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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선 Sep 06. 2024

일기

22년 1월

2022년 1월 3일 월요일     

1월 3일이라 쓰고 깜짝 놀란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다시 읽기 시작한다. 한줄쓰기밴드에 정다와 선생님 차례가 끝난다. 다음 차례는정영남 선생님. 2시 24분 경에 정영남 선생님도 깨어있다. 성적 처리를 한단다. 난 조용한 클래식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인터넷 뉴스를 읽는다. 오늘이다. 정언이가 1일 저녁 8시 반 비행기로 도착했다. 정언이도 조용히 쉬고 싶다고 하여 스님께도 알리지 않았다. 어제는 정언이 준화와 금산못 산책을 갔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붉은 해가 못에 늘어지게 깔렸다. 잔가지들이 마치 실핏줄처럼 번져 있다. 내 핏줄을 따라 흐르는 듯한 자극을 주었다. 얼지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지혜, 낙엽은 나무의 지혜이다.

저녁식사로 정언이가만들어 준 떡볶이와 통닭을 먹었다. 붉은와인을 함께 먹었다. 라면 사리를 삶아 널었는데 쫄깃한 면 맛이 좋았다. 간이 조금 세었지만 포도주 맛을 더 나게 했다. 팥 도나스와 꽈베기를 함께 먹었다. 단짝단짝하면서 오뎅도 국물에 오래 조려 쫀득쫀득했다. 오뎅향이 없어졌지만 씹느 맛은 더해졌다. 대파와 양파가 잔뜩 들어가고 당근도 몇 조각 넣었다. 오뎅은 논산물시장 옆 축협에서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상ㅍ무을 할인하여 샀다. 5시 조금 지났는데 농산물 시장은 문이 닫히고 갑바로 덮혀 있었다. 왜 이렇게 문을 일찍 닫는지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일요일 이어서 아에 문을 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은  3시 38분 4시 30분까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잠깐 『법화경』사경을 한 후에도 깨어있으면 김언희 선생님꼐서 보내주신 『2022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을 읽어야겠다. 강미영 선생님께서 시집『브로콜리 마음과 당신의 마음』을 보내주셨다. 

새벽 시간인데도 커피가 당긴다. 방금 마셨는데도 또 마시고 싶다. 봉지커피는 지방도 많고 당도 높지만 맛있다. 새벽의 달콤한 친구다. 하지만 달콤함은 고통이 따른다. 모든 쾌락에는 결과가 따른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좋다‘는 경계를 지킨다. ’충분히‘가 떨어져나가지 않게.          

7 시몬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오전8;24.

영국 와이 기차역에서 에슈퍼드행 사우스이스턴 리미티드

열차를 기다리는 중.

총 이동 시간, 7분. 총 대기 시간, 9분     

242쪽 홀랜드파크역

노팅힐에서 멀지않은 이곳은 아늑하다. 커피 한 잔을 끌어안고 하루 종일을 보낼 수도 잇을 듯한 카페들과 계속 존재함으로써 꾸ᅟ굿꿋이 결제학 법칙에 저항하는, 성실하게 책을 진열해놓은 책방들을 지난다. 한 파키스탄계 남자가 꽃을 팔고 있다.           

8 간디처럼 싸우는 법

오전 11:02

인도 노던철도 본부가 있는 바로다하우스

뉴델리에서 아마다바드로 향하는 

요가 익스프레스의 차표를 구하는 중.

성공할 가능성 높지 않음.     

267쪽 하지만 깐디가 창조적이지 않다는 말은 잘못된 결론이다. 일반적인 방식과 달랐을 뿐, 간디는 창조넉인 사람이었다. 간디의 붓은 결의였고, 간디의 캠퍼스는 인간의 마음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악에 맞서 선한 일을 행하는 것이다.” 모든 폭력은 상상력의 실패를 나타낸다. 비폭력은 창조성을 요구한다. 간디는 언제나 새롭고 혁신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비를라하우스     

9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오후 5:34,

로어맨해튼의 어딘가,

뉴욕시 지하철의 F노선을 타고 그 어디로도 향하지 않는 중.     

2022년 1월 4일 0시 4분이다. 벌써 4일이 되었다. 나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는다. 공자편을 읽고 있다.

320쪽 친절 : 삼나무씨앗에 떨어지는 몇 방울의 물이다.     

10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이 감사하는 법     

오전 11;47,

재팬 레일 동일본 318번 열차를 타고 

도쿄에서 교토로 향하는 중,

속도: 시간당 300킬로미터,

333쪽『베갯머리 서책』영어번역 메러디스 매키니

337 3행 쇼나곤은 세상을 묳사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세상을 묘사한다. 중립적인 관찰은 없다. 니체의 관점주의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작디작은 요소가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342쪽 이런 불완전함을 향한 사랑을 일본인들은 와비라고 한다. 와비는 해진 기모노와 따ᆞ강에 쓸쓸히 떨어진 벚꽃 이파리, 희곡 한두개가 빠진 세익스피어 ‘전집’이다. 찢어진 청바지나 낡은 가죽 가방을 구매한 적이 있다면 와비를 따른 것이다.     

11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오후 2:48 

스위스 알프스의 어딘가, 스위스 연방철동 921번 열차를 타고 취리히에서 모리츠로 향하는 중,

365쪽 나는 니체보다 124년 늦게 실스마리아에 도착한다.

니체는 쇼패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12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오후 4:58, 메릴랜드의 어디쯤, 암트랙의 캐피톨 리미티드 열차를 타고

워싱턴 D.C에서 시카고를 거쳐 덴버로 향하는 중.     

409쪽 사고방식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느낌도 바꿀 수 있다.     

410쪽 감정은 우리가 내린 판단이 결과이다. 

 422쪽 스토아철학의 모든 것이 그렇듯 신체 단련은 덕, 구체적으로는 자제력과 용기, 인내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13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오후 3:42, 

테제베 8534번 열차를 타고 보르도에서 파리로 향하는 중

461쪽 과거는 벽장 속에서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465쪽 애초에 다른 사람들은 내 생각을 안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469쪽 가방은 우리 

삶의 조각조각들을 들고 다닐 수 있게 해 준다.      

470쪽 하루의 리듬과 내가 하루를 채우는 방식,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나의 하루는 언제나 비슷하다.

14 몽테뉴처럼 죽는 법

오전 11:27,

테제베 고속철도 8433번 열차를 타고

파리에서 보르도를 향하는 중     

몽테뉴『에세』     

486쪽 몽테뉴의 소중한 도서관은 라보에티의 선물에서 시작도니다. 라보에티는 몽테뉴가 이 책들을 “친궁 peo한 추억”으로 받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몽테뉴는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 원형 계단으로 책을 옮기고 산중하게 책꽂이에 책을 정리했다. 몽테뉴는 점점 더 자신의 도서관을 사랑하게 되었고, 도서관도 점점 몸집이 커졌다. 사망할 무렵 몽테뉴는 1000권에 달하는 책을 모았다. 

몽테뉴는 책들과 작 ltodrkr에 파묻혀 탑에서 몇 날 며칠ㅇㄹ 홀로 보냈다. 몽테뉴에게는 거리가 중요했다. 몽테뉴는 탑에서 몇 날 며칠을 홀로 있으면서 저ㅓ기 바깥 세상에서,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자신에게서 스스로를 분리했다. 거울을 보려면 반 발짝 물러서야 하듯이 몽테뉴도 스스로를 더 분명하게 바라ᆞ보기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491쪽 초기 에세이에서 몽테뉴는 공부와 사색이 죽음의 공포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믿는다. 

492쪽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목표는 아니다.     

도착

오후 5: 42,

메트로레일 레드라인을 타고 워싱턴 .D.C의 

유니언 스텡션에서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으로 향하는 중,

집으로 가고 있다.     

2022년 1월 4일 8시 03분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다 읽었다. 오늘은 『힐빌리의 노래』3번째 발제에 데한 토론이 있는 날이다. 

     

2022년 1월 5일 수요일

어제 독서 토론 『힐빌리의 노래』발제에서“여러분은 어떤 때 행복하다고 느끼나요? 여러분에게 있어서 행복은 상대적인 것인가요? 절대적인 것인가요?”라는 문제가 있었다. 솔직히 매일 매 순간 행복하다고 느낄 만한 일은 밤하늘 반짝이는 별보다 많을 것 같다. 책을 한 권 내도 모자랄 것 같다. 이야기를 다 못해서 잠을 깊이 못 잔 것 같다. 내 인생애서 가장 뚜렷학 ㅔ남아있는 인상적인 일도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잠에서 깨자마자 어느 해 지리산 덕산에 갔을 때의 일이 떵올랐다. 막내 고모랑 고모부랑 고사리를 꺾으러 갔다. 막 올라오는 고사리를 찾아 꺾고 취나물도 캘 수 있었다. 할머니의 친동생 소유의 산이어서 취나물밭이 있었다. 고사리를 캐기 위해 낮으막한 구릉에 올랐을 때 내 눈에 먼저 뛴 것은 일원짜리 동전만한 풀꽃이었다. 거의 20년도 훨신 전의 일이지만 꽃들은 눈에 선하다. 파스텔톤의 작은 꽃들은 지천에 늘려 있었다. 미색, 연보라, 연분홍 막 녹은 땅을 뚫고 세상 빛에 나온 작은 꽃잎들이 남아 있다. 내가 배경 그림을 그릴 기회가 왔을 때 꽃잎이 다섯 개인 꽃잎을 여러 개 그려넣는 걸 좋아하는 걸 보면 그 때의 이인상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사리는 안 캐고 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고보부는 돌아가셨고 고모랑 요즘은 잘 만나지도 않는다. 한 때 봄이면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던 기억이 난다.      

살바도르 달리를 먼저 읽어야 한다. 읽어야 할 책들이 밀리고 있다. 집안 일은 두고 책을 읽는 시기다. 깎아놓은 생강이 썩기 전에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어느 해 연암도서관 입구의 벚꽃에 압도당해 버린 것, 신안현대아파트 앞 벚꽃 앞에서 압도당한 것 그때 왜 꽃 앞에서 죄를 떠올렸는지 모른다. 벚꽃이 품어내는 밝은 빛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룸다움은 그런 걸까? 인간을 순수하게 만들어준다. 인간을 부끄럽게 한다. 연암도서관 앞에서는 혼자 보기가 아까웠다. 그 때 막내딸 준화와 꽃을 함께 보고 싶었다. 지금은 모르겟으나 그때는 막내딸이 애틋했다. 맛잇는 음식을 먹어도 막내 딸 생각, 좋은 경치를 보아도 막내 딸 생각, 그렇게 좋은 것을 보아도 막내 딸 생각이 났다. 지금은 함께 살고 있어 그런지 그런 감정을 많이 못 느끼는 것 같다. 함게 하는 것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지금 시간은 오전 3시 12분 고요하다는 것을 만끽하고 있다. 키보드 두드린느 소리와 가끔 컴퓨터가 내는 소리 외엔 조용하다. 차소리도 들리자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고요가 찾아왔다. 그런데 새벽잠에서 깬지 한참 지나서인지 잠이 오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참선을 하면 잠이 께겠지만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한숨자고 5시경 일어난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냔 5시 경에 잠이 깨었으면 더 좋았을 건데 다시 자지 않고 아침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을 건데 눈이 건조하고 피로헤지는 건 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 할 일 1. 떡집 전화 하기 2. 생강 편강 만들기 3. 맛사지 가지 4. 옷 몇 개 버리기 5. 책 몇 권 버리기 6. 순애에게 전화해서 진주검무 알아보기 7. 한식조리사 학원 알아보기     

내일 할 일 ; 팥 정리하기, 팥 앙금만들기

 2022 현대시수상시집 읽기

설 선물 정리하기 금     

2022년 1월 6일 6시 41분이 되었다. 잠이 깰 때 허리가 아프고 달달한 커피를 마신다. 발바닥에 골프공을 넣어 비빈다. 발가락 쪽으로도 보낸다.             

가벼운 생각          

떠올라서 쓰려고 하면 없다

잠재된다고 하지만 시작이 어디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날아갔다는 걸 알아차려야 한다

붙잡을 수 없다

가벼운 것은 소유할 수 없다

계곡물에서 가장 빠른 것은 어린 피리이고

손 끝에 닿지도 않고 사라진다

다 자란 피리는 바위 틈에 숨고서도 내 손에 잡힌다

잡혀서 죽는다

내게 잡히지 못한 생각은 살아있다 살아서 날아간다

날아가다 어느 곳에서 포획될지 모른다

작정하면 안 잡힐 새는 없다

집중하면 안 잡힐 생각은 없다

아닌 척 딴짓을 한다

생각이 안심하고 다가올 때까지

나는 침잠한다     


2022.1.6.          

연(蓮) 분갈이               

연통이 얼자 딱딱해졌다. 비밀에 붙인 봉투처럼 안이 캄캄했다 고개를 숙인 연잎은 무표정했다 도통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영리한 이웃이었다 그런 표정은 계산을 한다.

바쁘지 않으니까 속셈을 한다 말을 아끼는 사람은 사제 뿐만이 아니다 바람도 저렇게 불타는 장작 옆에서 깐죽거릴 때가 있다 마른 재를 옆으로 흩날리거나 끓기 시작하는 동지팥죽 가마솥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그 속을 알 수 없다 그런 이웃은 의심이 된다 쉬운 시집보다 읽히지 않는 시집이 더 오래간다 무얼까 언 연통처럼 4월이 와야 녹을 텐데 이 산중에서는 손을 넣어 진흙을 주물러 연뿌리를 골라내야 할 텐데 붙잡은 연뿌리를 통째로 올려야 할 텐데 

그 중에서 새싹이 오른 두 마디가 들어가게 잘라서 다시 심어줘야 하는데 한 촉만 심어주면 한 통을 채우는 연뿌리의 힘 연통은 얼어있고 바람이 스친다 별이 스친다 고양이가 햝는다 별이 뱉는다 고양이가 뱉는다 바람이 앉는다 바람이 바람을 밀어낸다 얼음에 갖힌 하늘 진흙을 더듬어 좀 더 단단한 뿌리에서 새 뿌리를 찾아내는 내 손 끝의 눈이 깜박깜박인다 갑자기 불이 켜지면 불온한 이웃은 신경쓰지 않는다 새 잎이 돋으면 헌 잎은 어느새 썩어서 거름이 되어있다 나아가자 바람아 너를 뜨거운 가마솥 팥죽을 젓는 내 손둥에 열기를 더하지 말고 무말랭이 말리는 담장위에 너무 오래 머물진 말고 달려가는 기차에 올라타고 더 멀리 가 보자 언 연통을 지고 언 연통이 녹을 때까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이 썩을 때까지 얼음이 풀리면 연통은 하늘이지 구름이 일렁이고 바람의 걸음이 보이지 나는 손을 넣어  하늘을 주물러 겨우내 딱딱해진 내 손안에 쏙 들어오는 하늘의 뼈마디를 건져올리는 거지

가장가볍게하늘에떠있는것을뿌리채뽑아올리는작업


2022.1.6.          

부처는 어디에나 있고 목어 소리는 내 안에서 울어야 하듯 꽃은 이 가슴에서 피니 홍련화를 보려고 홍련암에 오지 않아도 된다던 노승의 말처럼 모든 것은 내 안에 존재한다고 보는가 겨울 강에는 고니 무리와 흰 기러기와 쇠기러기 청둥오리 보이지 않아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바람은 대숲을 노래하고 윤슬은 겨울 새 떼들 사이에서 빛난다 너는 책장을 넘기지 않는다 로시니가 밤새 안 자고도 낮아 안 잘 수 있는가는 성향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잘 걷다가 이유없이 앞으로 넘어지는 문제는 무슨 일인가 나는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한 떼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구령을 넣는다 움직인다 그림과 다르다 사실인데 상관은 없는 일이다 그 옆으로 흐르는 강 흐르는 책장 안에서 이름 모를 철새 떼가 운다 꺽꺽 운다 전쟁터에서 울다 만 새가 날아오고 화장터에서 시체를 쪼다가 날아온 독수리도 졸고 머나먼 나라에서 보내온 일기에서 나는 날지 못한다 바다새끼리 부리를 비비거나 냄새를 확인한다 냄새는 여전히 기억한다 그 호숫가에서 누군가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물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숨을 쉬면서 숨이 멈출 때까지의 느낌을 물에게 맡겼다 한밤중에 집을 나서 호수로 향할 때의 어둠 깊은 물 속으로 걸어들어간 내면의 어둠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어둠의 깊이라는 건 짐작할 수가 없다 남의 슬픔에 대해 입을 떼지 말아야한다 그래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벚꽃 잎이 떨어지는 그 언덕에서 그 자리만은 풀이 안 돋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합장하고 지나갈 것이다 풀이 없는 그 자리에 벚꽃 잎 몇 장 떨어져 눈물방울처럼 땅 위에서 말라 갈 것이다 모든 자리는 그 자리 다만 풀이 나 덮고 있을 뿐 내 자리가 어떠 자리였던가 알 수 없는 과거에서 불려온 이 자리는 먼 데서 날아온 이 새들을 보는 이 자리는 먼 툰드라 눈 쌓인 숲을 떠나 작은 강 위에서 날개를 파닥이는 저 새들을 보는 이 강물은 

     

2022년 1..6      

출렁거리면서 너는 열어볼 수 없다는 듯이 잠겨 있다     

아침 잠에서 깨다가 잠속에서 운 적이 있다

옴마 옴마 흐느끼면서 깨고 있다 나이 들어한번도 옴마 라고 다정하게 불러 본적이 없는 엄마   

깨기 싫어 이불을 덮어쓰고 옴마 옴마 더 흐느끼다가 일어나는 어느날 아침 그날은 몸살을 한다     

당신은 나를 낳았고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사라진 자리마다 가득히 찾아왔으므로 

나는 엎드려서 쓰고 또 썼다

너는 열어보지 못했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바이칼 호수에 와서 바이칼 물을 만지며 앉아 있었다

한달만 바이칼 호수가에서 살아보자고 한 너는 나보다 앞서 바이칼을 다녀갔고

나는 바이칼이 내려다보이는 <  >에서 너를 생각한다

형형색색 헝겊이 바람이 흩날린다 신의 말이 날린다 모든 샤마니즘의 시작은 여기 바이칼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산정상이다 무수한 풀꽃은 향기를 내품고 바이칼이 보인느 한 카페에서 차를 마셔도 나는 신이 영역에 앉은 듯 경건하다 너 없이도 나는 바이칼 물이 차갑고 자갈돌느 매끄럽고 아이들은 쾌활하고 차가버섯을 파는 아가씨는 볼이 붉다      

쇠북을 한 번 치면 삼라만상이 다 들을 수 있다고 하여 귀를 귀울였다 어디가지 가나 듣는 귀에 집증했다 울림은 사라질 때까지 들렸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느 없지만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았다 소리를 삼키는 게 참 좋다 귀를 통과하여 내부로 사라지는 음 소리의 근원인 고요가 나를 부를 때 나는 귀를 열고 기다린다 고요는 끝나지 않는 핏줄이다 고요를 굳이 터뜨릴 필요가 있을까 드르륵 창문을 열어 햇빛을 불러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색깔을 꼭 얻어야 했을까 점점점점 색을 잃어가는 저녁의 어둠은 긴 어둠의 외투를 열어 밤을 감싼다 서둘러 지우는 낙서처럼 시간이 흩어진다 어디로 굴러갔는지 모르지만 새로 오는 시간이 지난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부디 신발은 여기 벗어놓고 떠나시게 오늘이 내일에게 내일이 어제에게 말한다 나는 내가 어디에선가 만난 존재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체 빛날 수가 없는 망령 쇠북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더 깊이 소리가 내려앉도록 소리를 주욱 끌어당긴다 


2022.1.7

 2022 1.7 벌써 할가 지나갔다. 어제 앉았는데 잠깐 사이 오늘이 되었다. 12시 50분은 0시 50분이다. 참 고운 시간이다 보드랍다 이 시간이 나를 덮는다 나는 잠긴다 감기 든 고양이는 이불 속에서  나올 줄 모른다

고요해서 잠이 온다 난 자야한다 고요한 이불이 내 눈을 감겨준다      

         

박연준 작은 인간

사소한 명단이 걸어다닌다

작은 이름표를 달고 작게 작게          

봄이 되면 봄이 

아닌 걸 치워야 한다     

<밤안개에서 슬픔을 솎아내는 법     


시체 연습     

이렇게 가만히 치유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까 그 옛날 어린 시절 대원사 절에서 티벳 불교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관에 누워서 죽은체험을 하던 순간으로 미끄러져 가네 흘러가네 새벽 세 시에 눈을 켜고 달려갔지 고인돌 마을 지나 벌거벗은 못을 지나 박물관을 지나 빨간 모자를 지나 샛길을 지나 축축한 숲을 지나 검은 관에 누워 본다 연꽃이 필 무렴에도 죽음은 있고 질 무렵에도 죽음은 있다 얼어붙은 눈물 목련 꽃도 죽음이고 

12월에 핀 장미의 자세는 뻣뻣해진 시체다 연분홍 손톱 닮은 꽃잎과 아직 푸른 실핏줄 같은 줄기는 보지 않고 관념적으로만 읽어 주는 겨울장미 그 때 내 관속은 별들로 가득찼지 산등성이는 어둠고 희미한 불빛의 지상의 집은 날 보지 못했고 난 눈을 떠서 하늘을 보았지 나는 별을 덮고 누워 있었던 거야 그 골짝은 내원사였고 난 산 아래 살아 떠나기 전의 어정쩡한 자세 누워있었다 척추를 완전히 붙이지 못하고 뒤퉁수 아래 손깍지를 끼고 두 다리를 다 펴지 못한 채로 호명되면 팔딱 일어날 자세로 나는 그 때 별로 내 손아귀에 쥔게 없었다 머리에 든 것도 별로 없었다 가슴에는 슬픔 같은 것이 조금 있어도 가슴 넓이는 무한대였다 별들은 솓아졌고 나는 별에 묻혔다 이 어둠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다 고흐 그림이 좋다고 하는 건 잘린 귀가 어디엔가 묻혀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별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별들을 이끌고 아직 이 어둠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좋다 안 좋다는 눈을 감으면 별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고 안 좋다는 이 노래의 태엽을 별의 꼬리에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 오른쪽으로 팔베개를 하고 무릎을 배 가까이 대고 태아 자세로 누워있다 눈을 뜨지 않았다


2022.1 7     

이장욱<내 생물학 공부의 역사>

나는 내  슬픈 생물학 책을 덮었다

배가 갈라진 개구리의 자세로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새빨간 혈관과 근섬유와 신경 세포와 두개골 한가운데 뻥 뚫린

두 개의 눈구멍으로 나는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2022년 1월 8일 토요일     

곧 건너올 듯 어둠은 일렁이며 나를 바라본다 어둠은 뒤안에서 시작되었고 어디에나 있다 밤중에 오줌을 싸고 쫓겨났을 때 아랫채 문 없는 화장실은 소마굿간와 헛간을 넘나들며 손뼉을 치고 툇마루 끝에서 나는 천길 낭떠러지 발끝을 간당거리며 떨고 사방으로 둘러싸인 어둠은 밤이 끝나도 따라오고 뜨거운 아랫목을 피해 콩나물 독을 안고 잠이 청하는 겨울밤 문살이 한 뼘 정도는 부러진 방문을 열면 키가 큰 어둠이 문 앞에 서 있다가 저만치 물러나는 어둠은도대체나하고얼마나가까운사이인거야 단절시킨 시절들이 토막토막 수면 위로 떠올라 멀리 날아간 나의 곁에 머물다 간다 내가 끌고 다닌 것은 무엇이었지 어둠이었다고 여겼는데 이젠 헤어진 어둠의 한 쪽 구멍에서는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2022.01.08          

100년 전의 이 아침* 

아침마다 늦잠을 자는데 이건 천년전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침대에서 나오는 방식 여긴 아니네 아침밥을 같이 먹진 못할 거야 문을 열면 쉬몬느 보부아르의 에스프레소 잔이 막 긴 손가락 사이에서 15도 쯤 기운다 아침입니다 일어나세요 니체가 일어나는 시간은 5시고 11시면 일을 털고 일어난다네 이보다 앞서 칸트는 잉크처럼 새까만 새벽에 일어나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인다 지금 내가 읽는 경은 법화경 뜻도 모르고 사경을 한다네 읽고 싶은 경은 성경 시편인데 코란도 모르고 토라도 모르는데 불경은 너무 많아서 다 버리고 떠난다 여기는 100년 후의 100년 전 아침으로 가기 전 시베리아 횡단 열차 러시아 여자가 오기전부터 우리는 일어나 동쪽을 보고 있었다 물고기처럼 흐르는 붉은 구름 해는 구름에 끌려서 시베리아까지 왔다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이 곳까지 올 수 밖에 없었다고 이주 열차에 실려 강제이주하는 홍범도 및 그 외 조선인들 카자흐스탄의 아침 갈대 숲에 버려진 민족 단단히 숨어버려 계획은 그랬어 죽거나 말거나 홍범도 장군이100년만에 도착했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폭도들이 불을 지르고 이 아직은 아직 조용 하지 못하다 간간히 마른 장미향이 난다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소리 아우렐리우스 동상의 등을 긁는 고양이발톱 늦잠보다 앞선 아침 검색창과 메모장과 일기

달리의 그림책과 커피 이 모든 아침이 경성 찻집에서 마담이 한 잔의 쌍화차에 날계란을 떨어뜨릴 때 어느 산맥 한 자락에선 얼어붙은 바위 산을 기어올라 북쪽으로 향하는 외로운 지사 외로운 한 시인   


2022.01.08

*이장욱“공산주의 새로운 과거”에서 따옴     

심어진 생각과 내 감정     

그건 어머니의 생각이 아닙니다 그건 어머니의 마음이 아닙니다 그건 어머니의 감정이 아닙니다 강변을 걷다가 혼란에 빠졌다

교육이 이 생각을 심었다고 한다 그럼 뭐지 내 생각은 내 마음은 내 감정은 난 구별못하겠어 대화를 멈추기로 한다 도대체 나인 것은 무엇인가 흰 고니떼는 청둥오리 쇠기러기떼들과 유유히 물을 뜯고 나다운 판단은 무엇인가 나는 매일 이 강변을 걷다가 노을에 눈을 감기도 하고 얼음을 깨기도 하는데 오리 한 마리가 얼음 밑으로 들어갔다가 얼음 밑에서 계속 얼음 밑으로 미끄러져 가다가 겨우 빠져나오는 데 나니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해 하고 말하는 나에게 그건 만들어진 생각입니다 딸은 말한다 그 생각은 관습이 만들어 낸 관념입니다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어머니 밥은 맛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밥은 안해도 됩니다 말하면 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나는 밥을 계속 해야하나 그만 해야하나 아무도 맛있다고 말 안해주는 시는 매일 쓰라고 방문을 닫아주는 딸의 말은 어머니의 말씀인가 방문을 닫아주면서 인제 그만 공부해라 몸 상한다 하던 어머니처럼 밥을 하란 말인가 하지 말란 말인가


2022.01.08.     

임지은<러시아형>     

나는백년전에 죽은 사람의 책도 읽어보고

믿음없이 성당에 가보고

버스르르 타고 모른느 곳에 내려 여기가 어디인지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언니와 언니는 정반대입니다     


언니는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어도 먹습니다 입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언니는 몸에 좋지 않는 것을 좋아합니다. 입맛을 따릅니다 아니 기분을 더 따릅니다

언니와 언니는 정 반대입니다

그래 나는 내 관리를 정말 못하지 하고 말하자 정말 진실을 말했다고 까르르 웃었습니다


2022.1.8.           

    

이 많은 책     

놀랍다 물 한방울에도 젖어서 흐믈거리는 종이가 천년을 견디고 있다

놀랍다 한번 본 너의 얼굴이 50년 동안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

놀랍다 헤어지지 않은 네가 시인이 되었다 동시도 쓴다 김치를 못 담근다

놀랍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몰라서 모른다

놀랍다 날 버린 너 때문에 내가 나를 7번 더 버렸다

놀랍다 그 때 이 얉은 물에서 내가 익사했다니 

놀랍다 아직도 내가 널 생각하다니 오백년도 훨씬 지났는데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다 너는 다시 찾아왔고 지금도 뒷퉁수를 노린다 동행하면서도

놀랍지 않다 기록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방에도 가득하다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 내가 매일 종이에 너를 쓴다는 것이     

인제 몸을 좀 돌보아 스님께서 말씀하신다

난 내일 쉬고 있는데

매일 뜻없이 놀고 있는데

누구와 만나 연극동아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풍물놀이패가 되어 매일 장구 북 괭과리 치는 것도 아닌데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 것도 아닌데 둘레길을 매주 걷는 것도 아닌데

나는 매일 쉬고 있는데     


2022년 1월 14일

저장해야한다.

행정실 교장선생님 공문 꽃관리

십만냥계     


2022년 1월 15일 토요일

십만냥계

오늘 비대면 모임                

연속 사방 무늬 놀이     

새벽 2시의 문은 고요하다 요즘은 개 짖는 소리도 사라졌다 창 아래에서 길게 찢어지던 고양이도 울지 않는다 가을이면 베란다 구석에서 귀뚜라미가 조용히 울다가 먼지처럼 날아가 버렸다 가을이 왔나 생각할 틈도 없이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옆집에서 들리던 풍경소리도 멈췄다 여기서는 옆집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봉쇄되었다 물속에 가라앉으면 이런 느낌일까 물이 귀로 먼저 들어오고 코로 들어와 코가 먼저 맵고 드디어는 입을 열게 되고 눈도 열게 되면 나의 모든 것은 다 닫히게 되리라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서 뜨겁게 익숙한 열기가 솟아오른다 그러면 맨 나중에 가라앉는 것은 나의 머리카락 일거야 길게 늘어나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앞집 여자는 두퉁수 머리카락만 보이고는 잠수해 버린다 나는 오래도록 문을 닫지 못한다 


2022년 1월 15일               

오래된 골목 끝에서 상수도 약냄새가 끝나지 않아 너는 걸었다 살고 있는 동네는 도시에 있었다 너는 보리이삭이 패는 마을로 향했다 강이 범람할 때는 함께 나갔다 이 동네는 늙어 갔다 공장이 떠나고 넝구렁이도 떠났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아무한테도 못했다 이미 그 길은 시가지가 되고 하얀 타일과 보도블록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방직공장과 그 담장아래를 기어가던 길고 커다란 구렁이를 기억한다 나는 조용히 걷는다 사라진 길 위로 

물에 잠긴 동네도 가까이 있다 비가 오면 비에 젖던 장미꽃밭도 있다 문을 열면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던 집들이 있었다 손등의 때처럼 붙어있었다 어느날 문득 손등의 때같이 붙어있던 집들이 다 지워지고 네가 어디로 떠났는지 모르게 되었다 우리는 이름만 기억한다 얼굴도 모른채           


2022년 1월 16일          

눈 내리는 습관     

버스에서 하는 충고는 듣기 싫었다

버스에서 보는 흰구름은 재빠르게 자세를 바꾸었다

이름표를 바꾸어 달고 아닌 척 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지키는 동자승을 보았다

불국사 에일레종 밑에서 검은 조약돌을 훔쳤다

약속처럼 조약돌을 버렸다 버짐자국처럼 동그란 조약돌은

거제도 몽둘 해수욕장에서 파도에 부딪히며 자잘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지막 하혈을 하며 쪼그리고 앉아 노을처럼 멀어졌다

웃으며 밥을 먹었다 버려진 종위 위에서 날마다 새파란 잔디

보랏빛 제비꽃이 번졌다 아스팔트를 뚫고 제비꽃이 피었다

천년 지난 무덤위에도 제비꽃이 피어 왕의 무덤이 되었다

천으로 된 책가방이 구겨지지 않았다 가위로 잘라도 가방은 

새롭게 자라 등곷이 피고 라일락 향기가 좋았다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처럼 네가 좋았다 

물고기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뒤바뀌는 것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 바뀌고 있었다 무엇으로 변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홍범도 장군이 막 카자흐스탄의 갈대 뿌리를 파다가 언 손을 닦는 

날아가는 새같은 순간이었다

자비의 시간에 막 치마 밑으로 들어오는 큰 손같은 시간이었다

화물칸 한칸에 갖혀 50시간을 떨던 시간이었다 

시베리아에서도 겨울이었다 하차할 지점이 없는 길이었다 

눈을 내리까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2022년 1월 16일     

괜히 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괜히 물 소리를 듣고 있다 괜히

잠을 안 자고 있다          

몇 가지 해야할 일이 있다

버리는 일이다

멀어지는 일이다

가는 일이다     

기대면 혹독하게 차가운 철재문의 온도와 

기대면 철가시와 튀어나온 철보풀의 외면은 

느낄 수 없는 붉은 포도주 잔     

걷는다 멀어지는 일에서 가까워 지기

위해 사라지는 문장의 풍경을 위해

숲에 걸려있는 그림자를 보기 위해     

숲을 통과한 빛이 닿는 마른 잎사귀 밑

방금 젖은 땅에서 벗어난 구두의 밑창이 

닿는 보도 위의 발자국

죽어가는 이의 마지막 고백에 닿는 마른 입술*

지난 밤에 일어났던 모든 여정 

누웠다 깨면 없어진 문장들     

지난 밤에 보리에 대해 궁금했다

누렇게 익었을 때의 보리이삭

당당하게 노을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다

산을 배경으로 산보다 높이 치솟은 보리이삭

보리밭 둑에 누워서 혹은 쪼그리고 앉아서

*홍콩 영화 ‘와호장룡’의 주윤발의 마지막 모습          

숨은 그림     

밑단이 뜯어진 치마 

몸에 크고 색이 바랜 니트 원피스

손등에 마른 콧물 

단발머리

기억에 없는 신발

표정 없는 얼굴

누런 사진틀

아궁이의 감자싹

목줄 졸린 개의 상처

거리에 노출된 방의 숨소리

연탄가스 연탄집게 중독 눈 내리는 밤 

실려가는 가족

잘린 손가락

씹히는 머리카락

남자 하숙생들

풍금 뒤의 생리대

목단꽃과 절름발이 소년

수몰 지구에서 걸어오는 버스

고모집의 무 밥

겨울밤의 짧은 이불

겨울밤의 거적대기

연탄불에 벌어지는 입

수돗물 냄새

내 다리를 물어뜯은 

이빨 달린 하수구

만화방

달아나는 언니

포플라 나무는 길고

쌀집에 달려든 버스 

무너진 이팝나무의 집

지게에 꽂힌 풀꽃 싸리나무꽃

대추나무 아래 노할머니

담뱃대를 두드리고

간다 상여는 연못 속으로

범이 나오는 산 아래에서 

쑥을 캐는 여자들

폐암 말기의 발가락

멀리도 달려왔으나

능소화처럼 주렁주렁          


2022.1.18.     

바다를 풀어놓고 섬들은 

한산하게 회를 썰고 있다

손수건은 하얗다

닦아야 할 핏자국이 붉을 뿐이다               

숨은 그림     

밑단이 뜯어진 치마 

몸에 크고 색이 바랜 니트 원피스

손등에 마른 콧물

단발머리

기억에 없는 신발

표정 없는 얼굴

누런 사진틀

아궁이의 감자싹

목줄 졸린 개의 상처

거리에 노출된 방의 숨소리

연탄가스 연탄집게 중독 눈 내리는 밤 

실려 가는 가족

잘린 손가락

씹히는 머리카락

남자 하숙생들

풍금 뒤의 생리대

목단꽃과 절름발이 소년

수몰 지구에서 걸어오는 버스

고모집의 무 밥

겨울밤의 짧은 이불

겨울밤의 거적때기

수돗물 냄새

만화방

달아나는 언니

쌀집에 달려든 버스 

무너진 집

폐암 말기의 발가락       

   

2022년 1월 21일 금요일

문예진흥금 쓴다고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다. 만약 받게 되면 집중해서 글을 써야 한다. 

김복경 원장님한테 소파 사다고 했다가 취소했다. 

짐은 없애야 한다. 미안하게 되었다.

다시 집중해서 글이나 읽자.          


2022년 1월 23일 일요일

오전 여적암, 오후에 임숙희 선생님문상을 가야겠다. 함양이다. 

그리고 다시 읽기 시작하자.    

            

2022년 1월 24일 수요일

바쁜 여정, 민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쇼팬하우어에 대해 다시 읽어야겠다. 너무 많은 책 아무래도 남은 여정은 책을 읽어야겠다.   

       

2022년 1월 26일 민한의원 도수 치료          


2022년 1월 27일 목요일     

또 하루를 넘겼다. 어제 민이방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소파에서 푹 잤다. 

          

2022년 1얼 29 토요일               


2022년 1월 30일 일요일

정언이와 여적암 다녀옴. 정숙이 고모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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