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핍의 근원지

by 김해난

하나님 오늘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밤도 지켜주시고

우리 집 이사가게 해주세요


밤마다 기도를 했다

내 기억이 있기 이전부터

늘 기도했던 한 가지

이사가게 해주세요


낡고 허름했던 오래된 우리 집

이 집을 떠나는 것이

나의 삶의 첫 번째 기도제목이었다


어린이집 다닐 때에는

집에 대한 결핍은 없었다

우리 집이 있는 동네에도

내 또래의 아이들이 살았고

보이는 것이 이 동네가 전부였으니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에 갔다

나서기 좋아했고

또래 보다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다


어쩌다 윗동네 아파트 단지에 놀러 갔다

우리 동네와는 달랐다

정돈된 이 동네는

분위기가 달랐다

쾌적해 보이는 환경이

어린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어디 사냐

나는 어디 아파트 쟤는 어디 아파트

넌 집이 어디냐

난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웠다

우리 집은 아파트가 아니었으니까


학교 화장실이 불편하다는 아이들

나는 학교 화장실이 편했다

우리 집은 푸세식이었고

학교 화장실은 좌변기는 아니었으나 수세식이었다

2000년 후반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집은

푸세식 화장실이었고

여러 가지 벌레와 쥐 같은 것들과 함께 자랐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그래도 성실한 아빠와 해맑은 엄마 덕분에

굳은살 없이 잘 자라왔던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어쩌다 같은 반 친구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페인트가 다 벗겨진 허름한 우리 집을 보며

적잖이 놀랬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우리 집을 숨겼고

숨기는 것이 생겼던 나도 숨게 되었다


집은 내 자격지심의 시발점이었고

도망의 원인이었고

회피나 결핍의 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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