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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위티 Nov 16. 2022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이유

나의 대나무숲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면, 글의 필력만으로 쑥쑥 잘 읽히는 경우가 있고, 글이 잘 읽히지는 않지만 글 자체가 흥미롭거나 재미있어서 읽는 경우가 있다. 나는 필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아서 후자에 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브런치가 다른 작가들에 비해 갖는 점은 글쎄, 잘 모르겠다.


군인에 대한 삶을 알아갈 수 있고, 여군이 흔하지 않다는 것? (그래도 브런치에는 꽤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브런치의 유일한 강점은, 매우 솔직하다는 것이다. 매우 솔직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구독자가 늘 때마다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아는 사람이 브런치를 통해 나의 깊은 내면을 알아챌까 봐 늘 두렵다. 확실한 것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 브런치 구독자 분들이 나의 깊은 치부와 내면, 그리고 생각을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를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드러내지 않는 부분이니까.


사관학교 때부터 남군들이 많은 곳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남자들의 세계에 일찍 익숙해졌다. 그들만의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나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센 척도 많이 했다. 내 단점과 힘든 것들을 말하는 것은 훗날 나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체득했다. 우리 부모님 또한 항상 같은 말씀을 강조하셨기 때문에 나는 나의 깊은 생각들을 어딘가에 말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다 보면, 어느샌가 나의 약점을 타인에게 많이 노출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후, 사회에 나가서도 사람들이 나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는 '상처와 아픔이 많은 이미지'이기보다는 어딜 가서든 당차고 당당한 사람임을 알았다. 물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이 굉장히 활력 있고 당당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힘든 시간이 있고 특히나 올 한 해는 나에게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였다. 꾹꾹 참다 보니 터진 시기.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있어 브런치는 일종의 대나무 숲이다.


남들에게는 부끄럽고, 지질해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군생활에 대한 일종의 나의 고민들을 어딘가에 털어놓을 곳이 없다. 군생활이 힘들다고 내 상관에게 말하면 나는 바로 관심 장교로 지정될 것이다. 수직적인 사회에서 항상 '멀쩡한 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그러한 욕구가 해소됨을 느꼈다.


욕구 해소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 중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되고,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결국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보니, 글로 쓰기 위한 소재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글은 대단한 힘이 있다. 막상 생각을 할 때는 잘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글로 써서 읽게 되면 '아 내가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도 인지하고 있지만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트라우마도 치유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의 핵심 감정들과 가치관에도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브런치를 쓰는 나의 자아 1명이 추가되었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브런치를 쓰는 다른 분들도 각기 다른 이유로 브런치 작가가 되셨을 것이다. 어느 이유던 상관없다. 글을 쓰면서 내가 행복하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행복해지기 위해 브런치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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