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사이트의 단골 범죄영상 두 가지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사 중
어느 것도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티랜티우스)
한동일/로마법 수업/문학동네
아이와 음란물에 관한 대화를 나누신다면 이 말만은 꼭 들려주시기 바란다.
"음란 사이트에 있다고 모두 음란물은 아니란다."
음란 사이트에는 보거나, 내려받거나, 링크하는 것만으로도 형사 처벌하는 불법 범죄 영상들이 우글거린다.
혹시 '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라 괜찮아'라는 말을 듣거든 이렇게 말해주시라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이 세상 모든 성 범죄자들도 한때는 아이였다.
멀리서 사례를 찾을 것도 없다.
음란사이트에 있는 영상을 친구에게 링크하면 학폭위로 가는 지름길이니까...
성욕이 왕성한 사람들이 포르노 배우가 되어 돈도 벌면서 즐기기도 하겠죠?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 그런 일을 할 수도 있다.
애들 말처럼 차라리 음란 사이트에는 음란물 배우가 돈을 받고 자발적으로 찍은 영상만 있으면 좋겠다.
현실은 그보다 훨씬 무섭고 잔인하다.
2024년 초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딥페이크 사건을 기억하실 것이다.
미디어에서 무슨 신종 성 범죄인양 난리쳤지만, 딥페이크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심각한 범죄 행위였다.
처벌을 호소하는 성인(여성) 피해자들에게 '이건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라서 처벌이 어렵다'며 미적거렸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피해를 모른척하며 뒷구멍으로 즐겼다.
헤어진 연인에게는 리벤지(복수)포르노, 앙심을 품은 이성에게는 지인 능욕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얼굴에 음란 동영상을 합성해서 올렸다. 일면식도 없는 연예인도 단골 피해자였다.
2024년,딥페이크와의 전쟁이 선포될 만큼 새삼 문제가 된 이유는 딱 하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청소년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음란 사이트에서 보고 배운대로 후배.친구. 심지어 교사를 대상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솔직히 중.고.대학교에서 딥페이크 사건이 줄줄이 터졌을 때 별로 놀랍지 않았다.
어물어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그저 지나간 예고편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을 뿐이다.
다들 들어보신 낯익은 사건들이다.
N번방,박사방 사건
그 이전에 버닝썬 사건
더 한참 전에 소라넷 사건
공통으로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성범죄 영상이 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보며 퍼뜨리고 시청했던 조력자와 이를 방관한 사회가 있다.
공중화장실, 수영장, 탈의실, 숙박업소, 지하철 등에서 불법 촬영된 영상들, 연인이나 부부 간에 동의 없는 성관계 촬영 영상, 실제 성폭행(강간)이 벌어지는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영상들...
사람들은 누군가의 사생활을 찍어 올린 영상을 '몰카'라는 장난스럽고 가벼운 이름으로 부르며 오락으로 소비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문란하게 놀더니 당해도 싸다'라는 뒷담화와 함께 국산 음란물로 부르기도 했다. 피해도 모자라 졸지에 음란물 배우가 되버린거다.
인터엣에 떠도는 영상을 지우다 지우다 절망한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그 영상을 유작이라고 부르며 시청했다.
소라넷은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9년 초기에 성인 사이트로 출발해, 마지막 몇 년간 막장의 길을 걸으며 성범죄 영상물로 악명을 떨쳤던 사이트다.
회원수 100만명! 수업 중 학생들 입에서 사이트 이름이 튀어나올만큼 대놓고 아이들이 시청했다.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이 사이트 폐쇄와 운영자 처벌을 호소했지만,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성 범죄는 법망의 구멍을 찾아 변이에 둔갑 술을 반복하며 일어나는 까닭에 처벌 조항을 새로 만들어야하는 경우가 많다는걸 알지만, 대처가 느려도 너무 느렸다.들리는건 서버가 외국있어 처벌이 어렵다'는 소리뿐!
2015년에 가서야 6개국과 공조했다며 소라넷 운영자를 검거하고 보니 , 더러운 냄새나는 돈에 눈먼 명문대 출신의 부부였다. 17년 만에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지금도 같은 아류의 음란 사이트가 수없이 만들어진다.
귀에 익으셨을 엔번방 박사방도 한 예이다.
2018년,선망받던 대한민국 한 아이돌이 클럽을 찾은 여성을 약물로 실신시켜 성폭행하고 그 영상을 공유한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 된다.
이른바 버닝썬 사건!
마약, 성매매, 성폭행, 불법 촬영, 가학적인 성범죄까지 그 안에서 일어난 추악한 범죄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성인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미적거렸던 사법부는, 2018년 N번방 사건이 터지자 비로소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강력 처벌을 시행한다.
피해자 75명 중 초. 중등생 피해자가 16명으로,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N번방 주범은 징역 34년형(이어 터진 박사방 사건 주범은 징역 45년)을 받았다.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하는 아동 대상 범죄임을 감안해도 발빠른 대처로 한편으로 속상했다. 애초에 성인들이 같은 피해를 호소했을 때 좀 더 강력하게 대처했더라면 아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화장실,지하철, 탈의실 등에 붙은 '불법 영상 촬영은 형사 처벌'이라는 스티커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게 된다.
그나마 ' 안 찍히려면 조심해'라며 내게 조심할 책임을 지우던 불쾌한 문구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범죄자 엄벌은 당연한거고, 우리 사회에 성 범죄 영상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하나 았다.
소비하지 않으면 된다.
인터넷에 그런 영상이 차고 넘쳐도 아무도 클릭하지 않는 거다.
클릭하지 않으면 놈들에게 돈벌이가 안된다.
누구도 관심을 안 주는데 애써 수고할 인간은 없다.
성범죄 영상이 홍수라는 의미는 클릭하는 사람도 홍수라는 뜻이다.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는 뜻이다.
영상을 보는 인간과 영상을 찍어 올린 인간, 유포하는 인간을 동급으로 취급하는 이유다.
2020년 3월 경찰 발표 기준, N번방 범죄 가담자 규모는 영상 소지 · 배포자를 포함해 최소 6만 명 이상이었다( 그 6만명을 다 잡아들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해본다) .
성범죄 영상에 대한 방치와 물렁한 처벌은 사람들의 죄의식과 양심을 삭제시켜 영상을 봐도 된다는 생각, 더 나가 일부에게는 기회가 된다면 '나도?'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 수 도 있다.
그나마 이젠 경찰이 수요자인척 가장 해 판매자에게 접근해서 검거하는 함정 수사가 합화된 덕분에 적극적으로 검거에 나선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아니다.
성폭력이 발붙일 수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나 부터, 내 아이부터 할 수 있는게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성범죄 영상 클릭 하지 않기!
음란 사이트에 있다고 모두 음란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