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매년 요르단에서는 한국 대사관 주최로 한국 필름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으며 4편 정도의 영화가 영어와 아랍어 자막이 제공되어 상영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아랍 친구들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는데, 각 영화마다 우리가 보는 관점과는 달랐다.
영화 식객에서는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보고, 다양한 음식 종류에 군침을 흘렸다고 한다. 요르단은 대부분 건조한 사막 지역이고, 그나마 있는 작은 항구 도시 아카바가 있지만, 해산물 요리는 고급 요리에 속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워낭소리에서는 동물인 소와 사람이 소통한다는 점이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또 7급 공무원에서 잠깐 아랍어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크게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요르단에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절'이다. 유일신을 믿는 이들에게 사람이 신의 경지에 올라간다는 교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다.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대형 바미얀 대불상을 탈레반이 폭파한 것도 이러한 종교적 이유에 기반을 둔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전반적인 장소와 종교가 이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기에, 함께 간 친구에게 불교와 절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함께 간 아랍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저 여자는 떠나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 되는데.” 이는 국경의 남쪽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차승원 분)에게 “당신의 첩이 되어서라도 함께 살겠다”라고 말하고, 다음 날 아침 떠나버리는 장면을 보고 한 말이다. 일부다처제 가정에서 자란 이 친구는 아랍의 특성상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서는 한 사람이 한 사람과 결혼하는 게 일반적이야.”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우리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저런 부분은 이상한 것 같아.”
“한국도 옛날에는 한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그래, 한국도 그렇구나. 네 생각은 어때?”
“지금 한국은 그렇지 않으니까…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한 명과 결혼하는 게 좋지.”
이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마지막에 아랍 친구가 이야기한 “너는 어때?”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부분이 나를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그저 나와 다른 부분이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와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 나 역시 생각이 많아졌다. 멀리 떨어진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이기에 더 깊게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짧은 정사 장면이 종교적 이유로 약 30초 정도 검정 화면에 사운드까지 꺼진 상태로 상영되었다. 이런 장면은 이곳에서 방영되는 텔레비전에서도 볼 수 있다. 사건 전개상 들어가는 짧지만 다소 강렬한 스킨십 장면도 검정 화면에 소리가 없는 상태로 처리되어 방영된다.
지금은 SNS나 인터넷을 통하여 무분별하게 많은 사진/동영상들을 손쉽게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일부 출판사에서는 수입되는 외국 잡지들에 실린 사진 중 노출이 심한 드레스나 의상은 과도한 부분에 검은색이나 살색으로 하나하나 덧칠을 해서 발간된다. 과거 한국에서도 서양 외화들이 그렇게 상영되었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 방식이 내게는 다소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같은 영화의 내용을 보면서 내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무한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유교적 사상과 교육을 받은 나의 생각, 그리고 요르단에서 태어나 무슬림 교육을 받은 친구의 생각과 관점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떠올려 보면,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지형적 조건과 종교라는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수많은 관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