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영혼의 경계, 설악산에서 강릉바다까지

10월, 강원도의 편지


​10월이 되면, 가을은 마치 정해진 약속처럼 강원도에 가장 먼저 도착합니다. 푸른 동해 바다와 붉게 타오르는 설악산 단풍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서사입니다. 계절의 변화가 빚어낸 이 아름다운 '극'을 가장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는 1박 2일 코스를 따라, 저의 발자취를 공유합니다.

​가을 여행은 단순히 눈이 즐거운 것을 넘어,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삶의 활력을 충전하는 **'마음 여행'**입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위대함과 소박한 여유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강원도로의 여정, 지금 시작합니다.




​1막. 붉은 서막: 설악산 오색 주전골에서 마주한 생명의 기운

​강원도 가을의 첫 페이지는 설악산에서 펼쳐집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로 단풍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오색 주전골을 선택했습니다.

​기암괴석 사이를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그 위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물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한 폭의 수채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선녀탕이나 용소폭포 등 자연이 오랜 시간 빚어낸 경이로운 경관을 마주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깊은숨을 쉬었습니다.

​여행자의 노트: 단풍 절정 시기(10월 중순~말)에는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등산화와 따뜻한 겉옷은 필수입니다. 웅장한 설악의 기운을 몸속 깊이 담아보세요.




​2막. 경계의 드라이브: 한계령, 산의 붉음이 바다의 푸름을 만나다

​설악산에서 단풍의 기운을 가득 받았다면, 이제 바다를 만나러 갈 시간입니다. 한계령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가을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붉은 단풍과 푸른 동해 바다의 조화는 그야말로 가슴 벅찬 장관이었습니다.

​한계령 휴게소에 잠시 멈춰 서서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에서 설악산의 웅장한 능선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산에서 바다로 넘어가는 이 극적인 경계는 우리 삶의 변화와 전환점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여행자의 노트: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해발 1,100m 고지에 펼쳐진 안반데기를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어, 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차박 성지가 되어줍니다.




​3막. 강릉의 밤: 따스한 위로와 낭만적인 여백

​강릉에 도착하여 첫째 날의 여정을 마무리할 시간, 저는 강릉의 명물 초당 순두부로 든든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부드러운 순두부와 따끈한 국물은 산행으로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강릉 특유의 포근한 감성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경포호수를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겼습니다. 가을밤, 호수에 비친 불빛과 시원한 바람이 또 다른 낭만을 선사했습니다. 이후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시간. 바닷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 한 모금은, 복잡했던 일상을 잠시 잊게 하는 완벽한 여백이었습니다.




​4막. 고요한 마무리: 오죽헌, 역사와 자연 속의 사색

​여행 마지막 날은 고즈넉한 여유 속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을 방문하여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검은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이곳은 가을 단풍이 더해져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선사했습니다.

​오죽헌 근처에는 경포호 벚꽃길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이 벚나무들이 붉게 물들어 단풍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바다와 단풍, 역사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만으로도, 강원도 가을 여행의 완벽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의 가을은 단순히 '예쁜 풍경'이 아닙니다. 설악산의 웅장한 기상과 강릉의 잔잔한 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소박한 여유는 잊지 못할 삶의 활력과 소중한 추억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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