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첫 모습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가을 날씨를 즐기며 떠난 나는, 요르단에 도착하자마자 전혀 다른 세상과 마주했다. 이국적으로 펼쳐진 사막, 강렬한 태양,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을 막히게 만드는 건조한 공기. 이 모든 것이 낯설고도 신기했다.


요르단에 처음 도착한 날은 2009년 10월이었다. 사막 기후의 요르단에서 10월은 가장 푸석한 건기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였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내려다본 풍경은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흙색 사막. 그 자체로 생경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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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전 Queen Alia 공항 / (오른쪽) 2013년 오픈한 현재 Queen Alia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미끄러지듯 착륙하고, 짐을 찾아 공항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엔 시설이 너무나 열악했다. 공항 화장실은 언제나 내가 그 나라의 개발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곤 하는데, 요르단의 화장실은 방글라데시나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경험했던 그것과 비슷했다. 작고 허름한 공항은 이곳에 개발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다만 다행히도, 현재는 현대식 신공항 청사가 완공이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건 끝없이 이어지는 흙빛 사막과, 동쪽으로 일제히 기울어진 나무들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서풍 때문이었다. 바람이 유난히 센 이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마치 긴 머리를 흩날리는 여성처럼 가지와 잎이 한 방향으로 기울어 자라고 있었다.

요르단의 흙빛 사막은 내가 동경했던 ‘어린 왕자’ 속 사하라 사막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영화에서 보던 모래 물결이 이는 사막이 아니라, 그저 바삭바삭하고 푸석한 흙이 존재하는 황량한 땅이었다.


버스는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던, 전혀 익숙하지 않은 아랍어 간판이 달린 상점들과 옥외 광고판들이 있는 길을 따라 이동했다. 공항에서 암만 시내로 들어가는 이 길은 ‘사막도로’라고 불리는, 요르단의 동맥과 같은 주요 도로였다.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 도시 아카바에서 수도 암만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오래전부터 카라반들이 무역을 위해 오가던 길이기도 하다. 구약성경에는 모세가 지나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질만큼 유서 깊은 길이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과 물류가 끊임없이 흐른다. 요르단 남부로 향하는 모든 차량들이 반드시 거치는 길이기도 하다.


암만이 수도라서 그런지, 한낮의 도로는 차량들로 붐볐다. 교통체증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노란색 아치형 간판이 두 개나 달린 ‘맥도널드’와 ‘피자헛’이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커다란 간판들이 이곳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예상 밖이었다. 중동에는 패스트푸드 같은 음식점이 없을 줄 알았다. 무슬림들은 미국을 싫어해, 이런 업체들이 자신들의 땅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편견이었다. 무슬림들이 외국 자본을 배척하고 자신의 전통을 고수하려 한다는 내용이 가득한 책들을 읽은 결과, 나도 모르게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테러와 갈등을 부각한 그런 책들 말이다.


숙소에 짐을 정리한 후, 장을 보기 위해 찾은 곳은 대형 쇼핑몰이었다. 그 안에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다양한 의류 브랜드 매장, 그리고 까르푸가 입점해 있었다. 그때 느낀 문화 충격은, 이후 어떤 것을 마주하더라도 쉽게 놀라지 않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이곳엔 그런 시설이 전혀 없을 줄 알았건만,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도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데려가는 나만의 관광 명소 중 하나가, 바로 까르푸가 있던 그 쇼핑몰이다.


한국을 떠나면서 가졌던 걱정들과 달리, 요르단의 암만은 훨씬 더 국제적인 도시였다. 매일 양고기와 전통 음식만 먹어야 할 줄 알았던 내 예상은, 서방의 거대 자본이라 불리는 업체들 덕분에 단숨에 날아가 버렸다. 요르단의 첫인상은, 내가 가진 선입견을 흔들기엔 충분했다.


흑백텔레비전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한국에서 보던 컬러텔레비전을 보는 순간 느낀 놀라움. 물론 한국처럼 모든 곳에 있는 건 아니었기에, 가끔은 그리움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요르단은 모든 것이 공존하는 은근한 매력을 가진 나라였다. 암만의 커피전문점, 일명 ‘별다방’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그 순간. 창밖 건너편 공터에서는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바로 그런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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