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리더는 감정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7화. 리더는 감정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by 이소소


누군가를 챙기다 보면,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실제로 중요한 게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기분, 감정, 관계가 너무 신경 쓰이다 보면
리더의 판단은 자꾸만 흔들린다.
그리고 그건, 조용히 조직 전체에 퍼진다.


“아, 저 사람은 사장한테 예쁨 받는구나.”
“그 사람은 실수해도 넘어가는구나.”
“나는 조심하는데, 쟤는 왜 봐줘?”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공평하게 보이게 만드는 건 더 어렵다.


그리고 나는 단언컨대,
매 순간 모두에게 완벽히 공평했던 리더는 아니었다.


나와 오래 함께한 직원,
막 들어온, 아직 익숙하지 않은 친구를
어떻게 똑같이 대할 수 있을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안 생긴다.

더 믿음이 가는 사람,
더 애틋한 사정이 보이는 사람,
더 오래 본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이 그렇더라도 겉으로는 ‘공평해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리더가 편애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게 조직 전체에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작용한다.
새로 들어온 직원은 공기처럼 조심스러워지고,

오래된 직원은 암묵적으로 권력을 가진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많이 가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조심하려 했다.
몰래 도와주는 건 괜찮다.

실수를 덮어줄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거면 다른 직원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게 진짜 리더의 감정 조율이고,
그게 바로 표정, 말투, 대화의 무게감에서 다 티 나는 일이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오래 함께한 길드원이라도,
아무리 말이 잘 통하는 운영진이라도,
역할이 안 맞고,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결국 정리해야 한다.


내가 제일 어려웠던 순간은
정든 사람을 내 손으로 자를 때였다.


운영진 중 하나는
정말 착하고, 친절하고, 나한테 예의도 바르고
항상 신규 유저를 먼저 챙기고
디스코드에서도 공감 잘 해주던 친구였다.


그런데 일이 주어지면 늘 허술했다.
정해진 시간에 안 들어오고,
마감이 다가오면 사라졌고,
결과는 늘 내가 다시 마무리해야 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운영진을 계속 두면,
다른 사람들까지 지치는 흐름이 생긴다는 걸.

근데 자르지를 못했다.


왜냐면...
그 친구가 서운해할까 봐.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얽혀 있었던 거다.


그런 판단을 몇 달 미뤘다.
그 사이 팀은 서서히 무너졌다.
겉으론 아무 일 없었지만
조용히, 천천히,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모두가 피곤해졌다.


나는 결국 그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기준을 늦추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


공정함은 단순히 똑같이 대하는 게 아니다.
공정해 보이게 만드는 감정의 거리두기.
그게 리더십의 본질이다.


길드 운영을 오래 하다 보면 유저 수가 줄고,
자연스럽게 길드 간의 합병,
1군과 2군 체제,
동맹 운영 같은 구조적 변화를 해야 한다.


특히 길드 합병.
60명 vs 40명 두 길드를 합쳐서
다시 1군 60명, 2군 나머지로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게 보기보다 지옥이다.
그냥 투력순으로 60명 자르면?
거의 무조건 파산난다.
왜? 사람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합병 땐 항상 아래 기준으로 움직였다.



1.먼저 사람들 간 인맥 구조부터 파악한다.
누가 누구랑 묶여 다니는지, 누가 누구를 끌고 다니는지 본다.


2.투력순 정리 후, 그룹별로 예외 조정 가능성 열어둔다.

예를 들어 투력 1위가 지인 3명이랑 움직이면, 그 4명이 한 묶음.


3.최대한 지인 그룹 수를 줄인다.

→ 한 사람이 여러 그룹과 겹치면 위험하다.
→ 누구를 끊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4.60번째 투력자라도 빠질 수 있다.

→ 능력치보다 구성의 안정성을 택해야 한다.


5.운영진 구조는 우리가 리드한다.

→ 헤드 포지션을 유지해야 팀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합병은 결국
사람을 쪼개고, 붙이고, 다시 섞는 일이다.
그게 잘 되면 길드가 커지고,
그게 틀어지면 감정 싸움으로
게임 자체가 재미없어진다.


공정해 보이는 것.
그게 게임에서도, 가게에서도
사람이 오래 남는 조직의 기본값이다.


나는 지금도 완벽하게 공평한 리더는 아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공평해 보이는 리더가 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건 리더의 표정, 말투, 대응 타이밍, 역할 분배,
그 모든 것에 스며 있는 감정의 거리두기다.


좋아한다고 드러내는 것,
그건 친구끼리 하는 일이지,
리더가 할 일은 아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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