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소소한 후기
Blue Hour 2025.03.08
2025년 3월 8,9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하는 공연이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람했다.
예전에 유럽여행 중 친구랑 빈에서 mahler, live라는 공연을 봤었는데 모던 발레였던 것 같다. 무대 위의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이용해 무용수의 몸을 찍으며 곧바로 스크린으로 송출하는 연출이었다. 그런건 정말 처음봐서 놀랐었는데 이번에 본 [블루 아워] 역시 놀라운 공연이었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그 심각성을 던지고, 기후위기가 계속된다면 훗날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무용으로 풀어나가는 공연이다.
음악으로는 정말 힘든 이 주제를 무용으로 어떻게 나타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발레나 한국무용보다 더 규격화된 틀이 없는 현대 무용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컸다.
아르코에서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공연장 객석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무대도 넓었고 쾌적했다.
90분 공연으로
1부 Dots.
2부 댄스필름 Our Skin
3부 Blue Hour
로 구성되어있다.
그래도 무용 공연을 조금씩 보러 다니면서 내 마음이 많이 열려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온전히 다 이해하기는 좀 힘들었다. 나에게도 의미나 해석에 집착하는 병이 있어서 보는 내내 아 저건 어떤 의미일까?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저 오브제들은 왜 썼을까? 하는 질문들을 보는 동안 계속 던진 것 같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 자연 즉 기후위기의 시각화를 느낄 수 있었다. 댄스 필름에서는 자연의 대지를 사람의 피부로 표현하여 훨씬 더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댄스 필름의 오브제인 '나무'를 3부에서도 사용하여 극이 연결되는 느낌도 받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댄스 필름의 마지막에서 메시지 자막이 나오며 끝나게 되는데 그 메시지를 더 고민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자세히 생각이 안나지만, 보는 당시에는 계속 몸으로 말하다가, 글로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니 순간 음? 하면서 그 여운이 깨져버린 느낌을 받았다. 자막 디자인도 조금 투박했어서 더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강렬했던건 현대무용은 춤이기도 하지만 몸의 모든 부분을 이용해 계속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 움직임을 통해 정말 감각적이고 살아있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 같다. 또한 이 시대의 문제들을 논하고 현 시대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에 최적화된 것이 현대 무용 아닐까 싶다. 많은 오브제들,미디어 아트,조명,음악 심지어 드론도 있었다. 그런 것들에 한계를 두지않고 사용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보면서 종합 예술을 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음악에서
항상 무슨 공연이든지 공연을 보러 다니면 어떤 음악을 썼을까를 생각하며 집중해서 듣게된다. 첫 시작은 암전된 상태에서 긴 합창소리가 나왔다. 그렇게 먼저 극이 시작하기전에 분위기를 유도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
근데 정말 궁금한게 있는데 왜 현대 무용 영상이나 공연을 보면 (며칠전엔 피겨 경기에서도 들었다) 음악이기보단 사운드에 가까운 외국어로 된 나레이션이 많이 나오는데 왜 그럴까? 또 그것들이 어떤 뜻이 담긴 나레이션인지, 직접 녹음을 한건지, 편집을 한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오히려 음률이 있는 소리들이 춤을 추는데 제한이 있는 걸까? 생각이 들기도 하다. 처음 봤을 땐 좀 놀라기도 했다. 춤을 추는 음악에 있어서 모든 소리가 다 음악이 될 수 있구나,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한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드뷔시의 달빛'이었다. 3부의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반복해서 나왔던 것 같다. 들으면서 우와 왜 이 곡을 썼을까? 왜 두 번째로 나올 땐 달빛을 방해하는 듯한 노이즈 소리도 섞어놨을까? 의도가 궁금했다.
요즘 미디를 열심히 듣고 배운 보람이 있는지 아 이건 808bass다, 확실해, 진동 엄청나네, 이랬다.(웃기지요)
춤이 감각적이니 사운드도 감각적으로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형화된 소리가 아닌 그런 소리들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의 숨소리도 있었다. 효과음이나 레이어를 어떻게 쌓는지도 중요한 것 같고 멀리서 들려오다가 커지는것, 커지다가 작아지는 것, 특이한 사운드들도 많아서 궁금했다. 확실히 호흡이 길다보니 지속되고 반복되는 구간이 많았고, 빈티지한 업라이트 피아노, 현악기도 있었다.
음악도 그런 춤에 맞춰 작곡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보면서 나도 상상하면서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들었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지만 드라마 각본가처럼, 내가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면 주제는 무엇이고, 출연자들은 누구고, 무슨 얘기를 할지, 어떤 춤을 출지, 그렇다면 최종적으로는 음악이 어떻게 나와야 할지 상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