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

by 이소소

우리가 흔히 일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단연 ‘돈’이다.
직장인과 사업자, 사장과 직원 사이에 오가는 건 결국 돈이다.


자영업자와 직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업무는 기본적으로 노동과 대가로 이뤄져 있고,
그 대가는 임금으로 주어진다.
돈이 없으면 일을 계속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런데 게임 속 세상은 정반대다.


게임 속 길드를 운영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이 바로 이거였다.
게임에서는 돈이 오가지 않는다.
우리가 밤새도록 접속하고, 함께 전쟁을 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임금이나 보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게임을 하는 걸까?


물론 실제 세상에서도 일을 하는 이유가 오직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성취감이나 배움의 즐거움, 자기만족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안정감 같은
다른 이유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왜 게임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가끔 궁금해한다.
“그거 돈도 안 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긴 어렵다.
마치 취미 활동이나 동호회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그걸 왜 하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내가 길드에서 결투장 1위를 노렸던 이유가 뭐였을까?
단지 성취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게임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왜 게임을 하냐고 물으면 딱 한 마디가 떠오른다.

“그냥 재밌으니까.”


사람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에 몰입한다.
몰입한 시간은 절대 아깝지 않다.
그게 남들에게 의미 없는 시간처럼 보일지라도,
당사자에겐 그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다.


세상 밖 사람들은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볼 수 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돈을 벌거나 자기계발을 하라”고 훈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열정을
결코 의미 없는 소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 세계 안의 인간관계, 소속감,
길드 안에서 만들어진 우정과 유대감은
절대 현실의 인간관계보다 가볍지 않다.


나는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현실에서 직접 만난 경험도 많았다.
우리는 단지 취미 하나만으로 만나,
서로를 격의 없이 대했다.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와 가치관을 교환했고,
이해하고 배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른이 되면, 조건과 환경이 달라서
서로 깊게 친해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이라는 공간에선 다르다.
마치 어린 시절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듯,
아무 조건 없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다.


온라인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 덕분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하나의 소속감 속에서
함께 과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이루는 짜릿함을 느낀다.

이런 감정이 바로 MMORPG라는 게임 장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현실에서 만난 친구 못지않게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게임 친구들이 있다.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지만,
같은 취미와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우리가 하던 게임 서비스가 종료된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게임을 찾으며,
매일 단체 톡방에서 사소한 일상을 나눈다.


이게 정말로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이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게임이 주는 우정과 성취감, 소속감과 공감이
현실의 그 어떤 사회적 관계보다 진실할 수 있다는 걸,
나는 말하고 싶다.


돈이 아닌 다른 가치로 연결된 사람들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연결은 분명히 존재하고, 강력하다.


게임에서 얻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것이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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