 가려서 씻어두고 나머지 콩나물이 되지 못한 썩은 콩은 이제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어졌네요.
계획했으나 실수하는 일, 실패하는 일, 실천하지 못한 일투성이 입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태양과 클라라>>는 지난 주 목, 금요일에 다 읽어야지 했는데 444쪽 중에서 279까지밖에 못 읽었고 계획했던 식단은 절반도 실천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여름 식단을 계획했는데 종류가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있네요.
2일 월요일
아침 해독주스 달걀 감자전 옥수수 과일 요플레
점심 해독주스 두부 감자샐러드 옥수수 과일 요플레
저녁 해독주스 달걀 과일 옥수수 콩국수
3일 화요일
아침 야채 샐러드 abc주스 감자샐러드 당근전 요플레 과일 옥수수
점심 ; 과일 감자 샌드위치 abc주스 옥수수
저녁 비빔밥(국수) abc주스 옥수수
4일 수요일
아침 abc주스 호박전 요플레 율무차(우유) 옥수수 오리고기
점심 abc주스 국수(나물) 과일 옥수수
저녁 abc주스 요플레 옥수수
5일 목요일
아침 abc주스 율무차 옥숫수 요플레 달걀 두부
점심 abc주스 감자 달걀 옥수수
저녁 abc주스 두부 율무차 옥수수
6일 금요일
아침 abc주스 감자 옥수수 달걀
점심 abc주스 콩국수
저녁 abc주스 오리고기 샐러드
7일 토요일
아침 과일 abc주스 율무차 감자샐러드 식빵
점심 abc주스 율무차 옥수수 콩국수 또는 게장
저녁 abc주스 율무차
10일간 계획했는데 남은 식단입니다. 가짓수가 너무 많나요?
계획한 일을 실천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습니다. 달걀은 못 먹었지만 해독주스와 요플레는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다 새싹보리까지 섞어서 연두빛으로 먹은 요플레도 집에서 만든 겁니다.
오늘도 나는
실패한 일을 정리하며 계획을 짭니다. 여름방학이지만 저랑 나머지 공부를 계속하는(지난 주부터 하고 있어요.) 아이들 간식도 계획하고 오늘아침 감자전을 해야하는데 냉장고에 이미 반찬이 너무 많아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일단 고민중입니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지만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 이틀은 실천하지 않았느냐?’ 이 새벽에 소설을 읽는 것은 아깝다던 제 관념을 버리고 <<태양과 클라라>>를 읽어야겠습니다.
오늘도 나는 잘 안되지만 진해 시가지를 산책하는 꿈을 꿉니다, 진해 여좌천을 중심으로 진해여고까지의 ‘고요한 여름 한 낮’은 그림 속을 혼자 걷는 느낌이 납니다. 걷다가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오면 그만인 진해 여름 시가지
가능을 가늠해 보며 ‘오늘도 나는’ 다 하든 못하든 하고 싶은 어떤 일을 계획해 봅니다.
독서를 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이에요. 도서관과 서점에 가서 훑어보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집어 든 다음 그 책들만 읽으면 됩니다. 지겨운 책은 내려놓고 질질 끄는 부분은 건너 뛰면 서요. 읽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또는 어떤 유행이나 운동의 일부라서 책을 읽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스무 살이나 서른 살에 지겹게 느껴진 책이 마흔 살이나 쉰살 때 당신을 위해 문을 열어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당신 인생의 특정 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책은 읽지 마세요. 출판된 그 모든 책만큼 출판되지 못한 책들이 있고, 그만큼 결코 쓰이지 못한 책들도 있으며, 쓰인 글, 역사, 심지어 사회적 윤리를 강박적으로 경외 하는 지금 이 시대에 조차 이야기의 형태로 전수 되는 것 만큼 책이 존재 하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또 쓰인 것의 관점에서만 사고 하도록 길들여진 사람들, 불행히도 우리 교육 체계의 산물들 거의 대부분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그런 식의 사고에 불과할 텐데, 그들이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세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진짜 역사는 여전히 흑인 이야기 꾼과 현자, 흑인 역사가와 주술사들에게 맡겨져 있지요.]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 작가는 생전에 인터뷰하기 가장 어려운 작가 중에 한 명이였다.
드디어 그 기자는 두근 거리는 심장을 부여 잡고 도리스 레싱의 법정 관리인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 가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법정 관리인 말에 의하면 도리스 레싱의 집안 곳곳에 있는 책들이 대략 사천 여권 정도(카탈로그, 잡지, 드로잉,기타 일간지 까지 포함해서)로 책꽂이나 상자에 들어 가 있지 않는 책들을 지금 부터 샅샅이 찾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지 기자와 법정 관리인 그리고 담당 편집장 두 명이서 도리스 레싱이 남긴 사천 여권의 책을 찾아 집안 곳곳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찾아낸 책 더미 속에서 기증 할 것 ,버려야 할 것, 사후 출간 목록에 들어 가야 할 것, 재단에 보낼 것 등등을 구분 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무너져 버리게 만든 도리스 레싱이 남기고 간 책들은 거의 마을 도서관이 보유한 양 만큼이였다.
비를 해독하다(강우현)
이계양추천 0조회 3721.07.28 08:05댓글 2북마크공유하기기능 더보기
비를 해독하다(강우현)
굵고 가늘게 반복하여 찍히는 부호
골목이 해독하지 못한 물이 줄을 서고
지나가는 사람의 신발이 젖는다
깜빡 사라지는 문자를 최초로 읽은 웅덩이나 호수
시멘트 마을은 맨홀이 처음 읽고
그 뒤로 고향이 그리운 사람이나 빈자리를 들인 사람,
어깨가 무거운 사람들의 필독서였다
산이나 들로 타전된 전파를 눈치 챈 건
개구리 모기 제비 쇠비름이나 질경이
사람의 말을 모르는 것들이었다
허공을 가로질러 도착한 소식은
구름의 기호를 사용했다
수취인 불명으로 읽히지 못한 것들은
강이나 바다에 설치된 지상 터미널에 모여
햇살에 몸을 말리고 어디론가 떠났다
똑,
똑,
하늘의 문자가 찍힌다
누구에겐 웃음이나
누구에겐 기다림, 눈물로 읽히는 내용들
손을 내밀어 닳아버린 지문으로
누군가 내게 보내는 부호를 해독하고
나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점선
봄
강가 버드나무에는 연두빛
벚꽃이 피기 전에 목련꽃 지고
목련꽃 떨어진 자리
버려진 세탁기 물 호스 안에
연둣빛 청개구리 몇 마리 꼬물꼬물
살아있다고 폴짝폴짝 풀숲으로 달아난다
아이들도 덩달아 풀짝폴짝
넓은 운동장에 햇살이 반짝
여름
법당 다기에 청개구리 한 마리
맹꽁이
아가 여기 있으면 안 돼
화분 이파리 위에 올려놓는다
논두렁 걸어가면
맹꽁이들 후두둑 흩어진다
저녁이면 앞 논에 다들 모여
한 소리로 운다 어찌나 큰 지
온 동네를 가득 채운다
가을
달빛 가득한 베란다에
츳츳츳 어린 귀뚜라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음운다
겨울
이파리 대신 불빛을 거는 빈 가지
잔잔하고 맑아진 강물
더 먼데서 날아온 철새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
비워둔 자리에 어느새
새 봄빛 불러 모우는 먼 산
2021년 8월3일
스토리텔링
인간은 세상사 모든 것을 이야기를 통해 이해한다.
- 사르트르
스토리텔링은 미처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다. 날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이야기가 담겨 있어 오감을 만족시켜 줄 스토리텔링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오랫 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이야기의 생명력에 줄을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엣날에 말이야..’로 시작하던 할머니 이야기는 얼마나 솔깃하게 어린 손자들을 끌어 모우는지 모릅니다. 어릴 적 할머니는 많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쑥국새 이야기’, ‘할아버지의 귀신 경험담: 북천 사돈댁애서 마차를 몰고 오시면서 빗방울이 머리에 맺혀 눈앞을 가린 것을 착각’, ‘일제 시대에 적응한 할아버지 형제간의 비교’ 등을 손자들에게 들려주셨습니다. 구전되어 오는 집안 이야기를 이렇게 후손들을 앉혀놓고 스토리텔링하신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한 저자는 스토리텔링의 telld에는 단순한 말하기가 아닌 구연자와 청취자가 같은 맥락 속에 포함됨으로써 구연되는 현재 상황이 강조된다. 현장성의 회복, 즉 새롭게 확장된 '구술 문화'의 차원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ing'는 상황의 공유, 그에 따른 상호작용성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풀이했습니다.
"스토리의 힘은 구체성의 힘이다. 유명한 예로 '원수를 사랑하라'란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추적하던 경감을 용서하는 '장발장'의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출판계에서도 자기계발서의 '우화형으로 메시지 전달하기' 기법은 베스트셀러로 가는 지름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우화적으로 전하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지금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간곡하게 전달한 『마시멜로 이야기』, 칭찬의 힘을 다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의 전통은 미국 시장을 넘어 국내에도 미치고 있다. 우화형 자기계발서는 2006년부터 한국형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스로 수학 교육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하는 교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논문에도 ‘스토리텔링을 통한 ∽∽∽’ 주제가 많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한 편의 스토리텔링이라고 봅니다. 내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한 줄 글쓰기를 통해 이야기의 생명력을 더 키워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1년 8월 4일
아이들과 나머지 공부 한 지 3일째 발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1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란 에세이집에 보면, 시인은 그런 이야길 한다. 만약 당신에게 앞으로 살 날이 10분 밖에 없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아니 ‘앞으로 1년만 살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을 들어봤는데, 앞으로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질문에 순간 온갖 생각이 다 지나갔다. 그 질문에 대뜸 막내가 생각이 났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아직 막내에겐 아빠가 ‘부재(不在)’이거나 불투명한, 기억에 제대로 자리잡지도 않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10분이면...당장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어렵고 전화통화를 해야 하나? 아니면 편지를 남겨야 하나? 몇 자 적다가 시간이 다 되어버리겠지. 생각이 복잡했다. 아내...그리고 애들에겐 뭘 남겨야 하나? 그러니 생각이 바빠졌다. 조급해졌다.
순간 시간이 남아 있다는 현실이 너무 감격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2 시간이 선물이다
이 명제thesis가 엄청 큰 위로로 다가왔다. 가족...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더 시간을 보내며 소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책을 보다가 첫째 초딩 5학년 아들을 안고 쇼파에서 잠들었다. 아들의 머릿결, 촉감, 느낌, 목덜미, 등...매끈한 다리와 엉덩이를 더듬어보며 주어진 시간에 감사했다. 그렇게 따지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 무언가란 질문을 해보았다. 인생에서 가장 the best의 선물은 ‘시간’이란 생각, 스펜서 존슨의 ‘Present is present’라는 말은 너무 식상하고, 상업적이고 지루하게 들린다.
“시간이 선물이다”
3 아직 굿나잇 키스는 안 됩니다!
이어령 박사가 자신보다, 부모보다 먼저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적은 글이 책으로 나왔더랬다.
딸과 함께 놀이동산에서 탔던 회전목마를 기억하면서 딸은 회전목마를 어릴 적 겁 없이 타고는 한 바퀴 돌고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딸을 회전목마에서 내리게 해야했다고 혼잣말을 한다. 그 말에서 사람의 마음을 잡고 울리는 아비의 슬픔이 느껴졌다. 딸과 함께 보낸 시간 속의 추억과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기억이 되고, 회상이 되고, 추억이 되는 걸까? 만약 그 추억꺼리가 될 시간조차 기억조차 없다면, 부재한다면 떠나보낸, 남아 있는 이는 얼마나 슬플까? 내가 고작 3살박이 늦둥이 막내 입장이 되었을 때, 딸의 입장이 되었을 때 아빠에 대한 기억의 부재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올까 봐 그게 너무 슬펐던 거다. 물론 내가 10분만 살고 죽으면, 아내는 혼자 살기보다 새 사람을 만나는게 나을 듯 하고, 기억 없는 생부인 나 대신에 새 아빠의 시간을 막내에게 선물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끔 만든다.
4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직 사랑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너무 감사했던 몇 달 전의 기록을 생각나서 들추어보았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여호와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시면서 질문하는 그 대사가 훅 치고 들어온다.
출애굽기 4:2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지팡이니이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나는 ‘시간’이란 대답을 했다. 내 손에 있는 시간의 지팡이! 아직 사랑할 수 있는, 막내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였던지 모른다. 다행히 막내는 4개월 동안의 입원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시술 후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아플 즈음에 코로나가 발발했다. 알라딘에서 내 글은 블랭크로 공백을 가졌지만, 솔직히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글을 썼다. 살아남기 위해, 힘을 내기 위해 난 더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 한 숨을 돌릴 수 있다.
아.직.사.랑.할.시.간.은.남.았.다.
5 조금 더 사랑해야
작가 김종원의 <사색이 자본이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생에 있어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마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플 것이다.”(316p)
라고 말했다.
6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시간은 선물이다.
내 손 안에 들려진 시간, 이 소중한 모래시계...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아직 사랑할 시간은 충분하다!!!
이제는
이제는 철학서를 더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겁고 어려운 철학서는 읽어야 하는데도 자꾸 제쳐두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동안 주로 문학쪽 책만 많이 손이 갔습니다. 역시 ‘스토리텔링’ 때문에 더 재미있었나 봅니다.
“인문학의 3대 분야”를 정의한 문구를 보았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경험했던 시행착오는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고,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대한 체험은 ‘문학’에서 찾을 수 있으며, 또 철학은 이 모두를 관통하는 가장 본질적인 규칙을 찾아내는 데 헌신한다.
문학과 역사, 철학이 흔히 인문학의 3대 분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책장을 둘러보니 역시 문학 쪽 책이 가장 많고 간혹 보이는 역사책보다는 철학서가 가장 많습니다. 주로 중국사가 많은데 우리나라와 중국 역사와 연대별로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에 구입해 놓은 것들입니다만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철학서나 인문서적들은 역시 쌓아놓고 필요할 때 억지로 조금씩 뜯어먹었네요. 책장에 ’남명집‘이란 책이 있습니다. 경상대 남명연구소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는데 종일 함께 답사하고 종일 세미나 참석해서 받은 책인데 그 때 여자라고 세미나에 참석 못하게 제지당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자 전공인 선생님 한 분과 딱 2명만 여성이었는데 어찌하여 세미나는 들을 수 있었고 세미나를 들은 기념으로 ’남명집‘ 문집을 받았습니다. 원고료 대신 받는 ’진주 시사‘가 있었는데 당장 눈에 안보입니다. 좋은 자료집인데 찾아야겠네요. 바슐라르의 책과 프루스트, 서양 철학자들 몇 꽂혀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해야 할 책들입니다. 읽어야 한다지만 저는 당분간 다음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푹 빠지고 싶습니다.
인드라망
인드라망은 불교용어이지만 현재는 운명 공동체, 생명 공동체의 의미로 활용합니다.
인드라망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한 줄 글쓰기” 밴드도 서로의 인드라망이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다라망 [因陀羅網] (두산백과)에는 “인다라(因陀羅)는 산스크리트어 indra의 음사로, 제석(帝釋)을 말함. 제석이 살고 있는 궁전을 덮고 있는 거대한 그물로, 그 마디마디에 달려 있는 무수한 보배 구슬이 빛의 반사로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고, 그 반사가 또 서로를 반사하여 무궁무진하다고 함. 걸림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이 작용하면서 어우러져 있는 장엄한 세계를 비유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인드라망은 모든 존재가 하나의 그물로서 끝없이 서로서로 얽혀있는 세계를 비유한 용어입니다. 인드라라는 그물은 한없이 넓은데, 그 그물의 모든 매듭에는 구슬이 달려 있고 그 구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를 비추는데 이는 개체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를 비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을 공동체도 하나의 생명체이다. 모든 마을이 인드라망처럼 서로 소통하고 이어져,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많은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서로 나누고 배려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면서 21세기 마을 공동체는 그러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로 자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명공동체”가 오래 전부터 전국에서 국지적으로 운영되고 있답니다.
“고령화와 도시집중 현상, 그 이후의 농촌에 관한 키워드는 ‘지역소멸’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사람이 모이는 마을이 있다. 바로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이다. 그 중심에는 ‘실상사’라는 비빌언덕이 있고, 실상사를 중심으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지난 1999년 ‘모든 실상이 연결된 유기적 생명공동체임을 깨닫고 우주의 생명 질서인 공존·협동·균형의 길을 간다’는 기치로 창립됐다. 20년간 생명평화운동을 비롯해 귀농학교, 지역공동체, 대안 교육, 생명 환경, 생활협동조합 등 대안적 살림 운동에 매진해왔다.”
개펄 마당
밀릉슬릉 주름진 건
파도가 쓸고 간 발자국
고물꼬물 줄을 푼 건
고둥이 놀다 간 발자국
스랑그랑 일궈 논 건
농게가 일한 발자국
오공조공 꾸준한 건
물새가 살핀 발자국
온갖 발자국들이 모여
지나온
저마다의 길을 펼쳐 보인 개펄마당
그 중에 으뜸인 건
쩔부럭 쩔푸럭
뻘배 밀고 간 할머니의 발자국
그걸 보고 흉내 낸 건
폴라락 쫄라락
몸을 밀고 간 짱뚱어의 발자국
갯돌
뾰록뾰록 뾰루지
따개비는 부스럼
찌덕지덕 생딱지
늘어붙은 굴딱지
새까맣고 얼룩진
울퉁불퉁 못난이
그래도 그 품에
아기 달랑게를 품었다
그래도 그 등에 꼬마 갯강구를 업었다
참갯지렁이
진흙 속에 살아도
나는 안다
점점 흐려지는 수평선
그 길이가 몇 리인지
자꾸 탁해지는 바닷물
그 깊이가 몇 길인지
갈수록 좁아지는 갯벌
그 남은 넓이도 얼마인지
다 안다
길쭉한 내 몸은 줄자
총총한 지네발 눈금으로
똑바로 재어보아
아주 잘 안다.
동생 보는 날
최종득
오늘은
우리 집 꼬막 터는 날
엄마는
새벽 일찍
바다로 나갔습니다
머리맡 밥상 위
종이 한 장
‘오늘 학교 가지 말고
동생 좀 봐라“
이럴 땐
이럴 땐
내가 둘이고 싶습니다
이버지 소원
서정혼
감자밭에 감자 심고
고구마밭에 고구마 심고
고추밭에 고추 심는
아버지는 농부입니다
’나 죽고 나면
저 논밭을 우야모 좋노
우야모 좋노”
막걸리 한 잔 드시고
오는 날이면
농사 걱정뿐입니다
자식들 가운데 한 놈이라도
농사를 지어야
편히 눈 금을 수 있다는 아버지는
내가 자라서 논부가 되는 것이 소원입니다
아버지 소원이 이루어질까
나도 걱정이 됩니다
무 씨앗 심은 날
무씨앗을 심었다
밭에 손으로 구멍을 뚫으니
쑥 파인다
자번에 비가 와서 축축해
쑥 파이는 것 같다
쑥 파인 곳에
무 씨앗을 넣었다
무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올 수 있을까?
못 뚫고 나올 것 같아 흙을 조금만 덮었다
“ 인드라망
인드라망은 불교용어이지만 현재는 운명 공동체, 생명 공동체의 의미로 활용합니다.
인드라망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한 줄 글쓰기” 밴드도 서로의 인드라망이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다라망 [因陀羅網] (두산백과)에는 “인다라(因陀羅)는 산스크리트어 indra의 음사로, 제석(帝釋)을 말함. 제석이 살고 있는 궁전을 덮고 있는 거대한 그물로, 그 마디마디에 달려 있는 무수한 보배 구슬이 빛의 반사로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고, 그 반사가 또 서로를 반사하여 무궁무진하다고 함. 걸림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끝없이 작용하면서 어우러져 있는 장엄한 세계를 비유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인드라망은 모든 존재가 하나의 그물로서 끝없이 서로서로 얽혀있는 세계를 비유한 용어입니다. 인드라라는 그물은 한없이 넓은데, 그 그물의 모든 매듭에는 구슬이 달려 있고 그 구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를 비추는데 이는 개체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를 비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을 공동체도 하나의 생명체이다. 모든 마을이 인드라망처럼 서로 소통하고 이어져,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많은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서로 나누고 배려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면서 21세기 마을 공동체는 그러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로 자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명공동체”가 오래 전부터 전국에서 국지적으로 운영되고 있답니다.
“고령화와 도시집중 현상, 그 이후의 농촌에 관한 키워드는 ‘지역소멸’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사람이 모이는 마을이 있다. 바로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이다. 그 중심에는 ‘실상사’라는 비빌언덕이 있고, 실상사를 중심으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지난 1999년 ‘모든 실상이 연결된 유기적 생명공동체임을 깨닫고 우주의 생명 질서인 공존·협동·균형의 길을 간다’는 기치로 창립됐다. 20년간 생명평화운동을 비롯해 귀농학교, 지역공동체, 대안 교육, 생명 환경, 생활협동조합 등 대안적 살림 운동에 매진해왔다.”
사진은 저희 집 베란다의 눈이 시원해지는 초록그물망입니다.
2021년 8월 6일 금요일
여름음식
오늘은 학회날이니 좀 있다 뵈요.
저희 집에서 주로 먹는 여름음식은 미역냉국 감자전 가지구이 자외초무침, 깻잎김치 고구마줄기김치이고 갈치는 가끔, 백숙은 건강을 위해 일년에 한 두 번, 게장은 너무 좋아하지만 맛있게 담기가 어려워 여수 쪽으로 가서 사먹고 옵니다.
힘내는 차로는 생강레몬차, 미숫가루, 콩물 등이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효능이 정말 좋긴하네요.
중요한 건 위의 야채를 시골에 가면 어른들께서 싸주신다는 겁니다. 아까워서 열심히 먹었는데 정말 훌륭한 식재료입니다. 제철 음식, 사는 곳 반경 5km이내의 이내의 식품이 내 몸에 제일 좋다는 애길 들은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도 시골로 갑니다.
시간되시면 읽어보세요.
미역 : 미역의 식이섬유 알긴산은 오렴물질을 흡착하여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 후코이단의 이란 물질은 항암능력이 있다. 칼슘함량이 시금치의 25배, 우유의 13배가 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내 환경 개선하여 변비를 없애준다.
식초 : 천연 발효된 식초를 양조식초라 부릅니다. 쌀식초, 현미식초, 곡물식초, 맥아시초, 사과식초, 감식초, 등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곡물을 베이스로한 식초들이 서양에서는 와인식초나 사과식초를 주로 사용합니다.출처: https://fpac.tistory.com/388 크게 다이어트, 고혈압 치료, 간 기능 향상, 면역력 및 소화기능 개선 등의 효능이 있습니다.
가지 : 칼륨과 엽산 함양이 높아 독소와 나트륨 배출을 도우니 고지혈증 개선이나 심장지환에 좋다. 항암작용, 피부노화 방지, 기미 죽은 께 억제, 다이어트
고구마 줄기: 고구마 줄기와 같이 식이섬유가 풍부한 나물을 섭취하게 되면 체내의 당분을 몸 밖으로 끌어내주는 효과를 볼 수 있어 당과 칼로리의 섭취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각종 비타민과 탄수화물, 미네랄은 물론 플라보노이드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체중조절에 따른 영양 결핍을 막아줍니다.
조선오이(노각): 노페물 배출, 항암작용, 심혈관질환 해소, 골다공증, 위장 기능 강화, 뼈 건강, 이뇨 작용, 피로 회복, 숙취 해소
깻잎 : 빈혈 개선, 피부 미용, 항균 작용, 감기 예방(항알레르기)
좋은 여름 음식 잘 드시고 건강하세요.
2021년 8월 7일 토요일
나 누구게?
가을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더워서 선풍기 없이 잘 수 없는
잠이 잘 들지 않는 밤에
창 너머에서
자꾸만 묻는다
내가 누구게?
내가 누구게?
“츳, 뜨르르르”
가늘게 작게
애기 귀뚜라미가
자꾸 묻는다
자신이 돌아왔노라
힘겹게 알리는 저 소리
입추 전날 밤이다
2021년 8월 8일 일요일
8월도 거침없이 지나가고 있다. 낮에는 여적암, 영어 연수 준비
2021.08.19. 목요일
시간은 10일 뒤로 여기까지 나를 밀고 왔다. 일요일에는 슬비와 승훈이 다녀갔다. 다음 주말엔 정언이가 출장 겸 진주 다녀갈 예정이다.
농산물 시장에서 복숭아를 샀더니 진주복숭아가 정말 맛있었다. 물렁한 백도다. 껍질이 저절로 벗겨지고 달콤한 물이 저절로 흘러내린다. 입으로 빨아먹을 새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간다. 씨앗 주변의 붉은 색깔은 검은 빛이 돌 정도다. 유난히 복숭이 맛있는 건 건조했던 여름날씨 덕분이다.
섬
너를 여는 순간
마치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멀리선 뜨거운 창을 든 태양이
지켜본다
수많은 은빛 창을 든 바다의 포말들은
스스로 달려왔다 스러지곤 한다
누가 꼭 닫아놓은 뚜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렇게 큰 물줄기로 지키는
비밀의 입구
내 안의 모든 비밀한 내용들을
해안에 내려놓고
침묵하는 외로운 친구에게
흰 갈매기로 전한다
나의 몸 또한 커다란 뚜껑과 같아
열리는 순간 다 날아갈 것 같아
나는 묻히지 않겠다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긴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대로
몸이 흔들린다
수평선은 멀다
가만히 바라보면
너도
물결따라 흔들리고 있다
너도 너를 지켜내는 법을 알고 있구나
흔들리면서 잠기지 않는다
말이 끊기고 바람이 우리를 이어줄 때
우리는 나란히
바람의 자식처럼
한 바다 안에 있다
유럽 여행-경계
여행용 큰 슈케이스 집과 가족과 고국을 넣고
달렸지
체코 공항에선 남자애에게 매달려
남자 허리를 두 다리로 감고
키스를 퍼붓는 한 쌍을 맨 처음 보았지
프라하 시내 전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서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무도 남자에게
매달려 키스하지 않았다
그것도 다만 때가 있을 따름이다
아랍 거리 게스트 하우스에서
담배를 나눠 피우는 한국남자와
지하철 입구에서 빵을 사는 한국여자는
나라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 공동취사장에서
김치를 마음대로 꺼내지 못할 때
이탈리아 남자들은 제 나라 커피가
제일 맛있다며 커피를 내릴 때
음식은 기호야 뭐 상관있어 하다가도
컵라면에 물만 부어 방으로 총총
돌아오는 불편한 심기로
‘로마의 휴일’에 나온 ‘트레비’분수대 건너
소나무 아래서 김치와 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오스트리아 ( ) 성당 계단에 두 다리 뻗고
수제 맥주를 마시다
쫒겨나기도 했지만 한 겨울 두오모(성당) 촛불은
나그네들의 쉼터
걷다가 춥고 힘들면 온도가 높지도 않는 촛불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옆에서
두 손을 모우고 눈을 감곤 했다
기차 역 옆의 아랍인 골목과
성당 옆 게스트 하우스
경계가 있다면 국경이 아니라
역 주변과
더 먼 곳 시내 쪽이 아닐까
피렌체 퀘첸테레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도시의 빛과 그림자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1.08.20. 금요일
나의 성분(性分)
북천에는 큰고모가 살고
다솔사는 서울대 다니던
육촌 오빠가 데모하고 숨어 살던 곳
악양은 원래 외갓집
옥종 가종으로 이사와서
하동 가종은 외갓집 동네가 되고
어릴 적 기억의 끝자락에
아버지 자전거에 실려 외갓집을
다녀오곤 했다
좀 커서는
시외버스에 태우며
“이 애 가종에 내려주세요”
어머니는 등을 떠밀어 혼자 차에 태웠다
외갓집 도착할 때면
버스가 후두둑
길가의 가로수를 치고 지나갔다
6.25때 논에 나간 외할아버지를
공비인 줄 알고 비행기에서 총을 갈긴 후
외할아버지는 평생 한쪽 다리를 절었다
접지를 못하셨다
원전 삼거리에는 왕고모 할머니 집
작은 정원엔 작은 돌로 깎은 작은 연목
늘 맥문동 풀이 피어있고
연못을 따라 계절마다 꽃이 피었다 졌다
혼불이 뛰어다닌다는
공동묘지 입구를 지나야
삼거리에 닿는다
큰 이팝나무가 도로 때문에 잘려나가기 전까지
묘지 앞은 지날 때는 눈을 질끈 감고
뛰었다
골목 끝에는 할머니 친정 조카가 살고
대나무 숲을 지나면
손씨 성을 가진 내 육촌이 살고
내 이웃은 김씨 성을 가진 육촌이 살고
육촌 중에는 동갑내기가 둘이나 되지만
실집 간 후 서로 연락을 끊겼다
오촌 아지매 중 이웃에 살던 아지매가
계신다
어쩌다 들리면 “너는 어찌 그리 튼실하노
숙이는 삐삐 말라 보기안스러운데”
튼실한 내 손을 만지신다
내가 살던 고향 땅 아버지가 밭농사 짓던 터에
여적암이 있고 그 절을 올린 스님은
내 여동생
자주 가는 그 곳에 나는 속해 있다
아래채에 사숙하신 김동리 선생님께
고모들이 글공부를 배우던 집은 사라지고
안마을로 이사 온 후 내가 태어나고
셋째 고모는 같은 마을 고모부에게 시집갔다
수많은 세월에 흐른 후에도
나는 그 지역에 속해 있다
땅에 박힌 돌멩이 마냥
졌다가 다시 번지는 분꽃 마냥
출생지: 경남 사천 곤명
등단: 2004 《시와 세계》 시집『안개기법』
주소: (52721) 진주시 강남로 255번길 18 가동 202호
2021년 8월 29일 일요일
장마
저수지도 이젠 모자란다 자동차 트렁크나 거실이다
냉동고도 이젠 만원이다 이젠 함께 다니기로 한다
손수 처리한 시체는 새로 산 인형 같아서 눈을 뗄 수가 없지
한 쪽 방향으로 누운 언덕의 짧은 풀은 산들 바람이 제격이지
휘파람을 불어줄게
네 몸에서 삶으면 초록불 색 물이 나오는 다슬기가 슬 때까지
흘러가 줄 게
냉동에서 풀리기 시작하는 비빌봉지에서는 막 퍼붓는 소나기가
젖은 땅을 또 적시듯 습한 부엌 바닥으로 물을 뚝뚝 흘리지
발바닥으로 슬쩍 밀어보면 살이 다 젖을 것만 같아서 기분이
더 쪼개지지 더 나뉘어져서 어느 것이 원래 내 기분인지
구별이 안가서 생각 나는 기분 말고 신나는 새 기분을 따르지
입술을 오므리고 소리를 모우면 혀 끝은 마르고 마른 장작이 타듯
머리 속이 활활타는데 기분은 왜 적은 장작이 타는 미욱한 연기일까
이거였어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수업은 단어를 고르느라
손이 갈 바를 모르지 모의한 적 없는 작전 포대마다
대포가 장전된 절벽의 구멍 뒤에 숨은 병사 너는 위협을 받고 있다
가볍게 걷고 싶은데 목에 걸린 머리 수가 너무 많다
하나를 떼려니 하나가 더 붙는다 다른 머리를 하나 떼면
너의 공포는 절대적 희열 하나가 둘이 되는 너는 녹은 물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