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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위티 Nov 08. 2022

혹시 너 브런치 작가야?

군대 동기에게 브밍아웃 당한 날

본의 아니게 브밍아웃(브런치 + 커밍아웃) 하게 되었다. 나는 본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심적으로 어떤지 티를 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성격 자체가 내 주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 관심도 없어 평소에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았다.

주말에 '한번 써볼까?' 했던 글이 어쩌다가 다음 메인 포탈에 걸려 조회수 70000 뷰를 돌파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본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어 놀라운 동시에 당황했다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상태...


어떻게 나라는 것을 특정할 수 있냐고 묻는데, 같은 집단에 있으면 다 알게 되어있다. 더군다나 나는 처음에 내가 서울에 거주하고, 사관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니 가뜩이나 적은 여생도 수에 표본집단이 줄고 줄어 예측이 가능했다. 나는 이 글이 그렇게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아 브런치 이름도 내 영어 이름(아니 근데 왜 바꾸고 한 달 동안 못 바꾸게 하는 거예요;;)으로 했다.


주말에 쉬고 있는데 갑자기 카톡 하나가 동기로부터 왔다.


"이거 혹시 너임?"


아니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ㅇㅇ 왜?"


최대한 아무 말 없이 말하긴 했는데 사실 되게 민망했다. 브런치에 쓴 내용이 동기들한테 말하기에는 조금 사적인 내용인데, 그것들이 나를 아는 누군가들은 다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구독자들을 찬찬히 보는데 갑자기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000님이 구독했습니다."


소름 돋게도 000은 내 전 남자 친구의 이름이었다. 물론 세상에 동명이인은 많겠지만 그 이름을 보자마자 "오 쉣"이라고 외치며 황급히 차단했다.(아니라면 죄송합니다...)

물론 그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차단한 분이었지만 그 이후로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생각의 시간을 가진 끝에 결론은, 일단 내 공간이니 내가 솔직하게 쓰고 싶은 내용은 적자! 였다. 아니 평소에도 눈치 보고 사는데, 브런치까지 눈치를 보고 써야 한다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이 보더라도 일단 난 내가 쓰고 싶은 말은 써야겠다.



분명히 그 동기는 나에게 (칭찬의 의미로 말한 것 같음) 구독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 글도 나중에 읽게 될 것이다. 무튼 내 주변 사람들이 읽는 건 상관없는데, 아는 척을 하면 조금 부끄러울 것 같아서 모르는 척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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