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베두인의 이동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여름의 뜨거움이 시작되는 6월 16일,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동 인원 총 사백여 명, 움직이는 텐트 수십 개, 그리고 양과 염소 수천 마리. 페이난 지역의 베두인들은 1년에 두 차례 치러야 하는 행사가 있다. 6월에서 9월까지의 엄청난 더위를 피해 지내기 위해 고도가 높은 쇼박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해수면과 비슷한 페이난 지역보다는 해수면보다 1,000m 정도 높은 쇼박 지역이 가축들과 사람들이 지내기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같이 동행한 아부 함마드의 나이는 41세로, 페이난 토박이 베두인이다. 자주 방문하던 아부 마지드와 연락이 되지 않아 찾아가지 못하던 중, 페이난 공립학교 교장선생님의 소개로 연결된 가정이다.


페이난으로 가는 과정은 언제나 그렇듯 다나에서 트레킹으로 4시간 정도를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양들이 쇼박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 아부 함마드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출발했다. 트레킹 끝자락에 아부 함마드의 둘째 아들인 압둘라가 지프를 대기시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압둘라는 친근하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앗살라무 알라이꿈.”
“와 알라이꿈 아쌀람.”


지프를 타고 그의 천막으로 향하는 길, 중간중간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인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천천히 천막으로 향했다. 아부 함마드의 가족은 본인을 포함해 8명이다. 이날은 특별히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삼촌과 친척들이 일을 도와주기 위해 와서, 작은 천막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사막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손님이 왔다고 주변에 거주하는 베두인들이 내가 있는 천막으로 마실을 왔다. 사람들이 손을 내밀 때마다 일어나 인사와 볼 키스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계속되는 행위를 벗어나기 위해 둘째 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친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인 사진 찍기를 하며 압둘라와 친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막으로 돌아오니 만사프가 준비되어 있었다.

천막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 아부 함마드와 삼촌, 그리고 나만 식사를 했다. 어린아이들은 우리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배가 고파서 닭고기를 많이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눈빛이 닭고기를 주시하는 느낌을 받아 감자와 밥만 열심히 먹었다.

베두인 이동 (2).JPG 저녁 요르단 전통음식 만사프를 다 같이 모여 먹었다.

식사를 하며 아부 함마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언제부터 여름에 가축들과 함께 쇼박 지역으로 이동했나요?”
“할아버지, 그리고 그전 할아버지도 했으니 아주 오래된 전통이지.”


이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 중, 환경이 변하고 물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베두인들이 유목생활이 아닌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더위 때문에 페이난 지역에 살고 있는 베두인들이 모두 가는 건가요?”
“여름에 페이난 주변은 가축을 먹일 풀들이 많이 없는데, 쇼박 근처에는 많이 있다.”


요르단의 더위는 사람이나 가축을 단순히 덥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자란 생명체들을 말라 죽이는 힘이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이 덥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식사를 마치고 잠을 청하는 나와는 달리,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밤늦도록 수다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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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텐트/짐은 1톤 트럭으로 보낸다 / (가운데) 메카를 향한 기도 / (오른쪽) 출발할때 찍은 사진

아침 새벽 4시 30분, 아부 함마드는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를 드렸다. 이어서 일어난 가족들이 차례로 기도를 했다. 기도가 끝나는 시점에 천막의 짐과 가축의 울타리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간편한 그들의 살림살이는 모두 1톤 트럭에 적재되었다. 빵과 잼, 그리고 치즈로 간단히 요기를 한 우리는, 뜨거운 해가 지표면으로 떠오르기 전에 출발했다.

500마리 정도의 가축들과 함께한 목동은 30살 삼촌과 각각 20살, 19살, 9살인 친구들, 그리고 나. 이렇게 총 다섯 명이다. 어릴 때부터 가축들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보며, 한국에서 이 시절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엔 페이난에 사는 모든 베두인들이 함께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500마리 정도의 가축은 제법 많은 숫자다. 계곡을 따라 가축들을 데리고 가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무리에서 앞서 나가거나 뒤처지는 가축이 생기면, 돌을 던져 걸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옆으로 빠지는 가축에게도 돌을 던져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게 한다. 마치 군대의 행군처럼 정해진 길로만 가면 금방 끝날 일이지만, 가축들은 먹을 수 있는 풀과 나무만 보면 맹렬하게 달려들어 먹는다. 500마리의 가축들이 제각기 먹고 나서야 움직이니, 이들을 데리고 20km 정도의 길을 걷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미리 앞으로 나가서 그들을 바라보니, 커다란 영화관에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굉장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낱 기계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선명함, 그리고 바람과 냄새, 모든 것이 아름다울 뿐이다.

해가 하늘 높이 떠올랐을 때, 베두인들은 물웅덩이로 가축들을 데리고 갔다. 모르는 사람이 그곳을 지나갔다면 결코 발견하지 못할 장소에 물이 있었다. 반나절을 걸은 나도 힘든데, 가축들 또한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장시간 걷느라 계속 그늘을 찾아 앉으려 하는 모습을 보니, 묘한 동병상련의 감정이 스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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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물을 마시는 염소들 / (가운데) 산 경사면으로 이동하는 염소들 / (오른쪽)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염소들

가축들을 쉬게 놓고, 우리도 식사를 했다. 식사는 즉석에서 만든 빵이었다. 가져온 밀가루와 물, 소금으로 만든 반죽을 미리 피워놓은 나무 숯 위에 올리면 완성된다. 20여 분 정도 열기를 받은 빵의 바깥에 있는 검은 그을음을 주변 바위에 쳐서 제거하면 먹을 수 있다. 이 빵의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본 요르단의 빵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가장 큰 특징은 두껍다는 것이다. 빵을 먹기 전까지는 ‘숯의 열기를 이용해 구웠으니 속까지 익지 않았겠지?’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막상 먹어보니 안 익은 부분이 전혀 없었다. 신기해서 빵에 대해 가장 나이가 많은 삼촌에게 물어보았다.

“누가 빵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나요?”
“누가 알려준 적은 없고, (9살 가장 어린아이를 가리키며) 어른들과 함께 다니면서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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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빵 반죽 / (가운데) 미리 만든 숯에 빵을 넣는다 / (오른쪽) 완성된 빵


요르단 땅에서 구하기 쉬운 밀가루, 소금, 그리고 물. 아무 조리기구 없이, 그저 나무를 태운 숯으로만 요리하는 방법을 보며, 굉장히 오래된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성경시대의 많은 목동들도 이와 같은 빵을 먹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가축을 모아 길을 나선다. 해가 떠오르기 전 출발한 우리들은, 해가 지고 달이 하늘에 떠 있을 때쯤 새로운 천막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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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부 함마드와 아이들 / (오른쪽) 베두인들은 모든 일정을 슬리퍼로 완주했다..


이동하며 가축을 키우는 베두인들은, 좋은 풀과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렇게 이동하는 것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베두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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