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뜷고 하이킥의 야동 순재와 음란물

말의 힘

by 즐거운가

음란물 대신 야동

많은 사람들이 음란물 대신 야동이라는 말을 쓴다.

심지어 성교육하는 교사나 강사들중에서도...


얼마 전 초등 5학년 교실에서 '나 음란물이라는 말 들어 봤다' 에 손 들어보라 했다.

1/3 정도가 손을 들었다.

이어 '나 야동이라는 말 들어봤다' 까지 포함해서 손 들어보자고 했다.

몇 명 빼고 거의 손을 들었다.


린이들!

란물은 몰라도 야동은 안다.




어쩌다 음란물은 야동이 되었을까?

붕 뚫고 하이킥.

2009년부터 2010년에 MBC에서 방영된 이 유쾌하고 상쾌한 시트콤은 여전히 시트콤 계의 전설로 불린다.

당시 많은 시청자의 렬한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유행어도 낳았다.


그중 하나가 야동이다.

중소 식품회사 사장인 이순재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캐릭터다.

어느 날 컴퓨터를 만지다 우연히 보게 된 음란물에 푹 빠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

가족들 눈을 피해 컴퓨터로 몰래몰래 음란물을 시청하다가 국 식구들에게 걸린다.

평소 잖고 엄격한 도덕 선생님처 굴던 이순재에게 후 요절복통 망신살이 펼쳐진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혹시 비난 여론이 지 않겠우려와 달리 시청자들그날의 방송에 열광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 많은 구성원 음란물 시청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이기도했다.


이후 이순재 씨는 다시 한번 큰 인기를 누렸고 16년이 넘은 금도 야동 순재라는 칭으로 불린다.


또 하나 이를 계기로 음란물은 동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음지에서 양지로 보란 듯이 나온다.




방송가는 안도했다.

사회 변화를 확인한 방송사들 경쟁적으로 인기 연예인과 남녀 아이돌들을 예능에 출연시킨다.

그리고 음란물 시청에 얽힌 개개인들의 에피소드를 공공연하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당시 섹시 댄스로 유명했던 한 십 대 여자 아이돌은 가사에 맞게 야한 춤을 춰야 하는데 너무 어리고 아무것도 몰라서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음란물을 반복 시청하며 성행위 장면을 흉내 내 섹시댄스를 완성 대성공을 거뒀다는 비화를 들려준다(섹시 댄스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처음엔 너무 충격이었는데 자꾸 보니 무감각하더라는 말과 함께...


청소년들의 우상인 아이돌 개인의 음란물 시청 에피소드는 그들 개인의 에피소드로만 머물지 않는다.

인기 아이돌들이 청소년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강렬하다.


오~

저걸 다 보고도

저 멋진 아이돌 성공했다는 말이지?

맘 편히 봐도 되겠네



아무튼 지붕킥은 은 사람들이 음란물에 대한 죄책감과 경계심를 쿨하게 내려놓게하는 데 한몫했다. 많은 이제 사람들에게 음란물 시청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문화가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 안에 어린 청소년!

그것도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십여 년 내외의 초등생들까지 포함다는 사실이다.

* 성교육에 관한 글이니 성인의 음란물 시청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문화적으로 허용되면 다 옳은가?

나는 지붕킥이 그때도 지금도 좋다.

아직도 인터넷에 떠도는 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 터진다.

매회 전개되는 창의적인 야기 구성에 감탄한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허용된다고 교육적으로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이제 학교에서 만나는 일부 중학생들은 내게 마치 '음란물 시청 청소년기의 통과 의례'라는 듯 그 경험을 대놓고 버젓하게 드러낸다.생님 말 틀렸고요 음란물이 다 맞아요. 내 눈으로 직접 봤거든요.


하도 많은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사회도 부모도 손을 놔버린 느낌마저 든다.

이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먹먹하고 막하다.




야동이 아니라 음란물

말에는 힘이 있다.

특히 성과 관련된 단어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


앞글에서 강간을 원치 않는 성관계로 표현했을 때 의도치 않게 성기중심적으로 왜곡된 성관계 개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야동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야동!

어쩐지 장난스럽고, 가볍고 심지어 밝고 귀여운 느낌마저 든다.

영상을 봐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영상에 담긴 내용들은 대 가볍지 않다.

영상에 담긴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중대한 성범죄로 처벌받을 내용들이 차고 넘친다. 이 가볍지 않은 영상물을 가벼운 이름인 야동로 부르면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음란물이라는 단어의 말의 무게는?

사전적 의미로 음란물(淫亂物)즉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는 성적 자극과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표현 양식을 이르는 말이다. 음탕하고 외설적내용을 담은 책, 그림, 사진, 영화, 비디오테이프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

*외설(猥褻):사람의 성욕을 함부로 자극하여 난잡하다.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는 성매매 여성(Porno)에 관하여 쓰여진 것(Grapos)에 어원을 둔 고대 그리스어에서 나온 단어다. 단어부터 이미 좋지않은 이미지를 뿜어댄다.




경력 교사 시절 나 역시 말의 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수업에 활기를 주려는 의도로 아이들이 즐겨 쓰는 언어를 별생각 없이 빌려 쓰곤 했다.

아이들을 흉내내 수업중 음란물을 야동으로 불렀음도 물론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큰 무게를 가졌다는 것을 깨달은 후 단어가 가진 무게를 저울질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수업(강의) 후에 내 의도와 다르게 잘못된 느낌이나 의도를 전달하는 단어를 쓰지 않았나 혼자서 복기하곤 한다.




부모(교사)들께 부탁드린다.

혹시 자녀(학생)들과 이 주제로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야동 대신 음란물 불러주시기를 바란다.


성교육은 느낌 교육이다.

성에 대한 토크를 예능처럼 가볍게 날리는 시간이 아니다. 그 안에 교육적 의도가 있기에 성교육이 어려운 거다.


성교육에서 야동과 음란물이 가진 말의 느낌과 무게는 완전히 다르다.




수요일 연재
이전 06화"성관계 느낌 어때요?"묻던 아이들이 교실에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