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A 큐베이스(DAW) 미디 테크닉] 수강 후기

후기라기보단 일기장

by 악어사장


2024년 12월 17일부터 시작해서 2025년 3월 26일, 대략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대학원에 떨어진 충격과 허탈감, 조급함, 화남의 감정과 함께 될대로 되라지라는 식이었다. 안뽑아줘? 그래 그럼 어쩌라고.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라며 뜬눈으로 수업들을 찾아본 것 같다. 그렇게 처음으로 내일배움카드를 급하게 발급받고 수강신청을 했다. 미디는 독학으로도 많이 하지만 평생을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아왔기 때문에 독학은 자신없었다.

KakaoTalk_20250331_204421107_03.jpg
KakaoTalk_20250331_204421107_02.jpg
샛노란 건물의 SJA실용음악학원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꾸역꾸역 1시간 좀 넘는 거리를 다니던게 벌써 끝났다니 좀 아쉽기도 하다. 주2회, 하루에 3시간씩 총 70시간이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지만 금방 끝난 것 같다. 과연 여기서 배운 걸 잘 소화시켜서 써먹을 수 있을까, 수업이 점점 마지막을 향해갈수록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배우기 전과 지금을 생각하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제목은 후기지만 그냥 내가 배운 것들을 복기하기 위한 것이니 글이 더러운 점 이해바란다.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선생님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들을 다 부숴준다는데 확실하게 부숴진 것 같다. 여기는 정말 다른 새로운 세계였다.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작곡이고 하얀 오선지 위에 음표들을 그려나가는게 작곡이라고 생각했다. 샘플을 사용해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아예 생각에도 없었다. 처음에는 많이 충격이었고 완전 '헐'이었지만 주변 작곡하는 친구와 이야기도 나눠보고 하니 요즘에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잘 조합하느냐의 싸움이고 샘플들을 잘 사용하는 것도 음악적 능력이라 한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 원래 사고방식도 깨져갔고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이런 접근성으로 인해 음악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인식을 주었다.

요즘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우체국에서 같이 일하던 여사님이 ccm을 작곡했다는 말을 듣고, 장애 예술인들을 보고, 화성학을 많이 공부하지 않았어도 작곡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고 나는 지금껏 울타리 안에서 음악을 해왔고 제도권 교육 안에서 배운 사람들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말이다.

암튼, 이런 얘기를 쓰려던 건 아닌데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보겠다. 배운 내용 복기.

KakaoTalk_20250331_204421107_01.jpg
KakaoTalk_20250331_204421107.jpg
곡을 만들다보면 트랙 100개가 넘어간다는 거에 충격

수업시간은 3시간씩이었지만 매교시마다 시간이 아주 잘 흘러갔다. 눈높이에 맞춰서 잘 설명해주시기도 하고 유익한 얘기들도 많이 해주시기도 했다.

초반에는 열정이 넘쳤지만 동시에 조급한 마음이 많아서 우울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서 불합격으로 인해 떨어진 내 가치와 자존감을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건 없고,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다. 혼자서 그렇게 끙끙대고 당장 내일은 없는 것처럼 굴다가 모종의 깨달음을 얻고 차분하게 다시 성실하게 수업에 임했다. 그렇게 조급해봤자 아무것도 안되고 장기적으로 길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걸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평생할텐데 당장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큐베이스 기능들,각종 악기(피아노, 디지털피아노,신디사이저, 베이스,드럼 등)는 뭐가 있고, 뭘 쓰고, 어떻게 쓰는지, 기본적인 화성학,리버브,모듈레이션,eq 등을 배웠다. 후반에는 믹싱과 마스터링,k팝이나 시티팝을 카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뭘 해보는 시간도 많았지만 듣는 시간도 많았다. 여러 장르의 음악이나 여기에는 어떤 악기를 썼고 어떤 사운드를 썼는지, 또 우리 귀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곡을 채워주는 사운드 등 말이다. 이것도 악기와 마찬가지로 엉덩이 싸움이고 계속 들으면서 해야한다. 클래식 작곡처럼 미리 다 계획하고 시작하지는 않고 즉흥적인 면들이 많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중 하나는 어떤 변화를 주려면 한 가지 방법이 아닌 여러 방법들을 생각해야한다고 한다. 아직 배운 것들도 익숙치 않지만 계속 만져보고 여러 똥들을 싸다 보면 더 늘게 될거라 믿는다.


그래도 수강하고 나서 명확해진 것은 만들고 싶은 음악과 지금으로서는 질보단 양이라는 것이다. 아직 배우는 단계라 많이 허접하겠지만 그런 허접한 음악들도 많이 만들어 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게 많은 메리트를 주더라. 또 평소에 음악들을 많이 들었던 것 또한 도움이 되고 몇 년동안 주구장창 들었던 화성학 수업도 도움이 되었다. 또 나는 피아노로 말하는게 제일 익숙하기 때문에 키보드부터 사야겠다 생각했다.

요즘은 N잡의 시대. 음악들도 정말 다양하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무용 음악? 그런 음악이라는게 존재하는건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린 어떤 음악이든, 소리든 춤출 수 있다. 무용 음악이라는 단어 자체가 좀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고민이 참 많았는데 나도 그냥 지금은 제한을 두지 않고 여러 음악들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뭣도 아는게 없으니까 그냥 해보는 거다. 이제는 '뭐는 이래서 이래야해'라는 건 질렸다. 이젠 그냥 눈치보지않고 내가 하고싶은 음악을 하고 내가 듣기에 좋고 재밌는 음악을 하고싶다. 다른 곡을 연주할 때도 그렇고 즉흥할 때도 마찬가지다.

별 것도 아닌데 수료증을 받고나니 괜히 뿌듯하긴 했다. 수강을 마쳤으니 앞으로 할 일은 문제가 되지않는 선에서 장비를 마련하고 열심히 똥을 싸보는 것이다. 그렇게 많이 만들어보고 피드백을 받고, 또 어디서 영감을 받아 만들기를 반복하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기대가 된다.


#롤모델#사기스 시로#가 되고싶어#발라드#밴드음악#만들고싶어#멜로디가#제일 쉬운거같음#아닌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지희무브포켓[블루아워] 관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