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를 드디어 다 읽고

콜린 윌슨 저. 범우사 출판.

by 악어사장

거의 두달동안 붙잡고 있었던 책 『아웃사이더』콜린 윌슨 저.


유튜브 잘잘법의 김기석 목사님이 추천해주신 책들 중 가장 첫 번째 책이다. 추천 리스트의 모든 책을 다 읽어보리라 하고 호기롭게 첫 번째 책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읽는데 오래 걸렸고 쉽지않았다. 술술 넘어가는 쉬운 책은 아니었다. 아웃사이더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작가들의 말과 소설, 그리고 고흐, 니진스키 등 다른 예술가들과 비교해가며 쓴 책이기 때문에 굉장히 철학적이고 길기도 길었다. 책을 그래도 좀 읽어왔지만 그렇게 이해력이 좋은 편은 아니기에 모든 부분들을 이해할 순 없었다. 읽어가면서 도대체 뭔 얘기를 하고 있는거지 하며 해석하지 못한채 넘어갈 때도 많았다. 손에 안잡혀서 기간이 더 늘어났던 것도 있다. 그래도 완독이 목적이 아닌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읽는 순간들을 즐기고 이해하려고 했다. 우리는 아웃사이더여야 하는지, 아웃사이더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우리는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소설이다. 이 책이 꽤 오래된 책인데 저자는 24세에 이책을 썼다고 한다. 지금으로치면 꽤 오래전, 나와 비슷한 나이의 작가가 이렇게 사유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놀라웠다.

밑의 내용들은 내가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다 이해하지 않아도 다시금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며 얻어가는 것들이 많았던 책이었다.




「"모든 위대한 인간은 자기의 이상을 연출하는 배우"인 것이다.」

「그(니체)는 노발리스로부터, 모든 인간은 잠재적인 영웅이고 천재이며 다만 무기력함이 인간을 평범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는 이 교훈을 깊이 마음 속에 새겼으며, ...」

p. 149


무기력함, 권태같은 것들은 정말 피부로 와닿는다. 특히나 현대사회에 어느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질병인 것 같다. 이 무기력함에 빠지지 않으려고 경계해도 이미 익숙해진 환경이나 습관, 생활같은 것들에 빠지기가 쉬운 것 같다고 나는 극히 공감하며 읽었다.



「두뇌와 육체 속에 갇혀 있다는 답답하고 기막히는 감정에 빠져있던 그는 처음 그리스 철학에 열중했으나 거기서 자기의 얼굴을 비춰 줄 거울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쇼펜하워 철학에서 그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거울에서 니체는, 세계의 본질과 거기에서의 자기의 위치에 대해, 전부터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쇼펜하워가 니체에게 준 것은 자기를 알기 위한 첫째 조건인 자기로부터의 탈피였다.」

p.152


탈피. 내가 지난년에 집중하고 있었던 글자와 비슷하다. 해방과 탈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읽을 염두도 안났는데 이 책에서 쇼펜하워에 대해 자주 나온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위는 감히 찬미하는 것, 즉 영원한 부정의 최악의 상태를 알면서도 초인적인 노력으로써 그것을 소화하여 거기에서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방법이다.」

p.161


이 말을 하면서 저자는 니체의 위버멘쉬(초인)를 이야기하고 있다. 니체를 깊게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니체의 철학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긍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년은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캐릭터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다. 많이들 얘기해서 와닿지 않는 '긍정'이라는게 생각보다 실천하기가 쉽지않다는 것을. 나에게도 최악이 오고 침체될 위기에 처해도 감히 찬미하고 감히 긍정했으면 좋겠다.

「일찌기 맹자는 말했다 "자기의 위대한 부분에 따르는 자는 위인이며 사소한 부분에 따르는 자는 소인이다"라고.」 p.162


「아웃사이더에겐 자기가 태어난 세계는 반드시 무가치한 세계이며, 어디까지나 목적과 방향을 찾는 그의 의욕에 비하면 세속인이 사는 것은 인생이 아니라 표류로 보인다. 이것이 아웃사이더의 비참한 점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군중심리적 본능이 있다. 이 본능에 의해 다수인이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만약 아웃사이더가 고차적이고 강열한 자기 목적 의식에 상응하는 일련의 가치를 쌓을 수 없다면 차라리 버스 밑에 몸을 던지는 것만 같지 못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그는 적응 불능자, 소외자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170,171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하면서 얘기했다. "야 내가 요즘 하는 생각에, 나는 솔직히, 먹고 살기위해서만은 못살겠어" 어떻게 보면 이 사회에 맞지않는 마인드일지는 몰라도 나는 내 꿈을 쫓으며 살아가고 싶었다. 먹고 자고 입으며 살아가는 것도 정말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걸 위해서만 살아간다는 건 잘 모르겠다. 나는 살고싶다. 생명력 넘치게 살아가고싶다.

「여기서 이제까지의 결론을 간결하게 요약해 보기로 하자.

아웃사이더는 아웃사이더이기를 그치려 한다.

그는 균형된 인간이 되고자 한다. 지각을 날카롭고 생생하게 하고자 한다

인간의 영혼과 그 작용을 이해하고자 한다.

번거로움에서 영원히 벗어나 힘에의 의지보다 충실한 생명을 희구하는 의지에 사로잡힐 것을 바란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자기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고자 한다. 자기를 알고 자기 속에 숨은 미지의 가능성을 자각하는 방법은 자기표현 외에 없기 때문이다.」

p.239


자기표현. 피아노 앞에 앉으면서 나를 만나고, 나를 알게 된 점들이 많다. 아직 내 속에 숨은 미지의 가능성을 찾지못했지만 음악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자각하고 표현하고싶다.


「그리고 자기표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자기표현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다. 시나 음악이나 회화에 있어서 자기표현이 그 절정에 달한 것은 더없이 고독한 인간에 의해서다. 예술가가 누구보다도 '지상의 희열'을 얻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p.251


고독없이는 만들어지는 것이 없다는 건 이미 깨달은 바다. 여기서 '타인의 자기표현'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다.


「"자기의 영혼이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는 실체 없는 이미지를 현실의 세계에서 만나보고 싶다"고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말하고 있다.」 p.259


「헷세의 <황야의 이리>와 <데미안>가운데는 블레이크가 유년시에 느꼈을 문제가 요약되어 있다. 두 개의 세계가 있다기보다는 하나의 세계를 바라보는 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명명하여 하나는 영감적, 또 하나는 비영감적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키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다.」p.274


입시,학교를 거치면서 지금까지의 나는 How에 엄청나게 집착하고 매달렸다. 무엇을 만들건지, 무엇을 만들어야하는지는 옆의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이 알려주고 가르쳐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 혼자있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what을 생각하고있다. 무엇을 바라고, 어떤 음악을 하기를 원하고,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를 말이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이미지, 세계들을 실체화시킬 수 있을까?


「아웃사이더는 이러한 긍정적 태도를 자기의 영구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보다 깊이 자기를 알 것, 자기의 연약함과 분열된 마음을 극복하도록 수련을 쌓을 것, 조화된 분열이 없는 인간을 지향할 것, 이러한 해답은 우리의 분석의 결과로 얻어진 결론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목전의 육체적 필요 외엔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다. 마음붙일 일과 오락이 없는 사막의 고도에 그들을 보낸다면, 그들은 발광하여 버릴 것이다. 그들에겐 진정한 동기가 없다.

현대 문명의 재앙은 권태다. 여기에 대해서 키르케고르는 날카로이 다음과 같이 언명한다.」

p.287


보다 깊이 자기를 알 것. 그것을 위해서 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겠구나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밑에서 말해주고있다.


「"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고독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기만의 방에 틀어박혀 있지만 일부러 고독하게 되어 보면 새로운 체험에 자극을 받는 편이 자기를 아는 데 적합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는 한, 새로운 체험은 불가능하다. 강렬한 갈등은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곳에서만 일어난다.」p.301


맞다. 나는 이걸 이미 경험했다. 작년에도 무수히 체험했고 느꼈다. 다만 '새로운 생활'이라는 것이 나의 의지와 용기와 새로운 환경의 문이 열려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난 나대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새로운 만남과 환경을 허락해달라는 기도를 열심히 하고있다.


「사람은 모두 잠자고 있다.이것은 그루드셰프가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어떻게 하든 빨리 깨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인간에게 통감시킬 필요가 있다.」 p.316


「낭만주의자는 인간을 무한한 것이라고 생각한 이상, 언제나 무한을 화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 비약하는 것, 심연 위를 날고 영원의 기체속을 날게 하는 것, 무한이라고 하는 말이 2행마다 있다.

무든 낭만주의자의 근저에 있는 생각은 다음과 같다. 개개의 인간은 가능성을 무수히 지닌 저장고이며, 만약 억압을 가하고 있는 현제도를 타파함으로써 사회를 변혁할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실현 기회를 만나서 진보가 달성될 것이다....

고전주의라는 것은 이것과 정반대의 생각이라고 정의하여도 좋다. 인간은 이상할 정도로 고정되고 한정된 동물로서, 그 성질은 절대불변이다. 무엇인가 진실한 것을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전통과 조직의 힘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p.321 흄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논문


음대에서 생각보다 많이 쓰이는 말인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다. 정말 잘 정의해놓은 글인 것 같다. 왜 이걸 이제 읽었는지 모른다.


「자기보존의 본능이 내면 확대의 고통에 반항하고, 정신적인 태만에 기울기 쉬운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파도같이 높아져 가는 것을 하찮게 여기며, 자기의 눈으로 보고 자기의 손으로 만진 체험의 양을 한정시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존재의 민감한 부분을 그것에 상처를 줄지도 모르는 대상에게 드러내 보이며, 어떻게 하든지 전체로서 사물을 보려고 고투하는 것, 그것이 개인에게 맡겨진 문제다. 개인은 이 긴 노력을 아웃사이더로서 시작한다. 그리하여 성자로서 마칠지도 모른다.」

p.329 책의 마지막 문단


나 또한 아웃사이더로서 시작한다. 마지막은 그저 똑같이 아웃사이더로 끝날지, 아니면 탈선해서 표류인이 될지, 또는 성자로 마칠지 모른다. 이번년은 깨어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를, 정신적인 태만에 빠져들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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