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두인과 파리 들어간 후브즈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아부 마지드의 천막은 요르단 남쪽 페이난 인근에 있다. 페이난은 성서 연구자들이 예전에 "부논"이라고 부르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땅의 척박함과 육신의 지침에 대하여 원망하였고, 하나님께서는 불뱀으로 이들을 심판하셨다. 하지만 모세의 기도로 놋뱀을 만들어 장대에 높이 올려, 이곳을 본 자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경 구약전서 민수기 21장 4~9절

백성이 호르 산에서 출발하여 홍해 길을 따라 에돔 땅을 우회하려 하였다가 길로 말미암아 백성의 마음이 상하니라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원망하되,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는가? 이곳에는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도다. 우리 마음이 이 하찮은 음식을 싫어하노라 하매

여호와께서 불뱀들을 백성 중에 보내어 백성을 물게 하시므로 이스라엘 백성 중에 죽은 자가 많은지라

백성이 모세에게 이르러 말하되, 우리가 여호와와 당신을 향하여 원망함으로 범죄 하였사오니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 뱀들을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불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아라.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리라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가 놋뱀을 쳐다본즉 모두 살더라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곳에는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도다"라고 이야기한 그런 척박한 땅 인근에 아부 마지드의 천막이 있다. 두 명의 부인과 슬하에 13명의 자녀들, 그리고 250마리 정도의 가축을 기르는 그를 사람들은 ‘베두인’이라고 한다.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베두인적인 생활을 가장 잘 이어가고 있는 지역을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아부 마지드가 사는 페이난 지역의 베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IMG_1645.JPG
IMG_1626.JPG
(왼쪽) 아부 마지드의 아이들 / (오른쪽) 땔감을 모아오는베두인 아이들

가축을 기르다 보니 물이 필수인 이들은 우기에는 와디 다나의 줄기에서 생활하고, 건기에는 쇼박이라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와디 다나는 다나 마을에서 페이난까지 이어져 있는 계곡이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나는 몇 차례 그 계곡을 트레킹 한 적이 있다. 지나가는 여행자를 불러 세워 전통(샤이) 차를 대접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바로 베두인이다. 지나가는 나에게 차를 권하여서 차를 마시게 하고 대가를 요구할까 봐 처음에는 내심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아부 마지드는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인 이방인에게 차 한 잔을 대접해 주었던 것이다.


한두 번 트레킹을 갈 때마다 그 천막을 찾아갔고,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런 내가 재미있었는지 이제는 퍽 안면이 있는 사이가 되었다. 총 3개의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데, 천막 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시장에서 과일을 담는 플라스틱 상자가 찬장이며 수납공간이고, 언제 세탁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이불들, 그리고 빵을 만들기 위한 쟁반과 두꺼운 화덕판이 이들의 생활용품 전부였다.


전통식으로 빵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고 해서, 과연 베두인이 만드는 빵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 집 중앙에 만들어 놓은 모닥불에 앉아 빵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커다란 쟁반에 밀가루를 듬뿍 뿌리고 물과 소금으로 먼저 반죽을 만든다. 반죽을 하는 모습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가져온 물이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일부러 묻지는 않았다. 아니, 그 대답이 오히려 무서워 묻기를 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죽을 하다가 커다란 파리가 반죽에 앉았다. 하얀색 밀가루 반죽 위에 앉은 검은색의 커다란 똥 파리는 선명하게, 뚜렷하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반죽 주변에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 그렇게 확연히 차이 나는 색을 본 줄 알았다. 당연히 파리를 다른 곳으로 쫓은 후 반죽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거침없는 반죽으로 인해 파리는 밀가루 반죽 안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커다란 파리여서 모두 보았는 줄 알았는데 나만 보았나 보다.

IMG_1654.JPG 전통 방식으로 베두인의 빵인 후브즈를 만들고 있다.


“커다란 파리가 반죽 안으로 들어갔어요.”


마음으로는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놓친 데다 말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저 혼자 빵을 먹을 때 밀가루 안에 검은색 날개를 가진 존재가 없는지 있는지 확인할 뿐이다.


반죽한 밀가루는 적당한 크기로 한 덩이, 한 덩이 나누었다. 그리고 모닥불 위에 무쇠로 된 화덕을 올려놓고 달구어지기를 기다렸다. 반죽을 넓게 펴서 무쇠 위에 올리니, 얇은 밀가루 반죽은 평소 빵가게에서 파는 이들의 주식인 ‘후부즈’와는 조금 다른 모양의 빵이 만들어졌다. 둥그렇게 생긴 빵은 작은 접시 크기부터 아기들이 덮고 자는 이불 크기의 빵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후브즈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샌드위치의 겉 부분이 되기도 하고, 손을 이용해 음식을 먹는 아랍의 식문화상 다양한 음식들을 집어 먹는 데 사용된다. 어느 식당에 가든지 ‘후부즈’를 만날 수 있다.


무쇠 위에서 만들어진 빵은 얇고, 검은색 그을음이 많았다. 하지만 바로 만들어 먹는 빵이라 맛은 일품이었다. 꽤 양이 많아서 ‘이걸 어떻게 다 먹지’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그건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빵이 만들어지기 무섭게 13명의 아이들이 순식간에 모든 것을 해치워버렸다.

IMG_1647.JPG
IMG_1678.JPG
(왼쪽) 아부 마지드 // (오른쪽) 막내 아이들의 탈것

요르단에 와서 한국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가전제품들과 가구들보다 질이 떨어지는 제품들을 보고 엄청 실망했었다. 하지만 내 살림살이는 이곳 베두인 텐트에 비하면 궁궐이었다. 16명이 사는 집의 살림보다 더 많은 살림살이를 보고, 내가 정말 많은 것들을 잠시 머무는 이곳으로 모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아침에 양을 치러 나가 저녁에 돌아오는 모습과, 불빛 하나 없는 천막에서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식사하는 모습. 나는 억세게 운이 좋게 그를 만났고, 그의 삶을 보고 많은 부분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요르단의 준법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