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붉은 사막 요르단.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어쩌면 낯설다 못해 당혹스러운 이름이다.
요르단이라는 국가명보다는, 유네스코 유적지로 유명한 '페트라'나, 성경에 나오는 '요단강'을 통해 어렴풋이 기억하는 이들이 간혹 있을 뿐이다.
나 역시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일까?" 싶은 궁금증이 먼저 들었다.
그 막연한 당혹감을 덜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넷 검색이었다.
"요르단" 혹은 "JORDAN"을 검색창에 넣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요르단 축구’, ‘요르단 지도’, ‘이라크’, ‘카타르’, ‘요르단 여자’ 등 국가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키워드들이 줄줄이 나타났고, 영어로 검색하면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나, 나이키의 조던 브랜드가 먼저 등장했다.
책은 좀 다를까 싶어 서점도 찾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르단을 다룬 책은 고작 여덟 권, 그중 세 권은 성경 관련 해설서, 세 권은 사진집, 나머지 두 권은 어린이용 만화책이었다.
한 나라를 이야기하는 책이 이토록 적은 경우가 있을까.
그런 요르단에서 나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편협하거나 오래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고, 실제 요르단 사람들의 삶과 문화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직접 부딪히고, 스스로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익혀야 했다.
중동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뜨거운 태양’, ‘끝없는 사막’을 떠올린다. 하지만 요르단의 겨울은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우기에 비가 충분히 오지 않으면, 건기 동안 정부 차원에서 단수 조치를 시행할 정도로 물이 귀한 나라다.
요르단은 한국과 비교해 보면 여러 면에서 느리고 부족한 나라 다. 사회 인프라도, 행정 시스템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부분들까지도 그렇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땐 모든 것이 불편했고,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도 이곳이 점점 좋아졌다.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인사법, 유목민의 문화, 사람들의 웃음과 몸짓이 이젠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느릿한 말투, 조심스러운 태도, 그리고 낯선 이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친절 속에서 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정(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한국에 있을 때처럼 이곳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충족시켜 줄 책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이슬람 종교나 성경에 대한 해석서만이 가득했고, 실제 요르단 사람들의 일상과 마음을 담은 이야기는 전무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직접 써야겠다.”
내가 이 땅에서 보고 느끼고 만난 사람들, 내가 두 발로 걸은 거리, 손끝으로 만진 삶, 그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이제는 요르단의 거리 냄새, 아잔 소리, 사람들의 눈빛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더는 낯선 땅이 아니다. 이곳은 내 삶이 깃든 땅이 되었고, 지금 나는 이 땅 위에서 살아간다.
나는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요르단이라는 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를. 그리고 이곳에 살게 될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기를.
나의 삶이 즐겁기에, 누군가의 삶도 즐거워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이곳, 요르단에서 살아간다.
인샤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