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내가 살고 있는 요르단의 공식 명칭은 '하시미트 킹덤 오브 요르단(Hashemite Kingdom of Jordan)'이다. 국명에 명시된 ‘하시미트’는 이 나라의 뿌리를 설명해 주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자 상징이다. 하시미트 가문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가문에서 유래하였으며, 1999년에 즉위한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무함마드의 42대 직계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혈통을 중시하는 아랍·이슬람 사회에서 이는 단순한 역사적 계보를 넘어 정치적·종교적 정통성의 핵심이다.
하시미트 가문은 오랜 세월 이슬람 종교의 심장인 메카의 관리자 역할을 하며 종교적 권위를 누려왔고, 20세기 초에는 아랍을 대표하여 오스만 제국을 상대로 아랍 세계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아랍 대반란을 주도한 '후세인 빈 알리(무함마드의 37대 후손)'의 아들 중 하나인 압둘라 1세가 1921년 트란스요르단 토후국을 수립했고, 1946년 독립과 함께 요르단 왕국의 초대 국왕이 되었다. 이후 하시미트 왕조는 지금까지 요르단을 통치하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하시미트 가문의 남자만이 국왕이 될 수 있으며, 총리의 임명과 해임권, 의회 해산의 권한을 가진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요르단은 지리적으로 북쪽은 시리아, 동쪽은 이라크, 남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서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남서쪽으로는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도시인 아카바를 통해 홍해와 접해 있다. 사해로 흐르는 요르단 강은 현재 이스라엘에 위치한 수원지에서 물길을 막고 있어, 아주 적은 양의 물만이 나라의 서쪽 국경인 요단강을 따라 흐르고 있다.
수도 암만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며 다양한 외국계 기업 및 UN 사무소들이 위치해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한국전력, 풍력발전, 삼성전자, 제일기획, LG전자 등이 레반트 지역 사업의 거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라크·시리아 등지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계 기업 사무실도 있어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국제도시다.
요르단은 비옥하지는 않지만 지리적 이점 덕분에 구석기시대부터 인간이 정착해 왔으며, 철기 시대에는 성경에 나오는 암몬, 모압, 에돔 등의 고대 왕국이 형성되었다. 기원전 3세기에는 아랍계 나바테아인이 요르단 남쪽 도시 페트라를 수도로 삼아 화려한 암각 건축 문화를 꽃피웠다. 이후 그리스 / 로마 시대에는 데카폴리스(중동 지역의 10개의 그리스 식민지 도시)가 세워졌고, 비잔틴 제국, 이슬람 왕조,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오스만 제국의 일원이었던 요르단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아랍 대반란과 함께 독립을 향한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21년 영국의 보호 아래 트란스요르단 토후국이 수립되었다. 이후 1946년 정식으로 독립하여 오늘날의 요르단 하시미트 왕국이 되었다.
왕국 설립 이후에도 4차례에 걸친 중동(아랍-이스라엘) 전쟁을 겪으면서 서안 지역을 이스라엘에 양도해야 했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요르단에 유입되었다. 현재 전체 1,100만 인구 중 50~60% 정도가 팔레스타인계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시민권을 부여받아 사회에 통합되었지만, 일부는 여전히 난민 신분으로 남아 있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사회 문제로 남아 있다.
또한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 유입, 가자지구 난민 수용에 대한 미국의 압박까지 더해져,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계속 누적되면서 국가 재정과 사회 인프라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요르단의 치안은 매우 안정적인 편이다. 외국 기구의 지원과 자본이 나라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정부가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동에서 흔히 발생하는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 무슬림과 소수의 아랍 기독교인이 충돌 없이 같은 지역에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 예로,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이후 많은 중동 국가들이 지도자 교체를 겪었지만, 요르단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 주목을 받았다.
경제적으로는 한국과 비슷하게 천연자원이 부족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아 요르단 노동자들은 주변 아랍 국가에서 활발히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의료 수준이 뛰어나 중동 내 의료관광지로서의 명성도 가지고 있다. 한때 코로나19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해 관광 산업이 위축되었지만, 최근에는 개인 관광객 및 단체 / 성지순례 중심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