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에는 친한 친구 딸의 돌잔치가 있었다.
대구에 있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바로 다시 부산으로 달려와 돌잔치를 가야 하는 조금은 빡센 코스. 아이가 조금 자랐으니, 장거리이지만 엄마집에 맡기지 않고 함께 다녀왔다.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정신없게 대충 식사하고 부산으로 떠나는 길.
" 엄마 ㅇㅇ이 생일파티 언제가? "
" 이제 출발하니까 두 시간 정도 걸릴 거야."
'돌잔치'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 ㅇㅇ이 생일파티'라 알려주었는데 마치 대단하고 성대한 파티에 가는 것처럼 설레 보이는 아들.
말을 조금 안 듣는 상황이 생길 때면
' 이렇게 행동하면 이거 끝나고 ㅇㅇ이 생일파티에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에 무난하게 말도 잘 듣는 아들이었다.
도착과 동시에,
"ㅇㅇ아~~~!!!!!!" 하고 부르며 달려오는 아이 덕분에 , 10초 만에 주인공을 울려버렸다.
하루에 두 개의 잔치를 참석해서인지
돌잔치의 뷔페 모습은 결혼식장과는 묘하게 다른 풍경이 느껴진다.
결혼식장뷔페는 와글와글, 단정하게 빼입은 어른들이 가득하고 꽉 차있는 느낌이었다면
돌잔치는 그것보다는 조금 덜 붐비는 느낌이고, 아기와 아이들이 훨씬 많이 보인다. 애엄마들도 약간은 더 편한 차림에다 어렵지 않게 뽀로로소리가 들린다.
술을 드신 어른들이 호탕하게 웃는 소리보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나 울음소리, 부모들이 쏟아진 음료잔을 닦으며 애들 단속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둘 다 시끌벅적하지만 다른 분위기와 소리.
우리 아이는 웬일인지 좀 더 조용하고 의젓하게 앉아서, 엄마아빠가 가져다주는 음식들을 조금씩 맛보았다.
요즘 한창 음식을 가리고 잘 먹지 않아서 맛있는 게 많은 뷔페에 와서 미역국에 쌀밥을 한 그릇 뚝딱 비우는데 참.... 먹어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먹지 않은 고기와 채소들에 아쉬워해야 할지 복잡한 기분이었다.
내 눈에는 아주 자그마한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사랑하는 친구의 딸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더욱더 쪼그맣고 귀여운 천사 같다. 운다고 식이 늦어졌는데 말갛게 해서 나온 얼굴이 포동포동, 생각만 해도 따뜻한 느낌이다.
성격처럼 대충 돌잔치 다 와갈 때쯤 급하게 만든 티가 나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훌쩍 옆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보이고 나도 조금은 아가 예전 어릴 때가 생각나서 센치해질 때쯤
" 아빠 나 똥! "
하는 소리에 둘러업고 뛰는 애비를 보며 다시 웃음이 난다.
이번에 쪼꼬만 그 작은 친구는 돌잡이에서 엄마가 바라는 대로 돈을 덥석 집어 올렸다.
돌잔치를 다녀오니 우리 집 장군님의 돌잔치가 생각났다.
절정이었던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아이는 그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돌잔치는 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몇 명 이상 모임금지였기 때문에 나도 쿨하게 돌잔치는 포기했다.
사실 아주 옛날에야, 아기들이 1년 동안 죽지 않고 잘 컸음을 축하하는 의미로 잔치를 했다지만 요즘의 돌잔치는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반발심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대신 우리는 커다란 고깃집에 제일 넓은 연회실을 빌려 딱 시댁식구와 친정식구, 절친한 친구들 몇 명만 초대를 해서 말 그대로 '생일파티'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하지 않는 멋진 생일파티로 기억된다.
속속들이 도착한 가족 친구들은 다들 안면이 있는 사이라 그런지 금세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맛있는 갈비를 신나게 구워 먹었다. (고깃집 고기통을 부수는 수준으로 먹었다....)
그리고 예쁜 케이크에 초를 꼽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가를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누구 돌잔치라고 대충 따라와 밥 먹고 축하하고 가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아기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아이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며 보냈다.
할아버지는 아주 커다란 순금 팔찌를 주셨고, 준비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돌반지와 현금도 많이도 받았던 것 같다.
그래도 돌인데 돌잡이는 해야지 싶어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돌잡이세트를 정리해서 아이 앞에 내밀었다.
앉아있던 가족들 친구들 모두 일어나 아이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서 조용히 고 자그마한 손만 보고 있을 때,
꼼지락 거리던 양손을 번쩍 들어 판사봉과 마이크를 동시에 덥썩 잡는 우리 아가!
"와아ㅏ아아ㅏㅏㅏㅏㅏ!!!!!"
떠나가라 환호를 지르는 어른들 사이에서 놀란 듯 두 눈만 끔뻑거리는 아가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날 얻은 우리 아가 별명
' 뚝배기깨는 래퍼' '래퍼 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