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요르단에서 일하면서 사무실 열쇠를 하나 더 복사해야 할 일이 생겼다. 열쇠를 잃어버린 건 아니고, 단순히 여분이 필요해서였기에 가볍게 철물점을 찾았다. 내가 근무 중인 회사 앞에 있던 작은 철물점. 열쇠 하나쯤은 금방 복사해 줄 듯한 분위기였다.
사장님은 능숙하게 열쇠 복사를 시작했고, 5분도 안 돼 새 열쇠가 손에 쥐어졌다. 요금도 정직하게 지불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문 앞에서 열쇠를 넣어보니… 어라? 열쇠가 들어가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기존 열쇠와 비교해 보니, 좌우 면의 커팅이 미세하게 달랐다. 다시 철물점으로 돌아가 열쇠 상태를 설명했더니 사장님은 뭔가를 갈고닦아 다시 건네주셨다. 눈으로 보기엔 별 차이 없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이거… 그래도 문 안 열릴 것 같은데요?”라고 묻자, 사장님은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열쇠 자체를 바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문제없어요. 이건 인샤알라 키니까요.”
인샤알라 키라니… 순간 웃음이 나왔다. ‘인샤알라(Inshallah)’는 아랍어로 “신이 원하신다면”이라는 뜻. 즉, 언젠가는 열릴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열쇠라는 얘기다.
그 말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가게를 나왔다. 환불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열쇠 하나 값이고, 언젠가는 열릴 수도 있다는(?) 말에 묘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같이 일하는 현지 직원에게 이 얘기를 하자, 그도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도 이해가 안 된다며 자기가 대신 열쇠값을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그냥 기념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하지만 열쇠는 여전히 필요했다. 결국 동네가 아닌 다운타운에 내려가서, 여러 사람에게 열쇠 잘 만드는 집을 수소문해 다시 시도했지만… 또 실패. 그다음 주에도 다른 곳에서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제 내 서랍 안에는 ‘언젠가는 열릴 수도 있는 인샤알라 키’가 5개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껄껄 웃으며 자신이 아는 열쇠집을 소개해준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꼭 이렇게 말한다.
“인샤알라. 이번엔 열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