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을 위해 알아두면 좋을 음란물 상식 1.
청소년 음란물 시청 문제가 심각한 건 알지만, 막상 거기에 내 아이가 끼어있음을 아는 건 적잖은 충격이다. 나역시 아이들에게 받았던 그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청소년 음란물 시청이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90년대 말부터다.
인터넷이 없던, 비디오가 최신 문명의 이기였던 시절이었다. 남성들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들여온 음란 비디오는 불법 복제를 거듭하며 들불처럼 온 나라로 번저 나갔다.
장롱 안에 꼭꼭 숨겨둔 영상은 곧 아이들 손에 들어갔고, 어른들이 했던 방식대로 널리널리 퍼져 나간다.
부모도 교육계도 사부작부작 아이들이 음란물에 물들어 가는 걸 알았지만 두 손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비디오 상영전에 장못된 비디오시청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며 겁을 주었을 뿐 무엇을 왜 조심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아니 알려주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난감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를 학생들 앞에서 1만큼 다루려면 100만큼 알아야 하는데, 당시 나를 비롯한 선생님들은 음란물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음란물 교육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건이 터진다.2000년, 온 나라를 놀라게한 빨간 마후라 사건이다.
한 무리의 고교생이 여중생 한 명을 상대로 음란물 장면을 그대로 흉내 내 비디오를 찍었고, 영상이 알음알음 온 나라로 퍼진 것이다.
고교생들은 여중생을 여자 친구라고 했다.그러나 내 여자 친구를 친구들에게 내몰아 그런 짓을 벌이는 남자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여중생에게만 쏠렸다. 비디오를 찍은 남학생들에게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다.덕분에 남학생들의 삶은 사건 이후에도 무탈했다.여중생의 삶만 무너졌을 뿐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00 양의 비디오’ 등 개인의 사생활을 몰래 찍은 영상들이 계속 유출되기 시작한다.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관심의 대상인 성은 돈이 됐기 때문이다.그리고 죄책감도 문제의식도 없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는 집단 관음증의 시대가 도래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대다.영상에는 분명 남성도 존재하는데 여성들의 피해만 계속 이어졌다.오히려 대단한 녀석으로 불렸다.
* '다른 사람은 어떨까?'궁금한건 인간의 정상적인 심리다. 그러나 이걸 행동으로 옮기는 엿보기는 비정상적인 성행동, 이른바 변태 성 행동 중 하나다.눈으로 하는 강간이라 부를 만큼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다.
한참 열정적으로 성교육을 하던 삼십대 후반, 나 역시 혼란에 빠졌다.
엊그제까지 정자. 난자. 사춘기라는 단어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침을 꼴깍 삼켰던 아이들 이었다. 그간 땅 짚고 헤엄치듯 성 교육을 했구나!
아이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받았다.
음란물을 접한 학생들이 내게 던진 무기명 쪽지 질문들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적나라한 언어로 써 내려간 내용에 경악했다.귀엽게만 보였던 아이들의 얼굴이 겹치면서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어쩔줄 모르고 고민하던 당시 EBS에 혜성처럼 나타난 구성애 선생님으로 부터 해법을 얻었다.교과서적인 틀을 와르르 허물고 아이들의 실태를 바탕으로 그들 입장을 대변해 들려주는 이야기에 온 나라가 열광했다.
하지만 기존의 점잖고 보수적인 성교육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돌직구 표현이 너무 거침없고 야하다며 매우 불편해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게 우리 아이들의 현실인 것을.
나는 쎈 표현은 교육 현장에 맞게 순화해서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방학 때 자비로 구성애 선생님께 두 차례의 심화 연수를 받았다.이어서 성 상품와와 음란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구해서 읽으며 탄탄한 배경지식을 쌓았다.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 다.
수업 준비를 하려고 다시 아이들의 질문을 꺼내서 읽었다.
놀라웠다.이전과 아주 다른 감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왜곡된 성 문화를 만났구나!
얼마나 혼란스럽고 고민스러웠을까?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아이들의 마음이 보였다.
시선이 바뀌자, 오히려 혼란을 방치하고, 제대로 알려 주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감과 미안함이 들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뒷모습을 보며 배운다.
이 일은 모두 어른이 시작한거다.
동시에 아이들의 반응은 인간이 강렬한 자극이나 호기심을 느낄 때 보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니 심지어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음란물 시청에 찬성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나를 믿고 솔직하게 고민을 적어준 학생들이 오히려 고마웠다.
덕분에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졌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이들을 다독이고, 음란물의 민낯을 보여 줄까 고민할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준비된 상태에서 상황에 직면하면 좀 더 잘 대처할 수있다.
부모들이 음란물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좋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