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걸으며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
바람이 분다. 그 바람 끝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고요한 호숫가에 다다른다.
성남 분당의 한편에 자리한 율동공원은, 도시의
소음에 지친 마음에게 쉼표 하나를 선물한다.
처음 이곳을 찾은 건 평범한 주말 오후였다.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 손을 꼭 잡은 연인들,
그리고 나처럼 혼자 걸으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무엇보다 이 공원이 특별한 건, 그저 풍경이 좋다는
말로는 부족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감정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물빛이 따라오고, 수양버들이 그늘을 드리운 벤치 위로 햇살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걸음을 멈추면 보이는 오리 떼와 물안개, 그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것들은
하나같이 내 일상에서 사라진 것들이었다.
문득, 나도 이런 풍경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 중앙의 출렁다리를 건너며,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흔들림은 불안이 아닌 설렘이 된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구조물에서 잠시 벗어나, 흔들리며 중심을 찾는 시간이 주는 위로.
벚꽃이 지고 초록이 짙어지는 계절, 율동공원은 여전히 사람들을 품고 있다.
때로는 돗자리를 펴고 앉아 김밥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책 한 권을 읽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이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누구도 바쁘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을 다녀온 후, 나의 주말은 달라졌다.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생겼고, 그 속에서 내 마음의
결을 만지는 시간이 깊어졌다.
율동공원은 거창한 관광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풍경과 감정을 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마음의 쉼표를 찾고 있다면,
조용히 이곳을 추천해 본다.
그저 한 걸음, 한숨, 그리고 한 줄기 바람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나도, 당신도, 조금은 단단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