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의 반딧불이 [1/4]

소설(5.18민주화 운동)

by 이로작가

10일의 반딧불이 [1]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설-






“오빠, 잠이 안 와.”

“반딧불이가 왔나 보네.”

“반딧불이?”

“어, 늦봄이 되면 반딧불이가 날아오거든.”

“그럼 달빛이 아니라 반딧불이 때문에 밖이 저렇게 환한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반딧불이는 온 세상을 밝히지 못해.”

“그게 무슨 뜻이야?”

“늦었어, 이제 자자.”



오빠는 행여나 이야기가 길어질까 싶었는지 황급히 마무리를 짓고는 모로 누워 자는 시늉을 했다. 코에서 부러 낸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 맨날 끝까지 얘기도 안 해주고.”



나는 오빠와 여섯 살 터울이다. 오빠는 늘 나를 어린애 취급이다. 단지 나이 때문은 아니고, 겉모습만 봐도 우리는 남매보단 부녀지간에 가까웠다. 또래보다 큰 키에 긴 다리를 자랑하던 오빠는 항상 교복 밑단이 어중간하게 짧았다. 반대로 나는 키 번호 1번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난히 작았으니, 오빠가 나를 애 취급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어머니는 동네 수선집 일을 도우며 살림에 보태셨고, 아버지는 차량 정비공으로 일했다. 그 덕에 초등학생이던 내 아침밥을 챙겨주고, 깨워서 학교에 보내고, 숙제를 봐주는 등의 잔일 거리는 모두 오빠의 몫이었다. 매일 아침이면 나는 엄마가 아닌 오빠의 손을 잡고 등교했다. 마을 사람들은 “딸 바보는 봤어도, 동생 바보는 첨보네.”라며 각별했던 우리 남매를 신기한 듯 구경했다.



어릴 적 우리는 줄곧 같은 방을 썼는데, 잠들기 전 오빠는 항상 반딧불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 모든 빛이 사라진 어두운 밤, 희미한 빛을 깜박이는 반딧불이 이야기는 엄마의 자장가를 대신했다.



“반딧불이는 1년에서 2년 동안이나 어두운 땅속에서 지내야 해. 그렇게 오랜 기다림을 견디면 성충이 되어 빛을 깜박일 수 있거든.”

“그럼, 얼마나 오래 빛날 수 있어? 1년? 아니면 2년?”

“아니, 반딧불이는 10일도 채 살지 못해.”

“뭐야, 반딧불이 너무 불쌍하다. 고작 10일이라니.”

“아니야, 10일이라도 반딧불이에게는 분명 소중할 거야. 빛을 낼 수 있으니까. 빛을...”



오빠는 반딧불이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말끝을 흐렸다. 반딧불이 이야기는 늘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었다. 마치 어린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나는 뒷내용이 궁금했지만, 굳이 보채지 않았다. 분노를 삼키고 희망이라는 작은 불빛을 낙관하는 그 표정은 말로 듣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고픈지 알 것도 같았다.



오빠의 반딧불이 사랑은 그뿐이 아니었다. 오빠의 오랜 꿈은 동화작가였는데, 아무리 봐도 그림에 소질은 없어 보였다. 아니, 사실 평범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력이었다. 하루는 오빠에게 종이비행기를 그려 달라고 보챈 적이 있었는데, 오빠는 못 이기는 척 책상에 가 앉더니 모퉁이에 쌓인 이면지 중 깨끗해 뵈는 종이 두 장을 집었다. 이어 한 종이로 비행기를 접고는, 다른 한 종이 위에 이를 본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마저도 선이 삐뚤빼뚤한 탓에 비행기보단 힘없는 나방을 보는 것 같았다. 뒤에서 구경하던 나는 그만 배꼽을 잡고 깔깔 웃어댔다. 오빠는 멋쩍은 듯 서둘러 비행기가 그려진 종이를 뒤집어 버리고는,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은 눈망울과 길게 뻗은 두 갈래의 날개, 마지막엔 노란 색연필로 꽁무니에 점 하나를 찍었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내게 이 그림을 건넸다.



반딧불이렷다.



“또 반딧불이야? 빛이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잖아.”

“반딧불이는 원래 빛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아. 하지만 그 빛은 사라지지 않지. 그리고 함께 모이면 달빛처럼 밝은 빛이 되는데, 그게 진짜 반딧불이의 빛인 거야. 하나가 되었을 때 더 아름답게 빛나는...”



나는 그림을 받아든 채로 가만히 서서 반딧불이를 응시했다. 오빠 말이 맞았다. 꽁무니 빛은 너무 작았지만, 순식간에 번져 내 눈을 가득한 빛으로 채우고 있었다. 마치 달이 하늘에 떨어뜨린 한 방울의 노란 빛처럼. 오빠는 동화 작가가 되면 가장 먼저 반딧불이 동화를 쓸 거라고 했다. 그림에 영 소질은 없어도 반딧불이만큼은 단숨에 그려내는 오빠였기에 나도 그 꿈을 응원했다. 우린 희미한 달빛 아래 손가락을 마주 걸고 약속했다.



“오빠, 책 만들면 꼭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기다!”

“좋아, 약속할게.”

“약속, 복사,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