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닮았지만 비슷하지 못한 그 와 나
반짝 거리는 높은 곳에 있던 사람에서
도망자 그리고 초라한 사람이 되었던 당신
절대로 숨기고 싶었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게 된 당신
40년 고생하고 약속의 땅은 못 들아간 당신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르지만 비슷하지도 않지만 같지 않지만 닮아 보이는
당신과 나의 결말도 같을 것인가
모세와 나 그리고 광야
타인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했다
모두 현 생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난 오늘도 나약하고 무능한 나로
멍청하지만 옳다고 믿는 신념을 가진 채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빠져
현실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오늘을 마주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오늘의 시작이 선물과 같았는데
기분이 나쁠 때는
아침이 맑음으로 나를 반겨도
웃음이 나지 않았다
눈이 부시다며 트집을 잡고
선크림 발라야 한다며 짜증을 부렸다
생각해 보면 내가 화를 안 내고 살지 않았다
말을 안 했을 뿐 화를 내며 살았다
내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어떨까
다들 저렇게 웃고 인상 쓰고 욕하고 농담해도
모두 각각의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텐데
나 혼자만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내게 확신이 없으니
내 모든 행동이 오답 같다고 느껴졌다
들쑥날쑥 한 내 기분에 따라
표정과 태도의 변화를 보이기 싫었다
쟤는 왜 저러나
이상한 성격이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살지 않으려 했는데
아주 최선을 다해서 그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차라리 화를 내고 소리쳤다면
담아둔 것이 없어졌을까
화내고 후회하지 말고
화내지 않고 혼자 속앓이 한 게
정말 잘하지 못한 것일까
문제를 마주하고
한번 어렵다고 느끼니까
정말 어렵게 생각하고
해결할 수 없어 보였다
또 나는 생각의 생각에
내 우울의 늪
내 무기력의 심연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답답했고 불안했다
불안하고 속상하고
죄책감과 억울함 그 어딘가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으니
갈 곳이 어디 있겠나
기도와 말씀과 친하지 않은 내가
말씀을 붙잡아 보려 노력했다
정말 어색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다 오라고 하셨는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짐은
모든 원인과 책임이 다 내 것이라서
어디 원망할 곳도 없고
시험과 고난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내 잘못이라서
내가 자초한 일이라서
이 문제의 발생 이유가 나라서
힘들다고 내려놓을 수 없었다
정말 답답했다
갑자기 모세가 생각이 났다
평소와는 다른 관점에서
모세의 입장이 되어봤다
죽을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신분 상승으로 살게 되었고
사회적 지위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보장된 삶
그 삶 속에서 모세는 무엇을 느꼈을까
진짜 성골 이 아니라는 자격지심을 느낀 적은 없었을까
높은 신분으로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생각한 적은 없었을까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그 삶에서 느끼는 결핍은 무엇일까
잘 나가는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왕자에서
한순간에 살인자가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때
모세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키려고 했던 마음에 실수였는데 억울하지는 않았을까
왜 이런 상황 주셨냐며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서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해
털어놓지 못하고 답답해하지는 않았을까
학대하는 놈 말리려다 실수로 죽이고
다음날 싸움하는 것 말리려는데
너도 나 죽이려고 하냐며
보이고 싶지 않은 가장 숨기고 싶은 것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의
모세의 심정과
지금의 내가
절대로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을
들킨 그 마음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지금의 나와 같으려나
성경도 모르고 모세도 모르는 나는
내 수준에 한번 감히 헤아려본다
오랜 시간 광야에서 지냈던 모세는
40년 동안 고생하다가
약속의 땅이라는 가나안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결국 생을 마감했는데
당시 모세의 심정은 어땠을까
고생과 어려움을 본인이 다 겪었는데
어린놈이 홀랑 넘겨받아 질투를 하지는 않았을까
하나님이 장례를 치러 주셨으니 위로와 평안을 얻었을까
모세의 쓰임을 내가 함부로 말 못 하지만
내가 만약 고생 다 하고서
대가 혹은 상금을
다른 예정된 어린놈이 받아 간다면
나는 심히 몹시 불편했을 것 같다
40년의 고난이라는 시간에 대한
대가 혹은 보상을 받고 싶지는 않았을까
기다리지 못하고 늘 중간에 포기하는 내가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공로를
온전히 드릴 수 있는 마음이 생길까
내 것이 아니고
내가 한 것이 아니며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하지만
결국 아직도 난 내 것을 찾으며
나 로서 살아가고 있다
나의 부끄러움을 드러내신 이후
나의 40년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