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은 힘들어

by 이소소

백지장과 같은 어린아이에게 예의범절과 예의를 가르치는 것 역시 부모의 중요한 과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예의를 배우지 못한 친구들은 커서 '가정교육'의 유무를 따져야 할 만큼 버릇없는 어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내 아이는 행동과 언어가 틀렸을 때 꼭 교정해 주는 편이다.


쉽지는 않다.


손가락질로 사물을 가리키는 것에 나아가 사람들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고, 절대 사람을 손가락질해서는 안되며, 꼭 가리켜야 할 때는 손을 모두 펴서 가리키라 일러준다.

그러면 아들은 티비에 나오는 뽀로로도 예의 바르게 손바닥을 펼쳐서 가리키며 " 얜 이름이 뭐야?"





아침 등원길에 만나는 경비아저씨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른들께 꼭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아직 사람이 많을 때에는 부끄러운지 엄마 다리 뒤로 숨기도 한다.


아직 만 3세라 모든 데이터를 기억할 수는 없어서 미숙하기 그지없지만 엄마는 그래도 수 천 번 수 만 번을 똑같이 이야기해서 머릿속에 꼭 심어주어야 한다.


등원차량을 타면 옆자리에 두 살 정도 많은 누나옆에 항상 타는데, 아이를 참 잘 챙겨준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시트의 안전벨트를 빼서 채워주기도 하고, 잘 들리지는 않지만 둘이서 여하튼 도란도란 이야기도 많이 한다.

오늘은 옆자리 누나 이름을 알아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라니야 누나 이름이 뭔지 물어봐!" 하고 말하니


" 응! 얘는 이름이 뭐야?"


" 얘 아니고 누나야. 라니보다 나이 많으면 누나나 형이라고 꼭 불러야 해."


"누나는 이름이 뭐야?"


누나는 "얘"가 되어 조금 굳은 표정이었지만 곧 이름을 알려 주었다.....





자꾸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여러 개 생각나는데, 어린아이의 부모라면 한 번쯤, 아니 꽤 많이 수십 번쯤 곤란하고 난감한 상황을 겪어보셨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옆에 서계시는 아주머니를 공손히ㅋㅋ가리키며,

" 엄마 이 아줌마가 있어서 불편해."

와 같은 말을 한다던지,


체격이 많이 크신 남자분과 함께 탔을 때

" 엄마 이 삼촌은 왜 뚱뚱해?"

와 같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진짜 너무 당황스럽고 조마조마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높지도 않은 층인데 그때만큼은 엘리베이터가 80층까지 올라가는 것처럼 아득하고 숨 막히기도 한다.

당장 아이 입을 틀어막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호다닥 내려서


"라니야, 사람들이 타고 있을 때 그런 말을 하면 절대 안 되는 거야."

" 뭘? 왜? " 하고 물으면 또 내입도 턱 막히는 기분이지만,


" 그 사람의 외모나 생김새를 말하거나, 대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우리는 예의가 없다고 생각해. 라온이한테 누가 얘는 왜 쪼끔해? 얘는 왜 시끄러워? 하고 대놓고 이야기하면 라니마음이 어떻겠어?"


" 라니는 아가야. 그치만 고기를 많이 먹어서 형아처럼 이렇게 키가 커질 거야!!!"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닌데... 어럽다. 많이.


" 어쨌든, 인사하는 것 말고 이 사람이 어떻다 저떻다, 그런 걸 '지적한다'라고 하는데 절대 지적하면 안 되는 거야."

" 왜?"

" 그냥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야. 예의 없는 행동이야. 알겠지?"


그래 뭐 구구절절 설명해 봤자 반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만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육아에서 힘든 점 중 하나는 아주 당연하고 당연한 것들을 '왜'라는 의문을 가진 아이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

'왜' 하면 안 되는지, '왜'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는지, '왜' 밥을 흘리거나 남기면 안 되는지, '왜' 쉬는 변기통에 해야 하는지 와 같이,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모든 것들을 '왜'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 그게 나에게는 힘든 점으로 다가온다.


나는 철학자가 아닌데, 왜 숨을 쉬는가, 왜 사는가 뭐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입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저 "숨 안 쉬면 산소공급을 못 받아서 죽어." 라던지

" 길에서 잘 수는 없잖아."처럼 최대한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대답을 해줄 뿐이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아이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알려주는 것이 참 쉽지는 않은 일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들을 반복적으로 안된다고 말하는 게 힘이 들 때도 많고, 맞게 가르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이 많은 질문들이 사라지는 때의 우리 아들은 꼭 예의 바르고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 있기를 바란다.

이전 19화돌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