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포러리 발레
2025년 5월 10일 토요일, 비가 끊임없이 오는 주말에 공연을 보러갔다. 한 달에 한번은 나를 위해 문화생활을 해야겠다, 이러다 말라죽겠다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인터파크를 뒤져보다 재밌어 보이는 공연을 발견했다. 서울시발레단이 최근에 만들어진 건 알고있었고 언제 한번은 보러가야지 했는데 이번 기회에 보러가게 되었다.
컨템포러리 발레? 모던 발레랑은 다른 말인가? 현대 무용이랑 비슷한 건가? 항상 고전 발레들만 보아왔던 나는 되게 흥미로웠고 기대 가득찬 발걸음을 옮겼다.
프로그램은 요한 잉거 안무가의 워킹 매드와 블리스. 두 작품이었다. 여기서 워킹은 working 이 아닌 walking 이다. walking mad & Bliss. 여기서 블리스는 더없는 행복, 최고의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광기와 유머가 합쳐진 walking mad와 피어나는 듯한 Bliss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워킹 매드에서는 라벨의 <볼레로>를, 블리스에서는 키스자렛의 <쾰른 콘서트>를 사용했다. 안무가가 이 음악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나 <쾰른 콘서트>는 너무나 좋아해서 20대때 정말 많이 들은 음악이었다고. 하지만 안무로 이 흘러가는 흐름과 꽃이 피어나는 듯한 느낌을 만드는 건 쉽지않았다고 한다.
이 분야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지금도 여전히 '?'인 부분이지만, 이런 케이스를 보면 음악이 먼저인가, 춤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역시 음악이 먼저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한순간에 찾아온 음악들이 스며들어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공연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작품 모두 너무나도 재밌었다. 현대 무용과는 또 다른 동작들과 선이 있었다. 발레를 기본 베이스로 한 다양한 동작들과 무용수의 앞면, 뒷면, 측면까지 다 볼 수 있었다. 두 작품 모두 너무 좋았지만 특히나 '워킹 매드'가 정말 좋았다.
유머와 우울,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들과 사람간의 관계를 다룬 이 작품은 '벽'이라는 오브제를 사용한다. 보는 내내 와...동작 진짜 재밌다, 벽을 가지고 저렇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구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 볼레로 라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mad' 그야말로 광기가 정말 잘 어울렸던 음악이자 또 인간의 많은 면들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다만 중간에 벽을 이용해서 공간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음악이 끊기면서 방 안에 갇힌 듯한 사운드로 연출한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바깥에선 잔치가 펼쳐지는데 나는 나가지 못하고, 갇혀있고, 누군가는 계속 방해하는 상황, 우울감과 분노가 굉장히 느껴졌다.
이러한 직설적인 동작, 솔직한 표현들과 감정들, 가벼움과 무거움을 날 것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정제된 느낌보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꾸밈없는 움직임들이 나에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블리스'에선 키스 자렛의 <쾰른콘서트> part1을 사용했는데 처음 들어본 음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즉흥연주로 채워간 음악이다. 멜랑꼴리한 분위기에서 점차 찬란하고 빛이 나는 듯한 분위기로 전개되는게 꽃이 피어나는 듯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순환하는 듯했다. 앞에 볼레로를 듣다가 피아노 솔로를 들으니 상대적으로 약간 규모가 줄어든 느낌은 들었지만 마지막은 워킹매드와는 다르게 '더없는 행복'으로 끝났으니 이렇게 구성한 듯 싶다.
예전엔 고전발레를 많이 보러 다녔는데 요즘엔 이런 작품들이 끌린다. 자연스러운 걸 수도 있겠다. 앞으로도 더 많이 창의적이고 재밌는 작품들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