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의 반딧불이 [2/4]

소설(5.18민주화 운동)

by 이로작가

10일의 반딧불이 [2]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설-






내가 중학생에 입학할 무렵 오빠는 대학생이 되었다. 동화작가를 꿈꾸던 오빠는 그토록 원했던 전남대학교 도서관학과에 입학했다. 도서관 학과는 몇 해 전 ‘문헌정보학과’라는 이름으로 개칭되었지만, 대부분 여전히 ‘도서관 학과’라고 불렀다. 오빠는 입학한 지 1년도 안 돼서 갑작스러운 휴교령으로 학교에 나갈 수 없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유독 어두웠다.



밤거리는 인적 끊긴 길이 홀로 추위와 싸우며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를 더 고독하게 울렸고, 온 동네가 조용하면서도 시끄러운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오빠 학교에 왜 휴교령이 내려졌는지, 동네 분위기는 왜 뒤숭숭해졌는지 직접 말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휴교령이 내려지기 직전 담임 선생님께서 했던 말을 기억한다.



'대통령이 죽었다.'



선생님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이 한마디를 하고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나에게 대통령의 죽음은 친구나 가족의 죽음처럼 그리 슬퍼할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그때까지 한 번도 대통령이 바뀐 적은 없었다. 적어도 내 또래 친구들에겐 그 사실이 당연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뒤숭숭한 동네 분위기도 이해는 갔다.



저녁 식사 시간, 집까지 찾아온 적막은 어머니 한숨 소리를 더 크게 울렸다.



“어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나.”

“엄마, 우리 이제 전쟁 나?”



오빠는 발가락으로 나를 툭툭 치며 밥이나 먹으라고 신호를 주었다. 오빠는 여전히 나를 애 취급이다. 그날 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우리 이제 전쟁 나?”



오빠 코에서 부러 낸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번만큼은 나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나는 열심히 자는 시늉을 하는 오빠를 있는 힘껏 흔들었다.



“오빠 안 자는 거 다 알아. 빨리 알려줘.”



오빠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몸을 내 쪽으로 돌리고 짧게 대답했다.



“아니, 그럴 일 없어. 걱정 마.”

“그럼 우린 왜 싸우는 건데?”

“싸우는 게 아니라 뭔가를 찾는 것뿐이야. 반딧불이처럼.“



오빠가 또 반딧불이 이야기를 꺼냈다.



“반딧불이는 1년에서 2년을 알에서, 물에서, 땅에서 갇혀 지낸대. 그리고 성충이 되면 10일을 살고 죽어. 그마저도 조명을 달로 착각해 따라가다 더 일찍 죽는 경우가 허다하지. 신기한 건, 반딧불이의 빛은 죽는 순간에 가장 밝게 빛나거든. 그런데 그 빛은 자신을 구해달라는 뜻이 아니야. 반딧불이는 하나가 앞장서면 순식간에 뭉쳐 따라가는 습성이 있어서, 자신을 뒤따르던 다른 반딧불이가 조명에 부딪히지 않도록 신호를 보내주는 거지. 그렇게 앞장선 반딧불이들의 희생 끝에 진짜 빛을 찾아가게 되는 거야. 우리도 반딧불이처럼 빛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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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장서서 빛을 찾는 사람들은 죽는 거야? 반딧불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