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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교육 Mar 28. 2021

수준별 학급? 차별 아니야? 응 아니야_화산노트(19)

수준별 학급그거 또 차별 아니야응 아니야  

   

화산중학교는 각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영어, 수학 교과목을 수준별로 4학급, 6학급으로 나누어 수업하고 있다. 수준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우월성 또는 선행 교육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준별이라고 하면 잘하는 학생들만 대우하는 것 아니냐 혹은 왜 학생들을 똑같이 교육시키지 않고 등급을 둬서 차별하느냐’라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의 학습 성취와 습관, 학습 방법이 다 다른 데 그런 것 고려 없이 무조건 같은 방법과 수준으로 공부시키면 문제가 발생한다.

수준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분명 이전 세대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등수와 점수만으로 학생들을 차별했던 안 좋은 기억들이 있다. 학교에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받는 대우도 달랐고 일부 교사들도 그런 학생들을 우대하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특정 학생들만 우대하거나 그런 학생들을 모아서 별도로 반을 구성해놓고 우월반, 우열반과 같이 차별하여 나누는 부당한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월반, 우열반의 학생들도 마치 성적이 자신의 힘이자 신분처럼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던 현실이 있었다. 분명 이런 현실은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수준별 학습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프레임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앞뒤 고려 없이 조건반사식으로 수준별 학습은 나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없애고자 우리의 교육도 여러 가지 질적, 양적인 면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여론만 반영해서 교육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무조건 수준별 학습은 나쁜 것이다’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리니 실제로 수준별 교육이 필요한 데도 감히 그 말 한마디 하지 못하게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런 부작용만 잘 조절한다면 수준에 맞춰 공부를 시키는 것은 절대로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잘 메꿀 수 있는 방법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수준을 고려하여 공부하는 방법은 오히려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가 반에서 수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잘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서 내가 모르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이다. 누군가 나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더 높은 집중력과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준별 학습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프레임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앞뒤 고려 없이 조건반사식으로 수준별 학습은 나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다시 학교의 반 구성으로 돌아와서 화산중학교는 학생의 학습 수준에 따라 소수의 인원으로 반을 구성한다. 수학의 경우 S, A, B, C, D, E 반과 같이 구성하는데 시험점수 평가로 이루어진다. 또 시험 점수의 평가라고 해서 꼭 5지 선다형의 암기, 지필 시험만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각종 서술형 평가가 있고, 시험문제들도 예전과 달리 유형이 변화했기 때문에 암기만 잘한다고 해서 시험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S 반과 A 반 이외에 다른 반으로도 이동이 가능한 지이다. 얼마든지 이동이 가능하고 학생의 역량에 따라 반 구성이 매번 새롭게 달라진다고 한다. S 반 친구들도 언제든 학습이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면 다른 반으로 갈 수도 있고 또 반대로 다른 반 친구들도 학습 효율성이 높아지면 S, A 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노력에 따라 반을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서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지속적으로 학습 의욕을 자극시키는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자신의 공부 흐름을 잡아가는 것이 중학교 공부의 핵심이기 때문에 자기 공부를 지속적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무조건 어렵고 힘들다고 시스템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누군가는 이런 등급 체계가 학생들을 경쟁에만 내몰고 인성이 부족한 사람을 양성하고 사회적 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겠지만 그건 실제로는 큰 인과관계가 없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학생과 학부모가 힘들다고 하면 교과 과정에서 없애고, 빼고,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하에 꼭 배워야 할 내용들을 없애버리고, 모두 똑같은 수준으로 평준화시키는 교육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학교의 수준별 반 수업도 이런 의도를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교육관을 따르다 보면 결국 내 자녀의 실력만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들을 때는 이상적으로 그럴듯한 교육 이야기이지만 결국 내 자녀 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유와 평화, 행복, 인권만 찾으라는 이야기이다. 

듣는 순간은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학생이 성인이 되어서 자기 길을 찾아서 도전하려는 시기가 올 때 실력을 기르지 못하고 자유, 평화, 행복, 인권만을 배워서 하향 평준화되어버린 그들의 실력은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 다시 그들을 이용해서 사회 시스템을 비난하기 바쁘고 또 그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바쁠 뿐이다. 그런 것들에 휘둘리기보다 학교의 수준별 수업을 통해 자신의 공부방법을 돌아보고 학습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학생에게도 도움이 되고,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의 성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치아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 앞에 앉았다고 생각해보자. 무척 힘들고 긴장될 것이다. 심지어 주사를 맞기 위해 기다린다고 생각해보자. 주사를 맞는 순간은 아프고 힘들 것이다. 학습 또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치료를 마치고 나오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새롭게 달라지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학습에 따라오는 어려움을 시험을 보거나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실력이 발전하는 기분을 느끼며 학생들은 성장하는 것이다. 화산중학교의 숨겨진 학습의 가치는 이런 곳에 있다. 그 가치를 잘 살려서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교육 과정이 우리의 중학교 현실에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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