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선택 고민의 시간
사실 그 무렵 나는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여전히 헬스를 함께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 헬스를 하다 보면 늘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PT를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이유는 많았다.
그 시절엔 바디프로필 열풍이 거세게 불던 때라,
PT 트레이너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혹여 잘못 걸려도 성격상 싫은 소리를 못 할 게 뻔했고,
그러다 보면 지금처럼 편히 다니던 헬스장이
순식간에 불편한 공간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단체 PT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도 있었다.
부상이 잦은 내 몸으로는
아무리 PT를 받아도 결국 따라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 답답함은 고스란히
트레이너와 나 사이의 불편함이 될 거라는 예감.
그래서 차라리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여겼다.
물론 PT샵을 알아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비싼 돈을 내고 후회하는 일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선택 중 하나였다.
그래서 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필라테스 PT는 조금 달랐다.
6개월 넘게 1:8 그룹 수업을 들으며
여러 선생님들의 수업 스타일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 덕분에 적어도 누가 나와 맞을지,
어떤 방식이 나를 이끌어줄 수 있을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또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것도 있었다.
내가 평소 전혀 쓰지 않던 근육들이
허리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통증이 온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근육들을 천천히 단련하면,
일상에서 늘 붙잡고 있던 허리 통증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희망이 생겼다.
무엇보다 필라테스의 강도는
헬스처럼 무게를 치며 몰아붙이지도,
단체 PT처럼 토할 만큼 힘들지도 않았다.
적당히 힘들면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고,
그 덕에 “돈을 내고도 따라가지 못해 후회할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이력.
물리치료사 출신이라는 사실은
내 몸을 이해해줄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사실 마음이 더 가던 선생님은 따로 있었지만,
그분은 PT를 하지 않으신다고 해서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강도가 낮게 느껴졌던 수업은,
아마도 무리가 가지 않게 바르게 지도하시기 때문일 거야.”
결국 내가 준비해야 할 건
돈, 시간, 그리고 체력.
그 세 가지가 채워졌다고 느낀 순간,
나는 마침내 필라테스 PT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록, 다시 허리 통증이 재발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