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아이들, <페인트>로 부모를 만나다.

누가 좋은 부모일까.

by debbie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페인트>.


재미있지만 묵직한 책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정부에서

'국가의 아이들(National Children)'로 보호하고

라스트 NC센터에서 아이와 부모를 연결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부모를 만날 수 있고

부모는 정부지원금, 연금 혜택이 주어진다.

국가의 아이들은 13세가 되면

페인트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페인트란 우리가 알고 있는

점도가 높은 그림 재료가 아니라

'각기 다른 색이 서로에게 물 들어가는

과정인 부모 면접'을 지칭한다.


'자신의 미래를 원하는 색깔로 물들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얀 캠 버스 위에 어떤 모습이 나올지

기대되는 상황을 잘 그려낸 단어다.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어른인 가드들이 여럿 있다.


냉철하고 생각이 깊은 제누 301은 이제 17살이다.

'바깥세상 아이들과 달리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이지만

5점도 안 되는 부모 밑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아이도 존재하는 세계.


국가가 양육한 아이들은

'생물학적 부모를 모를 뿐,

상처받은 어린 시절이 없다.'

버려졌다는 상처로 아파하는 아이는 나오지 않는다.

외부 세계와 차단한 채

살아가기에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어떤 부모를 만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를 고민하는 부분이 많다.


NC 센터는 19살까지만 살고 독립한다.

제누 301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NC센터 출신을 차별하고 냉대하는 사회 분위기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부모를 찾아 모두 떠난다.


항상 자리를 지키며 원칙을 고수하는

센터장 박가드가 갑자기 휴가를 냈다.

아픈 아버지 때문이지만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다.


박은 도망가지 않고, 용서하지 도 않은 채

그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간다고 했다.

부는 폭력을 휘둘러 생명을 죽이는 일을 했다면

그는 생명을 이어주는 일을 하는데

굳이 다른 존재임을 다시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거부할 수 없는 절반 피에 대한

최소한 예의를 지키려 한 것이다.


5점짜리 부모가 자신의 임종에 올 것인지

물어봤다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그 아이는 가기는 할 거라고 무심한 듯 말했지만,

부모는 “너는 오지 않은 거야. 나는 그걸 알 수 있어.”라며 바로 앞에서 서슬 퍼렇게 노려보는 걸 보고 좌절했다고 했다.


자신이 5점도 안 되는 부모라는 걸 알면서

임종을 지키길 바라는 건

욕심인지, 체면인지, 불안인지

알지 못하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사랑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감정이 올라와

마음이 더 슬펐다고 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상처도 사랑도 지원도 받는다.


그렇게 자라 아이를 낳고 주어진 환경을 개선하며 살아간다. 책 속에 제니 301을 입양하려 했던 하나와 해오름이 바로 그들이다.


“하나와 해오름은 명령이 아닌

질문과 반성을 할 수 있는 부모였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일어나는

마찰로 어려움을

겪게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나와 해오름은 자신들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P. 189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가볍게 던진 질문이

읽는 어른에게 더욱 묵직하게 내려앉는 순간이다.


페인트는 아이들에게만 '만약'을 붙여주지 않고

어른에게도 '만약'을 엮어준다.


과거에 '만약'을 붙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하지만

그 IF 덕분에 스쳐 지나갔던 부모 같은 이들이 떠오르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세계 설정과

사춘기 마음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있는 <페인트>.


단어 창작 감각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페인트, 가드, 국가의 아이들, 리모스 룸(remorse room)


모든 질문은 단 하나에서 시작됐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여전히 남아 실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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