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기까지: 순간>을 보고 온

하고싶은 말을 적습니다.

by 악어사장


2025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오랜만에 공연을 보러갔다.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내리고 양말은 축축해지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엄마와 같이 공연을 보러갔다.

가족끼리 처음 무용 공연을 보러간건 '축제'라는 공연으로 국립극장에서 이번년 신년에 한 공연이었다. 그때 감동을 많이 받은 엄마는 무용에 대해 마음이 많이 열려있었다.

이번에도 늘 그랬듯이 나 혼자서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엄마가 '좋겠다...나도 보고싶다'라고 중얼거리는 걸 듣

고 바로 한 장 더 예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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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문화생활 좀 해보자 하고 어떤 공연이 있을까 아르코 홈페이지를 보면서 공간 연출이 실험적인 작품들을 몇 개 보게되었다. 기존 극장의 틀을 벗어난 작품들로 재밌겠다 싶어서 그중에 <마주하기까지: 순간>이 눈에 띄었다.

작품 필름

좌석은 바라보기석과 마주보기석으로 나눠져있었다. 바라보기석은 기존 좌석이랑 동일한 시점의 좌석들이고 마주보기석은 무대 위에 단을 쌓아 양옆으로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좌석이었다. 나는 마주보기석, 엄마는 바라보기석으로 나눠져서 관람했다. 처음엔 기존 공연과 똑같이 하나의 무대를 보는거겠거니 했지만 공연이 시작하고나서도 무대 중간의 막은 올라가지 않았고 같은 시간동안 서로 다른 무대를 보고있었다. 바라보기석 쪽 관객들은 앞 쪽의 무대를, 그리고 마주보기석 쪽 관객들은 뒤 쪽의 무대를 단절된 채 말이다. 그저 보면서 앞쪽 무대에서도 뭔가가 벌어지고 있구나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너무 신박했다.

인생 최초 이렇게 무용수들을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다

마주보기석의 맨 뒷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용수들과 아주 가까운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표정, 눈맞춤, 목소리까지 다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설치한 것이 그저 '가까이에서도 보세요'한 것이 아닌 관객도 하나의 주체로서 교류하고 서로를 느끼며 마주하기 위한 장치로 연출했다는게 놀라웠다. 그리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도.


우리가 무언가를 마주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힘든 일이다. 외면하고 싶고 고통스럽고 두렵고 부끄럽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중간에 드디어 막이 올라가고 우리들은 1,2층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들은 또 우리들을 보게 된다. 그러고 나서 왈츠가 시작된다. 무용수들이 관객 한 둘을 데리고 나와 춤을 추고, 눈을 맞추며 하나가 되는 순간 즐겁고 행복했다. 그들의 '아이컨택'이 이 공연을 관통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들과 눈을 맞추며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별 거 없지만 그 눈맞춤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들을 바라보고 있다보니 살아있음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내가 나 자신을 마주보고 타인을 마주보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공연들을 보고 굳이 글로 적는 이유는 한 번 더 내가 느꼈던 것들을 다시 상기시키게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움직임, 여러 켤레의 감정들.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자극이 되고 동기가 되고 즐거움이 된다.


가길 잘했다. 또 가고싶다.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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