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창조하는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

바다에서 발견된 말처럼 소녀도 괜찮을 것이다.

by debbie

맡겨진 아이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아이의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만 보일 뿐이다.


다섯 번째 동생이 태어날 때쯤

주인공은 잘 알지 못하는 킨셀라 부부 집에 보내진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고,

아이를 데려다주던 아빠는

킨셀라 부부에게 밥을 많이 먹는다고 하며

열두 달이 지나면 다 잊어버릴 거라고 한다.


아이 짐도 내려주지 않고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나는 아빠.

엄마는 '킨셀라 부부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어도 된다'라고 한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p.17


새로운 집에 온 솔직한 아이 마음이다.


새 사람에 대한 걱정, 기대로 혼합된 마음은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들었다.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킨셀라 부부는

따스한 사람들로 소녀가 침대에 쉬를 하자

습기가 차서 그렇다고 아이가 무안하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새 옷과 신발을 산 날,

초상집에서 킨셀라 부부가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는 것을 소녀가 알게 되었다.


같은 날 신발을 길들이러 간 바다에서

킨셀러 아저씨는

“입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은 사람이 너무 많다. p. 73”고 말한다.


또 어부들이 바다에서 말을 발견하는데

잠깐 누워있다 말짱하게 일어났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집에 머무르고 싶기도 하고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킨셀라 부부에게 마저 거부당하다면

설 자리조차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죽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맡은 아이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희망.


소녀의 걱정과 불안이 부부의 따스함과 두려움이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공간을 맴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확실한 상황은

소설 내내 이어진다.


집에 돌아온 소녀에게 아빠는

“탕아, 말썽은 안 부리던가.”를 묻고

오한이 걸렸다고 하니 제대로 돌보질 못했다고

따지듯 말한다.

감기가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지 걱정하는 엄마.


집으로 돌아왔지만

소녀 자리는 남아있지 않았다.

떠나기 전부터 이미 없었을지도 모른다.

데려다주고 떠나는 킨셀라 부부를 소녀는 진입로로 뛰어간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p. 97


무채색 같던 그녀에게 색이 입혀지는 순간이다.

소녀가 안전하다 느끼니 따뜻함이 전해왔다.


소녀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은

처음부터 기우였다.


“자동차 문이 열리더니 아주머니가

나를 밖으로 꺼내서 입을 맞춘다.

입맞춤은 받은 내 얼굴이

아주머니의 얼굴과 맞닿은 채 뜨거워진다.” P. 13


처음 킨셀라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환대하던 아주머니가

소설 도입부터 있었는데,

소녀의 마음을 따라가던

나는 두 번째 알아차렸다.


세심하게 짜여진 이야기 속의 여백,

절제된 묘사가 소설의 맛을 더한다.

공간을 만들고 이야기로 채우는

클레어 키건의 다른 소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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