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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위티 Nov 20. 2022

엄마, 아프다고 거짓말해서 미안해

나 또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서서히 이 증상들이 신체적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그때 정신과에서 다시 상담을 받았고, 정신과에서 진단하는 내 우울감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우울감'이었다. 입맛도 없고, 그저 지나가다가 누군가 나를 툭 쳐서 쓰러지면 병원에 입원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그 시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생각나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이 시기를 버티지 못했을 것 같았다.


어느 날 마감보고를 들어가는데, 나는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보고가 턱턱 막히는 거다.


"00 과장, 이러면 곤란해. 내가 너한테 기대하는 만큼 자네는 못해내고 있네. 좀만 신경 쓰면 가능한 부분 아닌가?"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평소에 누군가에게 한 소리를 들을때도 그다지 큰 타격이 없던 나다. 눈물을 멈추려고 했는데 눈물이 안 멈췄다. 눈물이 끊임없이 나왔다. 나도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항상 잘 웃고, 문제없는 장교가 그렇게 우는 것이 놀라셨는지 보고를 받으시고 아무 말 없이 나가보라고 하셨다.


나가면서 화가 났다. 거기서 울어버린 나 자신한테. 그리고 내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방에게.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왜 못 알아주는 걸까. 서러웠다. 그 길로 퇴근하고 집에 가서 침대에 쓰러졌다. 한번 시작된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나는 나의 윗사람들에게는 철저히 숨겼다. 왜 그렇게 울었냐는 질문에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가족이 편찮으셔서, 신경이 많이 쓰여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유를 듣자, 처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들었겠다고 하셨다. 졸지에 나는 우리 가족을 아픈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런 거짓말로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나의 인심은 바닥이 나고 있었고, 우울감은 커져만 갔다. 이때 많은 방황을 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고, 파티도 가기도 했고, 아무도 안 만나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도 내 자신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는 인지하고 있지 않았고, 여전히 자연적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업무를 꾸역꾸역 쳐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끔 엄마한테 전화 오면 힘들다고 말해볼까 고민하다가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삼켰다.


"딸, 항상 엄마는 너 편인거 알지? 언제든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 사랑해~~"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때 때마침 동를 힘든 시기에 만났고, 난 그에게 상처만 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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