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어디까지 보다 어떻게
성교육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교사(부모)의 성 경험을 물을 때가 있다.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기도 하고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떠보기도 한다.
나는 교육자 이전에 존중받고 싶은 독립된 인격체다.
그럴 때는 질문으로부터 나를 떼어낸다.
즉 적절한 경계 짓기를 한다.
비난하거나
화내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의사를 밝힌다.
이건 선생님의 사생활이라 말하기 불편해요
대신 객관적으로 질문에 답할게요.
교사(부모)의 경계 짓기 자체가 교육이다.
불편한 상황에서 자신의 경계를 보호하는 모습 보여주기.
아이들에게 앞으로 '너희의 경계를 다른 사람이 넘어올 때 이렇게 하렴'이라는 시범을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한 질문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선을 알려주는 기회이며, 내 말에 다른 사람이 경계를 지을 때 이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교사(부모)의 성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 도움 될 경우도 있다.
나보다 십 년 이상 어리지만, 인격적으로 훨씬 성숙해서 존경의 마음을 품고 바라보던 사랑스러운 후배 선생님이 있었다.
창의적인 수업 방법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선생님의 성교육은 당시 그 학교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진지하게 성교육하던 어느 날
선생님!
성관계해 보셨죠?
느낌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분은 한눈에 반해서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했지만, 남편의 의처증으로 한 달 만에 이혼한 아픔이 있다.
선생님은 먼저 아이들에게 결혼 직후 사랑의 감정이 충만한, 서로 간절히 원해서 성관계 했을 때의 즐겁고 행복했던 느낌을 들려주었다.
이어서 남편에게 구타를 당한 후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강제로 했을 때의 비참했던 느낌도 들려주었다.
호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춘기 남.여 중학생들은 그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결국 함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고 했다.
성관계 느낌을 알려달라는 자극적인 질문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자신의 경험을 버무려 학생들의 눈물로 마무리한 것이다.
성관계란 두 사람이 서로 원하고
거기에 사랑의 감정이 더해졌을때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걸.
폭력적인 지배를 통한 행위를 부부사이라도 왜 강간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도 느꼈으리라.
음란물처럼 강간 상황에서조차 손만 닿으면 숨넘어갈 듯 흥분하며 괴성을 지르는 여성의 모습은 현실의 성이 아니라는 걸. '내가 하는 성행동(심지어 강간 조차)은 모두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어떤 인간의 성적 환상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쇼라는 사실을.
아이들의 질문에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던 그즈음, 나는 선생님과의 대화 덕분에 큰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다.
답은 어디까지가 아니라
어떻게 였던거다.
어떤 식으로 이 질문을 풀어갈까?
아이들의 나이와 성에대한 정보 수위에 맞는 언어 선택은 뭘까?
나는 진지하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불편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고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면
성 경험을 들려준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브런치에 썼던 초등학교 때 겪었던 성추행 경험이다.더불어 그 사건이 내게 미친 영향, 당시 도움을 청했더라면 어땠을까 등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무리한다.
또 '시도하기만 하면 모두 성공할 것'이라고 피임을 너무 쉽게 여기는 아이들에게 결혼 후 피임을 대충 하다가 아이를 낳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아무리 이론을 잘 알아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실패가 기다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우선 성 경험의 구체적 내용과 상황 묘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위에 사례로든 선생님의 성관계 경험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이에게 성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동시에 두고두고 다양한 의문을 갖게한다.
이를 계기로 이성을 선택하는 방법,만남과 헤어짐 , 성관계의 의미, 가정 폭력 등에대한 배움을 선사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난후 아이들이 어떤 느낌을 받을까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시간이 흐르면 교사(부모)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가물가물 잊힌다.
그러나 하루,이틀,일주일,한 달,1년 ,10년
심지어 평생을 두고 살아 남는게 있다.
바로 느낌이다.
지나치게 엄숙하고 금욕적이거나 겁을 줘도 안 되지만, 가볍고. 유희적이고. 사람을 가지고 노는듯한 ,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는 느낌을 아이들에게 남길 경험들은 당연히 교육적으로 들려주지 않는 게 백번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