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는 햇수로 8년 된 고양이형아가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분리 없이 쭉 함께 지낸 형아와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도, 세상 미운 원수가 되기도 한다.
전문용어로 '애묘육아', 애+고양이 육아를 시작할 때 사실 조금은 걱정이 있었지만
형아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로 동생을 잘 돌봐주었다.
아가 동생이 털을 뜯을 때에도, 꼬리를 잡아당길 때에도 형아는 아가를 할퀴거나 물지 않고 그저 옆으로 조금 자리를 옮길 뿐이다. 가만히 앉아서 꼬물거리는 갓난아기 동생을 눈으로 돌본다.
이제는 많이 자라서, 버릇없게 형아 이름을 불러대며 따라다니지만, 형아는 그래도 동생을 할퀴거나 물지 않는다.
형제는 닮는다는 말이 꼭 한 배에서 나온 사람 형제와의 관계 속 말은 아닌 것 같다.
고양이 형아와 사람동생은 비슷한 점이 참 많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1. 제사보단 젯밥에 관심이 있다.
고양이 장난감을 사 본 집사님들은 아실 것이다.
그분들은 장난감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다. 늘 그 장난감을 담아 온 박스만 좋아한다.
내가 비싼 캣휠을 사건 말건, 여러 개의 구슬을 사든 말든 그분들은 박스만 좋아한다.
아가도 마찬가지다.
조그마한 칩들이 들어가는 장난감 모형 총을 사주었지만 총을 쏘는 것에는 아주 잠깐의 관심만 가져줄 뿐, 그 총알칩만 챙겨서 소중하게 들고 다닌다.
타요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 차고지를 삼촌이 사주었다. 알록달록한 차고 문짝만 떼어서 가지고 논다.
침대 머리맡에는 온갖 잡다한 잡동사니가 넘쳐난다. 버리는 걸 들켰다간 호된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참, 오늘은 생수뚜껑을 다 따서 모아가지고 들고 다니는 중이시다.
2. 말을 안 듣는다. 지독스럽게.
안다. 고양이는 말을 들어주는 존재들이 아니다. 강아지처럼 이리 와 물어와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친구들은 정말 똑똑하게도, 알아들으면서 못 들은 척, 안 들은 척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육묘 9년 차인 지금은 잘 알고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육아를 한다지만, 우리 아이도 말을 지독스럽게 안 듣는 때가 많다.
하루 중에 가장 많이 말하는 단어를 꼽자면 '안돼' '뛰지 마'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말을 안 들으니까, 자꾸 말하게 된다. 왜 먹지 말라는 걸 몰래 먹고 왜 뛰면 다칠 곳에서 뛰는지, 물론 당장 행동으로 제지를 하지만 입에서는 벌써 '안돼'가 자동으로 나온다.
요 말 안 듣는 두 놈이랑 하루종일 붇어있으면 하루의 반 이상은 말을 안 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3. 엄마 껌딱지
고양이들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혼자 있는 시간만 즐기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사람이랑 부대끼고, 주인과 함께하려 다가오는 고양이도 있다. 우리 고양이는 후자인 축에 속한다.
자기 공간에서 쉬다가도, 내가 소파든 어디든 눕기만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겨드랑이 사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
껌딱지인 아들은 말해 뭐 해.
그래서 집에서는 항상, 내가 누우면 두 아들이 와서 배 위에, 다리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다.
겨울에는 참 따뜻하고 좋은데, 덥고 습한 요즘은 제발 잠시만 혼자 눕고 싶을 때가 간절하다.
둘 다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친구들이지만 한 번씩은 버거울 때가 있다.
애묘육아에는 그럼에도 소소한 기쁨이 더 많다.
찬찬히 사진첩을 둘러보면, 아가와 냥이가 나란히 누워 자고 있는 사진도 있고, 아가가 간식을 들고 먹고 있으면, 냥이가 와서 먹는 사진도 있다. 둘이 함께 엄마 배 위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도 있고, 또 셋이서 침대 위에 이리저리 엉켜 쉬고 있는 모습도 있다.
많은 순간에 함께하는 아가와 고양이는 특히 더 귀엽고 특히 더 애틋한 그런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