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을 담은 영화들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2025년 4월 말, 요르단의 소식을 전한다.

4월 21일 자 The Jordan Times에는 김대호, 박명수, 최다니엘이 출연하는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The Great Guide 2" 촬영을 위해 촬영팀의 사전 답사팀이 요르단에 도착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6월 3일부터 24일까지 한다는 시간 스케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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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링크 : JTB partners with Korean TV programme to promote Jordan | Jordan Times


외국 촬영팀의 방문 소식이 국영 신문에 실릴 만큼, 요르단은 지금 관광업 부흥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광업은 요르단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코로나19와 주변 국가들의 전쟁 같은 외부적 위기로 인해 긴 시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서구와 유럽을 중심으로 개별 관광객들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지만, 아직 예전으로 돌아가기에는 갈길이 멀다.

요르단은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풍부한 석유도, 가스도 없다. 그러나 풍부한 역사와 고대의 숨결, 다양한 지형과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품고,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남한과 비슷한 면적을 지닌 이 나라는 대부분이 사막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땅은 고작 20% 남짓이다.

그러나 이 척박함 속에서도, 요르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염호인 사해, 붉게 물든 와디럼, 세계 7대 불가사리에 이름을 올린 고대 도시 페트라를 품고 있다. 이 땅은 그 자체로 거대한 무대이며,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은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



요르단, 영화의 무대가 되다


1. 아라비아의 로렌스 (1962년작)
영국 장교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가 중동의 독립과 아랍 혁명을 위해 싸웠던 실화를 담은 영화.
촬영지는 그가 실제로 싸우고 걸었던 땅, 와디럼이다. 오늘날에도 와디럼에 가면 '로렌스의 우물'과 그가 군중 앞에서 연설했던 바위를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지만, 모래바람 속 그의 발자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로렌스.png 아라비아의 로렌스 포스터

2.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1989년작)
고대의 신비를 찾아 떠난 모험. 헤리슨 포드가 말을 타고 진입하던 좁은 협곡은 페트라의 시크(Siq) 입구이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전의 입구는 보물창고라는 이름의 알카즈내 신전이다. 그 안에는 성배를 지키는 십자군 기사는 없지만 꼭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붉은 암벽에 조각된 신전의 모습은 수많은 이들의 심장에 경외심을 새겼다. 하지만 직접 그곳에 서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이다. 알카즈내는 페트라 전체의 단 하나의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페트라는 나바트인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수만 평의 도시이며, 모세의 형 아론이 잠든 호르산을 품고 있다.

인디아나존스.jpg 영화 속 존슨 부자가 알카즈네 앞에 도착한 장면

3. 마션 (2015년작)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분투를 그린 이 영화. 맷 데이먼이 걸었던 붉은 행성의 땅은 사실 요르단 와디럼이었다. 화성과 닮은 이곳의 사막은, 약간의 디지털 손질만으로도 완벽한 화성이 되었다. 현지 가이드들은 '마션 투어'를 통해, 맷 데이먼이 걸었던 그 자리에 서게 해 준다. 붉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그 풍경 속에서는, 누구나 한순간 우주의 고독을 느끼게 된다.

마션.png 마션에서 나온 장면으로 실제 저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4. 알라딘 (2019년작)
마법과 신비의 세계로 초대하는 영화. 극 중 악당인 자파가 알라딘을 속여 불가사의한 동굴로 인도하는 장면, 지니가 펼치는 마법의 순간들 모두 와디럼 사막에서 촬영되었다. 촬영을 마친 배우들이 암만에 나타났을 때,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들의 열광은, 영화 속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알라딘.png 극 중에서 지니가 알라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 영화 '교섭'은 요르단 전역에서 촬영되었다. 감독과 배우들은 요르단의 하늘과 모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또한 드라마 미생에서는 중고차 사기꾼을 잡기 위해 요르단을 찾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드라마를 찍는 동안 한인회 교민들을 위해 배우들이 준비해 준 조촐한 사인회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대표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세계테마기행도 요르단을 자주 찾는다. 필자 역시 2011년, 세계테마기행 촬영팀의 요청으로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그때 나는 생명의 땅 다나 / 부논의 베두인 가족 / 와디럼의 사막 수호자들 / 요르단 강가의 오렌지 농부들 / 체첸인 공동체를 촬영하기 위해 이들과 미리 만나 촬영 협조를 얻는 일과 촬영 간 동행을 하면서, 함께 요르단의 숨은 얼굴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 시간들은 내게도 또 하나의 요르단을 알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IMG_1415.JPG 세계테마기행 촬영 중 해돋이 장면


요르단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시간과 신화, 바람과 별빛이 빚어낸 붉은색의 사막이 있는 신비로운 곳이다. 이 땅을 걸은 자들은 알게 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색과 숨결이, 이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숨결을,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요르단에서 촬영된 영화 목록


교섭 / 그을린 사랑 / 데블스 더블 / 듄: 파트 1& 2 / 디브 / 레드 플래닛 /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 리댁티드 / 마션 / 모탈 컴뱃2: 6일간의 전투 / 미션 이스탄불 / 바이럴 팩터 / 브루노 / 성스러운 거미 / 슈퍼 히어로 크리쉬 3 /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 아라비아의 로렌스 / 알라딘 /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 제로 다크 서티 / 퀸 오브 데저트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 페어 게임 / 프라이빗 워 / 프로메테우스 / 플래닛 바이러스 / 허트 로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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