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준법정신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내가 어렸을 적, 이동 수단의 풍경을 떠올려 보면, 그 시절 어른들은 기다리거나 이동 중에도 스스럼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흡연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시외에 계신 할머니 댁을 방문하고자 버스에 오르면 좌석마다 재떨이가 달려 있었고, 주변 사람들을 개의치 않고 담배를 피우던 어른들이 계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흡연실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한때는 정(情)의 한 부분으로 여겨졌던 담배 한 개비가, 이제는 사회적 규약에 따라 벌금을 부과받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시민의식의 성장’이라 말하곤 한다.

요르단 국민 흡연율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요르단에서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보았던 풍경을 종종 다시 마주하게 된다. 담배 한 개비로 정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길거리와 버스 등 온갖 공공장소에서 흰 연기가 너울거린다. 요즘은 요르단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5~6년 전까지만 해도 실내 대형 쇼핑몰 안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도 비흡연 구역이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 비하면 흡연에 대해 너그러운 분위기다. 비흡연자인 나로서는, 순간순간 맡아지는 담배 냄새에 괜히 콧잔등이 시큰거리기도 한다.


요르단 생활 초반,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버스 안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막무가내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우며, 숨쉬기 곤란할 정도로 연기를 내뿜는 사람들 때문에 혼자서 오만 가지 상상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부터인가 버스 안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면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고 제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정부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흡연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학교나 공공장소에서도 흡연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는 공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의 담배 사랑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암만(요르단)=뉴시스】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암만의 압둔 아라맥스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 페스티벌이 열렸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요르단 금연운동가들이 개최한 이번 행사는,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금지를 명시한 요르단 건강법 제47조의 강력한 이행을 촉구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금연 교육을 진행했다. 세계적인 금연 추세에도 불구하고 요르단의 흡연율은 전체 인구의 40%를 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는 미성년자다.


또한, 수도 암만에 차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사고도 함께 늘고 있다. 교통 시스템은 오래전에 도입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신호등이나 고가도로를 이용하기보다는 차도를 인도처럼 걸으며 무단횡단을 일삼는다. 왕복 4차선 도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한 손엔 꼬마아이를, 품에는 갓난아이를 안고 도로를 건너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들은 차가 다가와도 서두르지 않으며, 그저 자신의 걸음으로 도로를 건넌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 잘못된 것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들의 습관이 그들의 문화라 여겨지기도 한다.

차와 사람이 구분 없는 도로
현지 SNS 뉴스에 실린 무단횡단 모습

나는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도덕 교육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준법정신’을 배웠다. 차도를 건널 때는 신호등을 이용하고, 공공장소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들 말이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현지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주변에 신호등이 있는데도 왜 무단횡단을 하지?”

“왜? 그게 뭐가 문제인데?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하는 거지.”


그 학생은 신호등을 이용해야 하며 안전한 상황에서 길을 건너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냥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무단횡단’이라는 개념 자체도 내가 이야기할 때 처음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누군가 알려준 적이 없기에 당연하게 여겼던 행동들이 많은 것이다. 또한 사회기반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횡단보도나 신호등 같은 안전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그것을 찾아가려면 얼마나 멀리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신문이나 각종 게시물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러한 행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에 행동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한국의 근대화 시절에 시행된 다양한 계몽운동들을 떠올리게 된다. 새마을 운동, 안전 교육, 위생 교육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이뤄졌던 캠페인과 교육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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